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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02. 2023

새 창을 통해 계절을 즐긴다

30년 된 아파트 내외부 새시 교체

새시(sash) : 철, 스테인리스강, 알루미늄 따위를 재료로 하여 만든 창의 틀.


흔히 샷시라고 말하는데 표준어는 새시(sash)란다. 어색하지만 앞으로는 샷시 대신 새시라는 말을 사용해야겠다.



올해 8월 초에 내외부 새시 교체와 베란다 탄성 코트 공사를 했다. 30년 가까이 된 아파트의 오래된 유리문을 모두 떼어내고 새것으로 달았다. 앞 베란다 외부 새시, 뒷 베란다 외부 새시, 그리고 거실에서 앞 베란다로 통하는 문, 주방에서 뒷 베란다로 통하는 문, 안방, 중간 방, 작은 방의 창문까지 모두 교체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여름날, 힘든 과정이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다.


공사 전에 해야할 일이 많다. 살아온 세월만큼 쌓여 있는 베란다의 짐들을 모두 끌어내야 한다. 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 베란다의 다용도실과 뒷 베란다의 양쪽 선반에서 있는 지도 몰랐던 물건들이 속속 발견되었다. 쓸모없는 것들, 너무 오래된 것들을 과감히 버렸다. 웬만해서는 버리지 않던 남편도 새시 교체 후 깔끔해질 우리 집을 기대해서인지 불만 없이 짐을 밖으로 날랐다.


우리 집 새시는 그 유명한 KCC에 맡겼다. 아파트 광고판에서 우연히 보게 된 전단지를 가져와 한번 알아봐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비용도 착하고 전문가다운 매끄러운 일처리로 기대 이상이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큰 아파트에 비하면 작고 오래된 우리 아파트의 변신이 우스울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새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만큼이나 설레고 큰 돈을 들여야 하는 우리 집의 거사였다. 



30년 된 아파트가 새 새시 덕분에 말끔해졌다. 남편이 진즉에 할 걸 그랬다고 거듭 말한다. 앞뒤 베란다 공사를 하느라고 지저분했던 베란다 짐을 정리한 것이 너무 개운하다. 이제 쓰지 않는 것들 쌓아놓지 않고 수시로 치우며 살자고 마음먹는다. 



평소 내 블로그에 광고해달라는 업체가 많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일, 사용해보지 않은 제품을 무책임하게 광고하고 돈을 벌 순 없다는 생각에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이렇게 내 맘에 쏙 드는 공사는 자연스레 여기저기 떠벌리게 된다. 이게 진정한 광고, 입소문일 것이다. 우리 집 공사를 해주신 책임자분께 자진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계절엔 일이 많은데 겨울에는 좀 한가하다고 말씀하셔서 12월을 맞이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새시를 바꾸고 창이 환해지면서 나는 창밖 은행 나무를 통해 가을을 흠뻑 즐길 수 있었다. 내 책상은 거실에 있고 우리 집은 2층이다. 요즘엔 은행잎이 거의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 새들이 찾아와 지저귄다. 또다른 즐거움이다.


오래된 우리 집 새시 공사로 나는 여행을 가지 않고도 계절과 날씨를 즐기며 지루함 없이 지냈다. 창이 바뀌니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도 맑아진 듯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낡고 지저분한 집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이사를 가야하나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새시 한번 바꿔 보세요' 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여행가서 깨끗한 호텔에 묵을 때의 기분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다. 겨울이 되니 새시의 효과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중앙 난방을 하는 아파트라 추위를 타는 손님들은 우리 집에 오면  "아휴, 집이 왜 이렇게 추워?" 했는데 이젠 그럴 염려가 없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훈훈함이 나를 맞이한다. 곧 휴가 나오는 우리 큰아들 방도 예전 같지 않게 무척 따뜻해졌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어디 여행가지 않고도 포근한 우리 집에서 우리 네 식구 단란한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새시 교체로 나의 일상이 여행처럼 즐겁고 설레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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