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꿨을 땐 로또를 사라.
불안한 현재를 바꿀 용기
동료 A양이 점심을 자주 거르는 나에게 웬일로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줄은 어림짐작으로 알고 있었다.
까다로운 상사 C와 부대끼며 직장에서의 하루를 연명하는 처지는 동병상련이었으니까.
몇 마디 하소연과 공감이 위로가 되어 내일도 어김없이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다행이었다.
"저 요즘 꿈까지 꾼다니까요!!!"
A양의 말인즉슨 최근 상사 C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잠을 깬다는 것이다.
꿈속에 빈번히 출연하는 C의 목소리와 말투가 현실과 얼마나 똑같던지 가뜩이나 찝찝한 마음에 눈 뜨는데 그 시간이 새벽 5시 즈음이라 피로까지 누적되고 있다고 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질려버린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몸을 바르르 떠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너무 공감이 돼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나도 최근까지 현실에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이 다양한 형태로 꿈에 나타나 몇 날 며칠을 새벽에 눈을 떴었다. 때문에 A양의 스트레스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았다.
꿈이란 신비하다. 많은 감정들 중에서도 불안과 슬픔을 가장 잘 투영한다.
행복한 꿈은 일 년에 한두 번 꿀까 말까인데, A양처럼 기피하는 상사에게 불려 나가는 꿈, 하늘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서류에 몸이 파묻히는 꿈, 애인이 바람나는 꿈, 누가 다치거나 죽는 괴로운 꿈들은 자주 꾸기도 하고, 또 왜 그리 생생한 것일까.
우리는 똥꿈을 길몽이라고 한다.
바지에 똥 싸는 꿈, 푸세식 화장실에 빠져서 똥독이 오르는 꿈들도 죄다 싸잡아 똥이 곧 재물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똥꿈을 꾸면 로또를 사라고 한다.
똥통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꿈을 꾼 사람도 사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서류에 몸이 파묻히는 꿈을 꾼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현실에서는 피하고, 도망가고만 싶은 '어떤 것'이 내 몸을 덮어 버리는 꿈은 그것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투영된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똥이 재물을 의미하고 똥꿈을 길몽이라 여기게 된 것은 어쩌면 지친 현실 속에서 희망을 꿈꿀 건더기를 주기 위함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악몽을 꿀 때마다 로또를 산다.
기분 나쁜 꿈을 꾼다고 마냥 찝찝해하지 않고, 하루의 불운을 먼저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전환하기 위해. 그래야 팍팍한 현실을 바꿀 용기도 생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