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쾌한 주용씨 Jan 01. 2024

2024년 무슨 책으로 시작할까?

새해 첫날,  해돋이와 책!

새해 첫날, 3년째 남편과 해돋이를 보러 동네 청량산에 올랐다. 인천 청량산으로 해맞이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매해 늘고 있다. 산 입구에 차들이 줄지어 있다. 동해안 정동진이나 유명산으로 멀리까지 마중나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30분 전쯤 천천히 집을 나선다. 또 한번 청량산과 가까운 우리 집에 대한 만족감으로 흐뭇해한다. 작년엔 해가 떠오르는 순간 문득 1년 단주를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가 두 달도 못 채우고 포기했었다. 올해는 절대로 무모한 약속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올해는 나에 대한 소원은 묻어두고 우리 재수생 둘째아들 제발 대학 신입생이 될 수 있기를, 암과 싸우고 있는 우리 큰언니의 병이 호전되어 건강 되찾기를 간절히 빌었다. 더 이상 욕심내면 소원을 들어주시는 분이 피곤해하며 짜증내실까봐 눈치 보며 딱 두 가지만 내밀었다. 다른 것들은 내 힘으로 내 의지대로 해나갈 테니 정말 올해는 작은아들과 큰언니만 보살펴 달라고 말이다. 새해 첫날은 해돋이로 시작해야 마음이 놓인다. 매일 뜨는 해인데 1월 1일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면 소원을 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를 잃는 것처럼 상실감으로 헛헛하니 말이다. 



집에 돌아와 2024년을 시작할 책을 가려냈다. 2024년 다이어리를 준비하며 미리 구입해둔 책도 있고 며칠 전에 서점에 달려가 사온 책도 있다. 이틀 전부터 문학평론가 신형철의《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기 시작했는데 참 좋다. 문장이 깔끔하면서도 섬세하다. 책과 영화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평론은 배울 거리가 많다.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 책을 읽다가 신형철이 인생의 책 베스트 5권 중 하나로 꼽은 존 윌리암스의 소설《스토너》를 사와서 함께 읽기 시작했다. 잠자리에서 스탠드 켜놓고 《스토너》를 읽고 있는데 새벽에 자꾸 깨서 책을 붙들게 된다. 이 두 권의 책으로 연말을 함께해서인지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다른 해에 비해 차분하고 경건했다. 내가 어쩌면 인생을 조금 깊이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야 내 인생에 제대로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1월에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읽고 싶은 책들만 가려냈는데도 이렇게 많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극찬하며 추천한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가장 기대되는 책 중 하나이다. 민음사의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돌연한 출발》과 《버지니아 울프》도 대작가의 문체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읽기 전부터 설렌다.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새해를 맞이하기 전부터 자꾸만 눈이 갔다. 책도 딱 끌리는 시기가 있는데 지금 나에게 《월든》이 끌린다. 그리고 정말 읽고 싶어서 샀는데 책장에 꽂아두기만 하고 시작할 엄두를 못내고 있던 단테의 《신곡》도 읽은 마음이 생겼다. 2024년 나는 읽는 사람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나는 쓰려고 읽는다. 더 잘 쓰고 싶어서, 내 문체를 갖고 싶어서, 평생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그래서 더 많이 읽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독서 이력이 너무 보잘 것 없는 것 같아 무조건 양적으로 채우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그러다보니 읽기 편한 책, 빨리 읽을 수 있는 책, 유명한 책, 베스트셀러, 신간 등 책을 고르는 기준이 고르지 못했다. 정말 좋은 책, 나에게 꼭 필요한 책, 두 번 세 번 읽어도 모자란 책 등을 가려내지 못하고 허겁지겁 내 고픈 속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젠 책 한 권을 골라도 여러 번 생각하고, 그 책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기대를 품게 되는 책을 선택한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반복해서 곱씹으며 몸으로 마음으로 새긴다. 읽을 수 있는 책의 권 수는 줄었지만 깊게 읽은 책 덕분에 나는 달라진다. 2024년 내가 읽는 모든 책들이 나에게 온전히 스며들기를, 그래서 내 글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전 07화 최은미 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