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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Jan 21. 2024

골프장에 간식을 들고 오는 건

호구라서가 아니라 우정을 들고 오는거야



항상 골프장에 간식을 들고 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빈손으로 와선 불평인 사람도 있다. 


준비하는 자세부터 두 사람은 다르다. 간식을 챙겨오는 사람은 동반자와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맘이 크다. 하루가 소풍이 되고 운동하는 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살아가는 자세도 어쩌면 비슷할지 모른다. 상대를 위한 배려, 관심 등이 몸에 밴 사람이다. 귀찮고 무거운 간식을 든다는 건, 오늘 하루가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빈손으로 와선 오로지 골프만 신경 쓰는 사람은 나는 썩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골프장에 왔으면 당연히 골프만 생각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하다. 우린 골프란 운동을 하러 갔고 골프는 매홀 점수를 매겨 골퍼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임을 누구나 안다. 


그래도 가끔 여유를 가지고 승부를 떠나 소풍 온 듯 놀고 가는 건 어떨까.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하루로 지나가길 바랄까. 뒤풀이 장소에서 오늘 스윙에 대해 얘기하긴 보다 재미있던 이야기가 주된 화제 아니었나. 늘 우린 웃으며 복기했었다. 


무엇을? 즐거웠던 상황, 상대방의 실수에 박장대소하며 웃었던 이야기에 18홀이 더 기억에 남았었다. 물론 멋진 스윙과 생각지 못한 버디들도 즐거움의 원인이 되지만 말이다. 






위로


간식을 들고 오길 잘했다

어차피 잃을 돈 기분이라도 좋구나


오장을 치자는 친구에게

오장이 좋다고 맞장구치며 웃는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하루

네가 마실 커피와 달달한 마카롱은

노곤한 세월에 지친

너의 맘을 애 만지며 달랜다



다음, 또 다음 너는 나를 찾는구나

난 위로를 가득 안고 부름에 응하고

진심을 다해 귀 기울이면

고단한 나날 중 생애 최고의 골프를 만난다


우정을 들고 가길 잘했다

애초에 자웅을 겨루던 게 아니잖니





가끔 골프를 치고 와선 며칠간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즐거움에 위로가 더해질 때다. 어떤 친구와 공을 치고 며칠 동안 여운이 남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이 있다.


함께 운동하고 나면 

스코어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


낯선 상황에 직면해도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사람


어떤 상황에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사람


18홀 내내 인상 한 번 쓰지 않고 

미소가 떠나지 않는 사람


언제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매너도 좋고 동반자에게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간식을 들고 왔을 뿐이지만 그들은 안다. 오늘은 오늘뿐이란걸,  우리에겐 평생 스코어가 따라다니지 않는다. 항상 공을 치고 기억에 남는 건 함께 운동했던 동반자다. 단지 그 사람만 기억될 뿐이다. 다음에 다시 애프터 신청이 오는 골퍼가 된다면 언제든 즐거운 골프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골프 실력도 좋아 질 것이다.


간식을 들고 온 친구들은 늘 우정을 들고 돌아간다. 흔히 말하는 호구라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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