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사랑:독자 사연

첫사랑을 다시 만났습니다

by 유혜성

하면 안 되는 사랑:독자 사연


<첫사랑을 다시 만났습니다>


작가님께.


저는 서른여섯입니다.

결혼 5년 차,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첫째는 네 살,

둘째는 두 살입니다.


제 하루는

아이들로 시작해서

아이들로 끝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기저귀를 갈고,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 준비를 하고,


낮에는

둘째를 안고 집안을 돌보고,


저녁이 되면

아이들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웁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남편은

성실한 사람입니다.


아침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고,


생활비는

빠짐없이 줍니다.


아이들 교육비,

식비,

반찬값,


생활이 돌아갈 만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이.


그래서

우리는

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느낌은

잘 모르겠습니다.


대화는

거의 없습니다.


“애들 재웠어?”

“뭐 먹지?”


그 정도의 말만 오갑니다.


밥을 먹고 나면

남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들어갑니다.


문이 닫히고 나면


집 안에는

아이들 숨소리랑

제 숨소리만 남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은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잠깐 들렀다 가는

하숙생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도 아닙니다.


몸도, 마음도

오래전부터

말라 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아이들과만 웃고,

아이들과만 이야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엄마라는 역할만 남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얼마 전

아이 유치원 행사 끝나고

근처 카페에 들렀습니다.


그날

그를 만났습니다.


대학교 때

좋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래,

그리고 애매하게

좋아했던 사람.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 또 멀어지고,


결국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조용해졌고,


조금 더

단단해졌을 뿐,


여전히

그 사람이었습니다.


저를 보더니

잠깐 멈췄다가 말했습니다.


“오랜만이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집에 와서도

그 말을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우리는

그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별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지금 어떻게 사는지,


그 정도.


그는 아직

혼자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점심을 한 번 먹고,

커피를 몇 번 마셨습니다.


그는

항상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너… 예전처럼 나 좋아하면 안 돼.”


“나는 혼자고,

너는 애 둘 엄마잖아.”


“우리는 그냥

예전에 알던 사람으로 있는 게 맞아.”


그 말이


이상하게

더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멀어지자는 말인데,


완전히 놓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가까이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완전히 아무 감정 없는 사이는 아니라는 걸.


어느 날은


커피를 마시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끔… 생각은 했어.”


“그때 우리가

조금만 덜 어렸으면 어땠을까.”


그리고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그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는

계속 멈추려 하고,


저는

그 자리에서

자꾸 마음이 머뭅니다.


그런데도


그는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헷갈립니다.


저는

아이들을 재워놓고


그와 나눈 메시지를

다시 읽습니다.


그리고 가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주 잠깐,


다른 삶을 상상해 봅니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둘이 커피를 마시고,


아무 일 없는 얼굴로

같이 걷는 장면들.


그건

계획도 아니고,


욕심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순간입니다.


그냥


잠깐

숨이 쉬어지는 느낌입니다.



이건

욕심일까요.


아니면


그냥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요.


엄마가 되면


이런 마음은

다 접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왜 아직


이렇게

마음이 움직일까요.


-36살,

두 아이의 엄마

작가의 답장


<미완성은 오래 남지만, 선택은 현재에 있습니다>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누가 더 흔들렸는지 따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당신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연락을 끊지 못하고,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도

과거를 꺼내는 이유는


그 역시

같은 감정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당신은

그 마음을 붙잡고 있고,


그는

그 마음을 멈추려 애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관계는


한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둘이 함께 이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더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건

단순한 호기심이나 충동이 아닙니다.


그 시절의 나,


끝내 정리되지 않았던 감정,


엄마가 되면서

잠시 밀려났던 나 자신이


한꺼번에 돌아온 것입니다.


그 남자 역시


당신이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더 멈추려 하고,


그 사실 때문에

더 흔들립니다.


그래서 이 감정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다고 말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설렘은

책임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책임은

설렘을 완전히 없애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선택은


그 사람인가,

남편인가가 아니라


이 감정을


여기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삶 안으로 가져올 것인지입니다.


미완성은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더 선명하고,

그래서 더 잊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성은

항상 대가를 요구합니다.


관계든,

삶이든,

사람이든.


그래서

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이 붙잡고 싶은 건


그 사람입니까,


아니면


그 사람을 통해

다시 살아난 ‘나’입니까.


그 질문 앞에서


조금만 더

솔직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당신을 지키는 선택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러분께 묻습니다


36살.

아이 둘.

성실한 배우자.

그리고

우연히 다시 만난 첫사랑.


아무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생각나고,

계속 연락하고,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습니다.


이건


이미 시작된 걸까요

아니면 아직 아무 일도 아닌 걸까요


여러분이라면,


1. 마음이 움직인 순간 이미 시작이다

2. 행동이 없으면 아직 아니다

3. 이해는 되지만 지금 멈춰야 한다

4.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감정이다


그리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묻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더 문제라고 보시는 건

지금 배우자와의 관계가 이미 멀어졌다는 점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일까요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어디에 더 가깝다고 보십니까.


마지막으로,


만약 이 상황이

내 이야기라면


1. 그 사람과의 연락과 만남을 끊는다

2. 지금 상태를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를 기다린다

3. 지금의 결혼 생활을 먼저 돌아보고 관계를 바꿔본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건

지금 멈출 수 있는 감정일까요,


아니면

이미 시작되면 늦은 감정일까요.


여러분의 기준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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