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래유영 Oct 14. 2022

나는 어떤 냄새가 나는 사람일까.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애착템

호주에서 만난 예쁜 룸메이트에게서는 샤넬 샹스 오 땅드르 냄새가 났다.

움이 더 커져버린 전 남자친구에게서는 러시 더티 보디 스프레이 냄새가 났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향기로 남았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비슷한 냄새를 찾으면 이상하게 그 사람이 떠올랐다.

그 후로 관심도 없던 향의 힘을 믿게 됐다.

 

나는 어떤 냄새가 나는 사람일까.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향을 찾기 위해 향수를 여럿 샀다.

개중에는 친구가 너랑 정말 안 어울리는 향이라고 일침을 날린 값비싼 명품 향수도 있다.

 

그러다 1년 전 드럭스토어에 저렴한 바디 미스트를 만났다.

합리적 가격에 베스트셀러 제품이라 편하게 사용할 요량으로 구매한 건데 뿌리고 나갈 때마다 좋은 냄새가 난다며 무슨 향수를 쓰냐고 물었다.

 

유니크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싶었던 나는 긍정적인 주변의 반응에

우습게도 ‘이렇게 흔하고 저렴한 미스트가 내 향일 리가 없어.’라며 부정했다.

 

하지만 출근할 때마다 자꾸만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네 번째 재구매에 이어 바디로션까지 같은 향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애착템이 되었다.

 

이 냄새는 타인이 기억하는 나의 냄새가 되었다.

마음이 가는 것은 가격이나 희소성과는 별개였다.

향에서 느껴지는 포근하고 가벼운 무드가 내가 가진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저렴하고 흔하면 좀 어떤가. 이게 나라는 사람을 기억하게 해 줄 향이라면 더 사랑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달콤한 쿠키. 현재의 달콤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