어게인 1998?
1.
19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전. 최고의 골잡이 바티스투타, 세계 4대 미드필더 후안 베론, 따라 잡을수 없는 윙어 오르테가, 그리고 인터밀란의 영원한 영웅 샤네티를 보유한 아르헨티나와 차범근 감독을 한국으로 돌려보냈던 히딩크의 네덜란드가 맞붙었다.
2.
당시 네덜란드 역시 고품격 골잡이 베르캄프를 비롯하여, 헤딩의 신 클루이베르트, 오르테가보다 한 수 위였던 오베르마스, 우리에게 친숙한 골키퍼 반데사르 그리고 수비의 핵 스탐까지 쟁쟁한 선수들을 보유 하고 있었다.
3.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았던 8강전. 네덜란드는 2:1로 아르헨티나를 꺾고 4강에 올랐다. 물론 브라질을 만나 4:2로 석패하며 4위에 머물렀지만, 그들이 보여줬던 조직력과 선수 개개인의 탁월했던 능력은 당시 축구를 사랑했던 중학생의 가슴에 오래토록 남아 있다.
4.
2014년 브라질 월드컵 4강에서 그들은 다시 만났다. 반페르시와 로벤으로 대표할 수 있는 네덜란드. 그리고 역사상 최고의 선수 반열에 들어선 전성기의 메시 보유국 아르헨티나. 결과는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이 난다.
5.
그리고 오늘 그들은 다시 8강전 토너먼트에서 만난다. ‘라스트댄스’를 추고 있는 메시와 그에게 월드컵 우승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 뛰는 메시 수호단 아르헨티나가 반다이크가 버티는 네덜란드의 골문을 어떻게 두드려 뚫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6.
8강전 제 2경기는 16강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상대로 즐기는 축구, 힘들이지 않고 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준 브라질과 일본을 상대로 그야말로 간신히 승부차기 끝에 올라온 크로아티아가 맞붙는다.
7.
운동선수에게 에이징 커브는 피할 수 없다. 떨어진 기량이나 체력만큼 그간의 경험과 관록미로 경기 전체를 풀어나가줘야 한다. 호날두가 포르투갈 역사상 최고 선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그만큼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이유는, 이제는 후배들을 위해 빛나는 조연을 자처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주연의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8.
과연 마지막 월드컵인 모드리치는 호날두와 다른 모습으로 크로아티아 후배들에게 브라질을 꺾는 파란을 보여줄 수 있을것인가? 아니면 네이마르 빠지면 안토니가 들어올 수 있는 더블 스쿼드의 브라질에 처참히 뭉개질 것인가?
9.
어쨌거나 오늘 8강전 4팀의 경기는 마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라인업이다. 뿐만 아니라 남미와 유럽의 대결로 Continental match up의 구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0.
한 번 흐름을 타면 좀 잡을 수 없는 남미의 흥축구. 단단한 조직력과 피지컬을 앞세워 정형화된 선진 축구를 구사하는 유럽 축구. 과연 오늘 밤, 웃게 될 두 나라는 어디일까?
11.
개인적으로 남미의 두 나라가 4강전에서 코파아메리카 결승전을 재현할 것 같은 느낌이 조심스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