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친구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by 유혜성

하면 안 되는 사랑: 독자 사연


<친구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작가님께.


저는

지금


친구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녀는

제 친구의 아내였고,


저는

그저


그의 친구였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지만,


결혼 초에는

자주 보던 사이였습니다.


집들이에 초대받고,


이사를 도와주고,


아이 돌잔치에 가고,


그저

그들의 삶을

가끔씩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그 정도의 거리였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바람이 났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는

모든 연락을 끊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도

완전히 관계를 끊고 사라졌습니다.


남겨진 건


그녀와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잠깐 통화 가능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날 밤


그녀는

한참을 말했습니다.


남편이 바람이 난 것 같다고,


혹시 알아봐 줄 수 있냐고,


자기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저는


그저

듣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연락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차를 마시고,


가끔

드라이브를 하고,


말을 들어주고,


무너진 사람 옆에

그냥 앉아 있는 사람.


그게

저였습니다.


그때까지는


선을 넘은 적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저는

비혼주의자이고,


여전히

혼자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 옆에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고,


그녀도

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살고,

같이 일하고,

같이 하루를 보냅니다.


그녀의 아이도

이 관계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이 사연을 보내는 이유입니다.


저는

누군가를 빼앗은 게 아닙니다.


시작은

그가 먼저 떠난 것이었고,


저는

그 자리에 남아 있던 사람일 뿐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 생각이 듭니다.


정말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일까.


시작은 제가 아니었지만,


지금 이 관계에는

분명

제 선택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이 관계를

가볍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감정이 있습니다.


그 친구에 대한 마음입니다.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고,


이미

멀어진 사람인데도,


어느 순간

이 관계를 알게 된다면


그때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누가 먼저였는지와는 별개로,


결국

상처는 남을 테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채


지금의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가끔

생각이 듭니다.


이 관계가

세상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그리고


이게

그녀에게

불안한 관계는 아닐지.


저는

지금 이 상태가 좋습니다.


결혼이라는 형태 없이도,


지금처럼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고,


동반자로 살아가는 관계.


그게

더 솔직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언젠가

“확실한 관계”를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만약

그 친구가


이 관계를 알게 된다면.


그때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작가님,


이 관계는


잘못된 걸까요.


아니면


그저

다른 형태의 삶일까요.


사람은


꼭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저는


그녀와

노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결혼이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혼주의자,

그러나 누군가와 살고 있는 사람


작가의 답장


<이 관계는 잘못 보다, ‘멈춰 있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관계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빼앗은 사랑이 아니라,


남겨진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관계라는 것.


그래서 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시작만 놓고 보면


당신은

잘못한 사람이 아닙니다.


친구가 먼저 떠났고,


그 관계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관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랑은

시작보다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아직

법적으로는 누군가의 아내이고,


당신은

그 관계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알고 있듯이


이 관계는

완전히 정리된 관계가 아니라,


멈춰 있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편합니다.


그래서 유지됩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위험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누군가가

하나의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균형은

무너질 수 있는 상태니까요.


그녀가

확실한 관계를 원하게 되는 순간,


혹은


그 친구가

돌아오는 순간,


혹은


당신이

더 이상 이 상태를

버티지 못하는 순간.


그때


이 관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 관계를

“지금처럼 유지하고 싶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어느 순간에는

“책임 있는 형태로 만들 준비가 된 사람”입니까.


이건

결혼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신이 말한 것처럼


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 아니라


“그녀의 안정감”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관계가

당신에게는 편안할 수 있지만,


그녀에게도

같은 의미인지,


그건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지만,


유지되는 방식은

결국


선택으로 만들어지니까요.


지금 당신은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선택 앞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시간이 아니라

당신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묻습니다


친구가 떠났습니다.


가정은 이미 무너졌고,


남겨진 친구의 아내와


함께 살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


이 관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1. 이미 관계는 끝난 것이므로 문제없다

2. 이혼 전이라면 어떤 이유로도 시작하면 안 된다

3. 사랑은 이해되지만, 지금 상태는 위험하다

4. 결혼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관계다

5. 결국 정리를 하지 않으면 모두가 상처받는다


그리고 하나 더 묻고 싶습니다.


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일까요,


책임일까요,


타이밍일까요,


아니면

정리일까요.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이 상황에 있다면


지금의 편안함을 유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불편하더라도 관계를 정리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번 이야기는


누가 맞고 틀렸는지를

가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까지를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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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