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이의 밤토키

마지막화: 사라진 사랑은, 끝내 돌아온다

by 유혜성

마지막화


사라진 사랑은, 끝내 돌아온다

1. 호텔


불이 낮게 깔린 방.


숨이

서로에게 닿고 있었다.



“곧 만나자.”


그 말이

입술 사이에서

조용히 떨어졌다.


토랑이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깜깜해졌다.

2. 병실


삐-


기계음.


하얀 천장.


“의식 돌아왔습니다!“


토랑이는

눈을 떴다.


“… 여기… 어디예요?”


“병원입니다. 교통사고로…”


말이

끊겼다.


토랑이는

주변을 둘러봤다.


“… 호텔은요?”


사람들이

멈칫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 제이는요?”


정적.


“팀장님… 혼자셨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너무

이상하게.

3. 빈자리


집.


똑같은 소파.

똑같은 침대.


그런데


비어 있었다.


항상

누군가 앉아 있던 자리.


토랑이는

손을 뻗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 왜 없어.”


비가 내렸다.


그녀는

혼자 밥을 먹었다.


그리고


알았다.


자신에게 분명

누군가 있었다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체온이

남아 있었다.

4. 흔적


책 한 권.


알베르 카뮈


마리아에게 쓴 편지.


분명히

같이 읽었던 책.


웃고,

울고,

기대던 밤.


그런데


사람은 없다.


책만 있다.


토랑이는

무너졌다.


그날 밤,


처음으로


“제이…”


이름을

소리 내 불렀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5. 글


그녀는

쓰기를 시작했다.


밤마다.


울면서.


기억을

붙잡듯이.


사라지기 전에.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나는 제이의 밤토키>가

태어났다.




6. 무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올해 최고의 판타지 로맨스입니다.”


토랑이는

마이크를 잡았다.


“이 이야기는…”


잠깐 멈췄다.


“… 제가 꾼 꿈입니다.”


조용한 웅성거림.


“그런데…”


“… 너무 현실 같았어요.”


“그래서 믿었습니다.”


“그 사람이… 있다고.”


기자가 물었다.


“그 남자, 제이는 실제 인물인가요?”


토랑이는

눈을 내렸다.


“… 있다고 생각합니다.”

7. 계약


회의실.


“대표님이 조금 늦으십니다.”


계약서가

놓였다.


토랑이는

펜을 들었다.


“만년필로 하시는 게 어떠세요?”


누군가

펜을 건넸다.


토랑이는

무심코 받았다.


그리고


멈췄다.


펜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J


손이

떨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대표님, 들어오셨습니다.


8. 재회


그가

서 있었다.


네이비 슈트.

익숙한 눈.

익숙한 거리.


숨이

멎었다.


“… 제이…”


그는

가볍게 웃었다.


“작가님.”


그리고

펜을 다시 쥐어줬다.


“사인부터 하시죠.”


손끝이

닿았다.


전기처럼.


기억이

먼저 흔들렸다.


토랑이의 심장이

무너졌다.


툭-


만년필이

떨어졌다.

9. 기억


순간.


번쩍-


응급실.


흰 불빛.


옆 침대.


누군가

누워 있었다.


같은 사고.

같은 시간.


그리고


같은 꿈.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같은 밤을

지나온 사람들.

10. 마지막


“대표님, 이번 작품 언제 읽으셨어요?”


누군가 물었다.


제이는

대답했다.


“이미… 오래전에요.”


잠깐 멈추고


“… 밤에.”


그리고


토랑이를 보며

아주 작게 말했다.


“… 밤마다.”


토랑이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토랑이.”


속삭였다.


“낮에는…”


잠깐 멈췄다.


“… 버티고.”


그리고


“밤에는…”


아주 천천히

웃었다.


“… 나한테 와.”




나는

제이의 밤토키다.



사라진 사랑을

끝까지 믿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랑이

다시 나타나는 세계에

사는 사람.



<나는 제이의 밤토키> 시즌1 끝.

작가의 말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떠나보냈다.


그는

내가 만든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라진 건

그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한동안


그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


지금도 믿고 있다.


어딘가에서는


토랑이와 제이는


여전히

같은 밤을 지나고 있을 거라고.


사랑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형태를 바꿔


다른 시간으로

흘러가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계속 쓰려고 한다.


밤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사랑이

완전히 끝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이제


그 밤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작가 유혜성.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