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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Feb 01. 2024

'연습만이 살길이다.' 스승님의 골프철학

앗, 쓰리퍼트


연습만이 살길이다. 진리처럼 모든 곳에 통하는 것 같다.



엄마는 가끔 주방에서 음식을 하시다가 "음식도 안 하니깐 까먹네"라며 혼자 중얼거리신다. 안 하니깐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나 역시도 레시피를 한참이나 쳐다봐야 기억이 날 때가 있으니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손맛이라고? 나는 레시피 비율이다. 가게가 일찍 끝나서 골프 연습장에 갔다. 요즘 가끔 연습장을 찾는다.



얼마 전 골프 동호회에서 공을 쳤었다. 어쩌다 한 번 운동이면 괜찮은데 생각해 보니 창피한 일이었다. 첫 홀이 끝나기 전에 깨달았다. 연습을 통해서 실력을 꾸준히 유지 향상해야 함을. 오랫동안 클럽을 안 잡았다는 핑계는 동반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지금 보여준 게 내 실력이다. 동반자들의 너그러운 포용과 이해를 넘어서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말았다. 형편없어도 너무 형편없고 엉망이었다. 음식처럼 골프도 까먹는 것 같다. 몸이 기억해 내려면 반복된 훈련이 필요한데  좋은 성적을 바랐던 나 자신이 비겁하고 씁쓸했다.



연습장에 자주 나타나니 스크린 골프로 붙자고 한다. 연습장에서 만난 선배들과 한 게임 치렀다. '아~ 내가 뭘 바랐을까?' 그들과 나의 1년의 공백은 스코어가 말해줬다. 꾸준히 훈련과 실전 게임을 통해 감각을 익혔던 선배들은 넘볼 수 없는 실력까지 향상되어 있었다. 분명히 그때에는 골프존 등급으로 나보다 낮았는데 상위 등급인 독수리가 되어있었다. 시간과 노력이 비례했구나. 역시 연습만이 답이란 걸 깨닫기 충분한 교훈이었다. 단 한 번의 필드와 스크린은 결과로 이야기하고 있다.



독수리들이 보는 난 역시나 형편없다고 했다. 와이파이처럼 좌우로 찢어지는 드라이버와 아이언을 보고 공이 맞는 게 신기하다고 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지금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걸 알려준 좋은 계기였다. 음식도, 글쓰기도, 골프라는 운동까지 자신에게 시간을 써야 한다. 어릴 때 배워두면 유연한 머리와 몸은 쉽게 이해하고 흡수한다. 난 늦게 시작한 만큼 곱절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함을 왜 잊고 있었을까?


가끔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은 묻는다. " 너 준프로급 수준이라며?" 어디에서 들었는지 출처도 밝히지 않고 물을 때면 홍당무가 된 얼굴이 답해준다. 수줍어서 그런지 거짓말에 대한 반응인지 애매한 해석을 하게 놔두고 얼른 자리를 피해 버린다.



연습할 때면 많은 기술보다 내 체형과 골프 철학을 대화했던 스승님이 가끔 생각난다. 심지어 골프를 대하는 자세만 봐도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스승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필드에 나가는 날이면 늘 해주시던 말씀이 있었다.  "스코어보다 중요한 건 평소의 연습, 어떤 훈련을 했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기억해야 해. 오늘 내 스윙이 어땠는지가 중요해." 그랬다. 연습이 전제되었을 때 이야기였다. 필드를 다녀오면 함께 18홀을 복기해 주셨다. 늘 사람 좋은 웃음을 하고 계셨지만 엄하게 꾸짖을 땐 제자를 사랑하는 맘이 충분히 느껴졌다. 골프를 사랑했던 건 어쩌면 연습했던 그 시간 때문이었다. 108배를 하듯 단순하면서 반복적인 나 자신을 마주한 순간이 절실해진다. 프로님보다 스승님이라 불렀던 그도 자꾸 생각난다.





경험과 노하우는 그린에서 평가된다고 했다. 퍼트와 숏게임이 실력이라고 말이다. 요즘 미치도록  꼭 2미터 남짓 퍼터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필드나 스크린이나 마치 정지선이 있는 것처럼 딱 홀컵 앞에 멈춰 서버 린다. 골프 실력을 빨리 향상하고 싶다면 출근할 때 10분, 퇴근해서 10분. 20분만 퍼트 연습을 해도 실력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말을 주워 들었다. 연습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물론 퍼트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20분도 투자하지 못하면서 월등한 실력자를 꿈꾸는 건 도둑놈 심보다.



모든 진리는 연습이었다. 글쓰기, 골프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연습을 해야 한다. 쓰리 퍼트를 남발하는 선배가 측은했는지 살며시 훈수를 두는 후배가 사랑스러웠다. "형, 퍼트요. 저 가르쳐 주던 프로님이 그냥 똑바로 만 치면 투 퍼트면 끝난다고 했어요." 안다. 사람 욕심이 그게 잘 안되더라. 퍼트 그까짓 것 뭐라고 호기롭게 덤비지만, 2미터 남짓 거리가 가장 멀다. 퍼트를 잡는 순간 머릿속은 정체되어 버린다. 연습장에 못 가면 20분이라도 퍼트 연습하고, 빈 스윙이라도 해야지. 도둑놈 심보는 갖지 말자.






쓰리 퍼트



2미터 남짓 퍼트

어찌 넣을 수 있겠는가

지저분함 맘

정신 사납게 팍팍 긁어대는 머릿속

그대는 어찌 그리 잘 넣는가

나는 어째 이 모양인가

후들거리며 잡은 그립

축축이 젖어간다

아, 마른하늘이여

내 손에는 소나기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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