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3박 4일 여행 마지막날 3일째, 우리는 짐을 챙겨 놓고 동피랑 거리를 걸었다. 숙소가 동피랑 입구라 그런지 관광지가 아니라 살던 동네에서 아침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통영의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재미있는 벽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걷는 재미를 더한다. 평일 아침이라 관광객이 거의 없는, 우리 부부만의 한적한 산책이었다.
동피랑 마을 입구에 위치한 <카페이스트힐>은 우리 숙소인 <통영프레전트펜션> 사장님이 운영하신다. 그래서 숙박객은 음료 50% 그밖에 먹거리 10% 할인 혜택이 있다. 그날 우리의 아침은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샌드위치였다. 커피 맛도 좋았고 무엇보다 수제샌드위치의 퀄리티가 높았다. 남편은 이제까지 먹은 샌드위치 중에 최고라며(한식을 주로 먹는 남편이 샌드위치를 먹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매우 흡족해했다. 든든하고 분위기 있는 한 끼 식사였다.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동피랑에서 멀지 않은 <디피랑&남망산 조각 공원>을 둘러보았다. 디피랑은 밤에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입장료를 내고 늦은 시간에 오는 사람이 많은 관광지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나 젊은 연인들이 좋아할 만한 코스라 판단하고 우리 부부는 아침 산책으로 이곳을 선택했다. 낮에는 입장료가 따로 없다.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이런 곳이 딱이다.
미륵산에 있는 통영 케이블카를 탔다. 왕복 17,000원이다. 지역마다 있는 케이블카를 굳이 또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미륵산 정상까지 걸을 수 있다고 하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고 해서 선택한 코스다. 하늘 위에서는 아무튼 기분이 두둥실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우리 부부는 미륵산 정상까지 또 걸었다. 10월인데도 덥다. 반팔을 입고 썬글라스를 끼고 여름 휴가 온 사람들처럼 땀 흘리며 올랐다. 올라갈수록 경치는 좋다. 산은 역시 정상에 올라야 맛이다.
점심으로 선택한 곳은 간단히 먹을 생각으로 <심가네해물짬뽕>이었다. 여기 안 왔으면 어쩔 뻔!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 요리해 주시는 분이나 운영하시는 사장님께 그저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 가게가 오래오래 없어지지 않고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다음에는 짬뽕 좋아하는 우리 두 아들과 꼭 함께 와야지 생각했다. 빨간 짬뽕, 하얀 짬뽕 모두 끝내주는 맛이다. 국물까지 남김 없이 먹었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만 원 짜리 귀한 짬뽕이다.
통영 여행 마지막 날이다. 해지는 풍경이 끝내준다는<달아공원>을 찾았다. 해지는 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해는 뜰 때도 장관이지만 질 때도 이토록 아름답다. 저무는 풍경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야지 생각했다. 자연은 인간에게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깨달음까지 전한다. 우리 부부의 인생 후반기는 자연 가까운 곳에서! 다시 한번 마음먹는다.
통영에서의 마지막 밤은 <통영그레이호텔>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통영대물다찌>에서 푸짐하게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찌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다 있다. 너무 많은 가짓수에 놀라서 기록을 남기자 싶어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지만 아마 몇 개는 놓쳤을 수도...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잘 먹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이렇게 먹는 건 아니지 싶었다. 통영에서 먹거리하면 '다찌'라고 하길래 먹기는 했지만 한번 먹어봤으면 됐다. 1인당 4만원 가격은 아깝지 않지만 한 끼를 이렇게까지 먹을 필요는 없다. 점심 때 먹었던 만원 짜리 짬뽕이 주는 만족도가 더 컸다. 1인분에 맞는 푸짐한 양, 그리고 요즘 물가에 비하면 착한 가격이었으니까.
통영에서의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래며 통영항 밤거리를 잠시 산책했다. 몽골 영화를 찍는다는 영화인들을 보며 우리 큰아들을 생각했다. 언젠가 우리 아들도 저들처럼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날이 오려나. 아들의 꿈 가까이에서 엄마는 항상 서성인다. 여행지에서도 우리 부부의 이야기 소재는 아들들이다. 20대 두 아들이 건강하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크다. 일상을 여행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살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