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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Nov 25. 2023

2박 3일 진도 여행, 진도 맛집 코스

여행의 맛!

진도 여행의 백미는 음식이다. 2박 3일 동안 푸짐하게 잘 먹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에게 진도의 음식은 최고였다. 게다가 동서 친구가 소개해준 서망항 수산물 가게 사장님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까지 챙겨주셔서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먹거리 잔치였다. 이번 진도 여행에서 우리 가족이 먹었던 음식을 정리해봤다. 


1. 해신탕


진도 여행 첫날, 우리 저녁 식사는 <말굽 소리 들리는 먹방>에서였다. 동서 친구가 잘 아는 식당으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다. 식당 뒷뜰로 가면 열 마리 넘는 말을 구경할 수 있다. 식당 앞에는 잘 생긴 개들도 있다. 동서가 친구를 통해 미리 주문해 놓은 메뉴는 바로 해신탕.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능이버섯으로 국물을 냈다. 큼직한 토종닭에 살아있는 튼실한 낙지가 두 마리나 들어갔다. 국물을 먹는 순간 '아, 몸에 좋은 것이 들어가는구나' 싶다. 길게 자른 낙지 다리는 부들부들 너무 부드럽다. 비싼 해신탕이 맛있는 건 당연한 것일지 모르지만 이 식당이 좋았던 건 밑반찬이 하나같이 다 맛있다는 점이다. 김치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다. 단체 손님을 받느라 새벽 1시부터 준비하셨다는 식당 사장님 내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함께 술 한 잔 했다. 섬 사람들과의 낯선 대화는 차려진 음식만큼이나 맛깔스러웠다. 



2. 자연산 돌돔 회와 갑오징어


서망항에서 자연산 돌돔과 갑오징어를 샀다. 도시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자태의 횟감을 아깝지 않은 가격에 사고 골뱅이, 소라, 작은 갑오징어를 덤으로 받았다. 타지에선 '아는 사람'의 힘이 짱이다. 핏물만 뺀 돌돔과 싱싱한 해산물을 담아  <말굽 소리 들리는 먹방>으로 갔다. 동네에서 회 좀 치는 걸로 유명한 지인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개인용 회칼을 들고 나타났다.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생애 처음 먹어보는 자연산 돌돔은 인천에서 먹던 광어나 우럭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해신탕에 자연산 돌돔 회, 갑오징어 데침까지 우리 진도 여행 첫날의 저녁상은 푸짐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거한 한상이었다. 



3. 복탕


여행 첫날 좋은 안주에 마음껏 과음했다. 안주가 좋아서인지, 공기가 좋아서인지 다음날 아침 숙취 없이 가벼운 몸으로 잠에서 깼다. 동서 커플이 준비한 코스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해장을 할 수 있는 <굴포식당>에 갔다. 이미 진도 맛집으로 유명해서 늦게 가면 재료 소진으로 못 먹을 수도 있는 곳이란다. 진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졸복을 푹 고아서 끓인 복탕이었다. 가시가 많고 도시의 복탕과는 다른 느낌이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음식이라는데 우리 부부는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이 너무 맛있어서 복탕 한 그릇에 소주까지 해장 제대로 했다. 맛집의 포스가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우리가 다녀갔다고 천장에 이름도 적어 넣었다.




4. 게찜과 자연산 전복 그리고 홍주

 

둘째 날 저녁은 서망항에서 산 꽃게와 서비스로 받은 자연산 전복 한 마리, 그리고 삼겹살이다. 진도 홍주가 유명하다고 해서 40도 짜리 한 병 맛보기로 했다. 여행 중에 삼겹살은 진리다. 아무리 해산물이 좋아도 고기를 빼놓으면 서운하다. 꽃게는 찜으로 전복은 회로, 전날 덤으로 받은 소라와 골뱅이도 쪄서 썰어놓으니 한 접시 그득하다. 고기 냄새와 바다향이 어우러진 저녁 한 상이 차려졌다. 진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우리는 신나게 웃고 떠들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다. 지금이 우리의 가장 젊은 때라는 걸 잊지 않겠다는 듯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5. 반찬 맛있는 청국장과 돌솥밥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진도읍 맛집을 찾았다. 진도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다. <콩밭에>라는 식당에서 두부 요리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나는 청국장, 남편은 하얀순두부, 시동생 커플은 해물순두부로 주문했다. 돌솥밥이 세트다. 우리가 가본 진도의 모든 식당은 밑반찬이 많고 다 맛있다. 후회할 일이 거의 없다. 이곳에서의 아침 식사도 역시 대만족이었다. 청국장은 구수했고 양도 푸짐했다.하얀순두부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계란말이와 오이무침은 한 번 더 시켜서 싹 비웠다. 마무리는 누룽지로. 점심은 목포에 가서 먹기로 했다.




6. 병어 조림

 

 KTX를 타기 위해 목포로 간다. 렌트카를 반납하기 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번 여행 마지막 끼니다. 동서가 검색해서 알아본 곳은 목포역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하당일번지>. 메뉴판에는 다양한 회와 조림이 적혀 있다. 7만원 짜리 병어조림 대자로 주문했다. 병어가 네 마리 들어간다니 1인당 한 마리씩 먹기로 하고. 깔린 밑반찬 중에 내 입맛을 돋운 건 황석어젓갈이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을 오랜만에 맛보니 자연스레 엄마 생각이... 


 식사가 끝나갈 무렵 주방 안에 계시던 여사장님이 나오셔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내 말투에 "역시 여자는 윗쪽에서 키워야 혀. 말투가 사근사근 이쁘잖여. 여기 사람들은 말이 너무 씬게." 하신다. 평소 '씩씩하다, 장군감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내 목소리에 이쁘다고 해주시니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얼마 전에 공문이 내려왔는디 손님들헌티 말 좀 곱게 하라더라고. 말이 너무 씬게 식당 오는 손님들이 불편해 헌다고. 그기 쉽나? 나거치 여기서만 산 사람이?" 하시며 말꼬리를 어색하게 내리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함께 웃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잘 멕었습니다. 그냥 사장님 말투 그대로 하셔요. 정감 있고 좋아요." 했더니 서빙 보던 아들과 환하게 웃으시며 "잘 가고 또 와요." 하시며 기분좋게 배웅해 주셨다.



맛있는 진도 여행!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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