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그 현기증 나는 아름다움

16:8 간헐적 단식

by 유쾌한 주용씨

한동안 다이어트 방법으로 간헐적 단식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SBS 스페셜 2019 끼니반란>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래, 이거다’ 싶었다. 16시간 속을 비우고 8시간만 먹는 16:8 간헐적 단식이라면 단기간이 아닌 습관으로도 가능할 것 같았다. 관련 책을 몇 권씩 읽으며 나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식을 찾았다며 흥분했다. 실제로 며칠 만에 체중 1,2kg이 빠졌다. 2주 만에 3,4kg이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그만둔 후에는 어김없이 요요가 찾아왔다. 아주 빠르게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거나 살이 더 찌는 경우도 있었다.


원인은 또 술이었다. 하루 8시간만 먹어야 한다고 낮술을 마시기도 했고, 16시간 공복을 지켰으니 부담없이 과음과 과식을 하기도 했다. 비울 거니까 채울 때는 종류에 상관없이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술을 끊지 못하는 대신 16:8 간헐적 단식을 택한 셈이다. 살이 빠지기는커녕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꼴이 되었다. 정말 이대로는 안되는데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술을 마시면서 건강한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단주를 결심하고 이참에 다이어트에도 성공하자는 각오로 다시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밤에 술을 마시지 않고 저녁을 6시 전에 끝내려고 노력했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으면 술과 야식이 생각날 테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원래 새벽 5시 기상이 습관이 되어 있었는데 술을 마시지 않고 9시에서 10시에 잠이 드니 새벽 4에 일어나기도 했다. 따뜻한 물이 좋다고 해서 차를 끓여 마시기 시작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 아침 6시쯤 공복에 1시간 정도 산책을 했다.


한동안은 아침에 배가 몹시 고팠다. 전날 저녁 일찍 식사를 마치고 새벽에 일어나 활동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했지만 9시에 먹는 아침에 과식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16시간 공복 시간을 지키고 단주를 하고 있으니 8시간 동안은 먹는 횟수와 양에 제한을 두지는 않기로 했다. 배가 고파서 술을 마시게 되는 일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단주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면서 차츰 허기에 익숙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 9시가 되어도 허겁지겁 먹지 않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단주 3일을 넘겼을 때부터 붓기가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남편이 내게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아는 체를 했지만 솔직히 술을 참아가며 기대한 체중 변화에는 훨씬 못 미쳤다. 단주의 효과를 높이면서 신이 나서 단주를 지속하려면 몸의 변화가 두드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8 간헐적 단식을 의식하고 있지만 식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밥과 면 중심에 국물과 짠 반찬 위주의 세 끼를 바꿔야 했다.


"간헐적 단식+채소 듬뿍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하고 날씬한 몸이 된 박영희의 『소소한 근육과 슬기로운 식사가 필요합니다』를 참고하기로 했다. 그녀는 나이 49세, 키 164, 몸무게 65.5로 다이어트를 시작해 다이어트 3개월째 53.5, 다이어트 4개월째 49.5가 되어서 지금은 편안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나와 나이, 신체 사이즈가 비슷하다. 나는 올해 말에 55kg, 55size를 최고의 목표를 삼았다. 처음엔 단주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식단의 변화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식습관을 지니고 있었는데 단기간 술을 안 마시는 것만으로 날씬한 몸까지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이었다.


나의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줄이기 시작했다. 흰 쌀밥을 먹지 않는다. 그 좋아하던 칼국수와 냉면을 끊었다. 외식할 때 고기를 밥과 술 없이 쌈에 싸서 먹는다. 농산물 시장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야채를 한보따리 사 온다. 채소는 가격면에서 부담이 업어서 더욱 좋다. 집에서 매번 고기를 사 먹을 수는 없으니 저렴한 두부와 계란을 주식처럼 먹는다. 된장찌개를 먹어도 국물을 빼고 건데기만 골라 먹는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는다. 오래된 습관을 한꺼번에 뜯어 고치는 건 내 몸에 반발심을 불러 올 수 있다. ‘에라 모르겠다’하며 먹고 마시게 하지 않으려면 내 몸이 화나지 않게, 내 마음이 우울해지지 않게 잘 달래야 한다. 조금씩 자연스럽게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저녁에 가볍게 먹고 다음 날 공복에 아침 산책을 하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살짝 현기증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평소 술 마시고 잠이 들면 아침에 배에 가스가 차서 거북하고 산책을 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홀쭉해진 배와 붓기 빠진 팔다리가 내것이 아닌 듯 가벼웠다. 예전에는 ‘내가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쫄쫄 굶고 다녀야 해?’ 했었는데 먹고 마시는 즐거움 대신 가벼움이 주는 쾌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술 마시고 싶은 유혹을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채소와 단백질, 좋은 지방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16:8 간헐적 단식을 의식하며 생활한다. 체중 감소에 대한 조급함 대신 내 몸과 마음의 미세한 변화에 신경쓴다. 50세에 30년지기 술과 이별하며 나쁜 식습관까지 고쳐나가는 중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 내 몸을 생각하는 식습관을 실천하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음악 삼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매일 조금씩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있다’는 주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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