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 후 몸과 마음의 변화

단주 15일을 넘기고...

by 유쾌한 주용씨

단주를 결심하고 2주가 지났다. 아는 언니가 내가 술 없이 절대로 견디지 못할 거라고 장담했던 보름을 넘겼다. 처음 3일이 제일 힘들었지만 2kg 정도 체중 감소로 탄력을 받아 힘을 낼 수 있었다. 초기에 비해 체중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단주가 아닌 다이어트에만 집중했다면 결과에 실망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다이어트보다 단주가 우선이다. 술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면 식욕까지 억제하지는 말자고 타협했다.


그동안 내 몸에 켜켜이 쌓였던 노폐물과 불순물이 어떻게 단숨에 빠져나갈 수 있겠는가. 조금씩이지만 체중이 줄고 있다. 소소한 이 재미에 간헐적 단식과 식단 조절에 신경을 쓴다. 저녁을 일찍 먹고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다. 덕분에 새벽 기상 시간이 더 빨라졌다. 맛있는 음식보다는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에 집중한다. 배가 부를 때까지 먹지 말고 허기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하지만 아직 양 조절은 쉽지 않다.


술을 마시지 않고 잠이 드니 새벽 기상이 훨씬 편하다.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지고 명상으로 하는 머리서기 자세는 눈을 감아도 안정적이다. 가스가 가득 차서 불룩하고 팽팽했던 배가 말랑말랑해졌고 매일 아침 퉁퉁 부어있던 눈은 쌍꺼풀이 선명해졌다. 턱선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터질 듯한 바지에 살짝 여유가 생겼다.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몸의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단주를 결심하고 최대의 고비는 가족 여수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두 아들까지 함께 한 여행이라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처음 가 본 여수 밤바다의 낭만포차 거리는 술을 안 마시던 사람도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이었다. 남편과 큰아들의 권유에도 나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두 사람의 술잔을 채워줬다. 숙소에 돌아와 남편과 두 아들은 컵라면까지 먹으며 여행의 밤을 마음껏 즐겼다. 나는 그 곁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세 남자를 보며 일찍 잠들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걸으며 동네 산책까지 했다. 성인이 된 후 술이 빠진 여행은 아마도 처음인 듯하다.


여행의 고비를 잘 넘기고 단주 실천 2주가 지나고 나니 자신감이 붙고 조급했던 마음은 좀 느긋해졌다. 아침에 한 번씩 체중계에 오르지만 숫자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발짝 내딛였을 뿐이다. 지치지 않으려면, 포기하지 않으려면 욕심은 내려놓고 천천히 꾸준히 가야 한다는 걸 나이가 알려주지 않던가. 50은 단주와 다이어트 하기에 딱 좋은 나이일지 모른다.


단주를 결심한 날이 남편과 전라도 고창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여수 여행과는 달리 실컷 먹고 마시며 즐긴 탓에 체중이 최고치에 올라와 있었다. 67kg을 넘긴 체중계를 내려오며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올해 말까지 3개월도 안 남은 때였는데 55kg, 55size라는 다소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이젠 체중 6이라는 앞자리를 5로 바꾸고 58, 57kg만 되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게 되어 있고 급하게 뺀 살은 요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음주 생활 30년 중 가장 긴 단주 기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살이 쭉 빠진 몸매는 아니더라도 단주와 함께 다이어트 효과도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다. 11월 23주년 결혼 기념일에 예정된 여행에서는 전보다 훨씬 당당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88일 동안 단주에 성공한 올해 마지막날에는 나에게 예쁜 옷 한 벌 선물하고 가족과 함께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할 계획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단주를 15일 넘게 이어가고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단주 성공 축하 파티를 하고 2022년을 맞이하면 1년 동안 술 없는 생활이 완전히 습관으로 자리잡도록 하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서서히 탄탄한 몸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적어도 일 년은 단주를 이어가고 다이어트를 지속해야만 요요 없이 평생 가볍고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다. 단기간 반짝하는 단주와 다이어트는 의미 없다.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도전과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번만큼은 절대로 중간에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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