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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유쾌한 50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지!

성실한 사람은 악마가 못 건드려... 건강한 루틴 만들기!

by 유쾌한 주용씨


2025년 6월 16일 월요일


슬럼프의 뒤에 숨어 몇 달 동안 나의 나태함과 흔들림을 합리화했다. 주변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나 자신은 안다. 내가 내 꿈과 미래에 얼마나 불성실했는지.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내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인생까지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없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내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움추려 있는 건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행동해야겠다.


어제 머리를 짧게 잘랐다. 50년 넘는 내 인생 대부분을 숏컷으로 살아왔는데 몇 달 간 다른 스타일을 넘보다가 다시 내 모습으로 돌아온 셈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익숙하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만 좀 축이면 바로 외출이 가능하다. 샴프도 한 번만 펌핑, 드라이 시간도 3분에 1로 줄었다. 간편한 머리 스타일로 하루 루틴 중 벌써 2개를 끝냈다. 새벽 기상(새벽 5시, 술 안 마시고 일찍 잠들어서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일어났다)과 아침 운동(7시에 헬스장에 갈까 했는데 어제 비 온 뒤 청량산의 맑은 공기가 생각나 등산으로 변경했다).


오늘부터 시작이라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이렇게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 건 책 덕분이다. 금요일에 학원 출근하기 전, 교보문고에 들러 2시간 정도 책 주변을 서성댔다. 나를 붙잡아 줄 한 권이, 아니 한 문장이라도 간절했다. 그러다가 필사 책 코너에서 『필사는 도끼다』를 발견, 이거다 싶었다. 아름다운 시나 유명 작가의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책들은 흔한데 이 책은 인터뷰어 김지수가 10년 동안 만난 인터뷰이들의 말들 중 울림이 컸던 130여 개의 발화를 뽑아내 구성했다는 게 특이했다. 인생 선배들의 육성을 듣는 기분이랄까.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 시간이 주인공인 세상에서 미끄러지는 기분이 들 때마다, 저 또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습니다. 나도 살기 위해, 나라는 실물로 존재하기 위해, 우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흘러넘치는 언어의 플로우flow에서 '존재의 좌표'를 찍기 위해 나만의 언어를 꽉 붙들어야 합니다.

김지수의 『필사는 도끼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의 첫 장은 1920년 생 김형석 철학자의 말이다. 50대의 난 죽을 때까지 글쓰고 강연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런 내게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새기고 싶은 언어였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게으름을 피웠던 내게 촌철살인이 되어 가슴을 찔렀다. 도끼가 되어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카프카) 좀처럼 깨질 것 같지 않던 내 침침한 고집을 깨고 환한 세상으로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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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사람은 악마가 건드리지 못합니다.
유혹을 받는 것은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2026년 8월 김형석 인터뷰 중에서



어젯밤 "내일부터 다시 시작"을 다짐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습관을 루틴으로 만들기로 했다. 4개월 이상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PDS 다이어리를 꺼내 TASK TRACKER 6가지를 채웠다. 몸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내 일상에 꼭 채우고 싶은 것들이다.


1. 단주
2. 새벽 기상
3. 운동
4. 매일 글쓰기
5. 필사와 독서
6. 야식 금지


산에서 내려오는 길 듣던 음악을 멈추고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봤다. 책만큼은 아니지만 다짐을 실천하는 첫날, 으샤으샤 힘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9시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6가지 중 3가지를 해냈다. 오랜만에 나의 하루가 기대된다.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지!'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파이팅 넘치는 아침이다.


https://youtu.be/1Yfgzirxcys?si=AN8WgfWzAY4nkq9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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