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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정 Jul 02. 2019

프롤로그 2.

나의 두 사람, 김달님 작가와의 만남

부끄럽지만, 사실 브런치가 뭔지 몰랐다. 맛집인가? 김달님 작가를 알기 전까지는...


동네 사람들과 얼마 전부터 <소소한 마을 인문학>이라는 독서 인문학 동아리를 하게 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책은 어떻게 삶이 되었는가?'였고,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낸 김달님 작가의 '나의 두 사람'을 읽게 되었다. 동네 책방 '오누이 북앤샵'에 있던 마지막 책을 멤버 중 한 명이 사면서, '나의 두 사람은' 일시 품절 사태를 겪었고 덕분에? 누군가에게 책을 빌려 읽게 되었다. 요즘 연달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어 많은 책을 빠른 시간에 읽다 보니 속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정말 난해하고 어렵게 쓴 글은 10시간이 걸려도 다 읽지 못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못 쓴 글이다. 구성이든 글이든 문제가 있는 건 틀림없다. 여하튼 '나의 두 사람은' 1시간 30분 만에 읽었다. 처음엔 사실 평범한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삶은 비로소 책이 되어 있었다. 독서토론이 끝난 뒤, 책방을 찾아 책을 구입했고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선물했다. 울고 웃고 위로가 되는 글. 오랜만이었다.


내 몸안에도 할머니의 밥을 먹고 새겨진 
테가 있을 것이다
그 테가 선명히 남아 있는 한
사는 동안 계속 당신의 음식이 그리울 것이다.    - 김달님 작가의 '나의 두 사람' 中


김달님 작가는 우리 마을과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살고, 현재 사회적 기업 공공미디어 단잠에서 일하고 있으며, 곧 퇴사 예정이라 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인근 요양병원으로 모셨는데, 할아버지는 '죽는 건 내 맘대로'를 외치며, 고향집으로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신데 독서모임이 있었던 날도 할머니와 함께 있다 왔다고 했다. 그리고 7월까지 '나의 두 사람' 후속 편 집필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떻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경상도 말로 쌩판 남이지만, 참 잘 자라주어서 고마웠다. 책을 통해 김달님 작가가 지역의 모 방송국에서 막내 작가를 했단 사실을 알았다. 방송국 생태계를 알기에 박봉에 힘들었을 20대 초반의 김달님에게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이 된 최은정 작가. 나의 20대가 디졸브 되었다.


'만날 천날 만날 남 얘기만 쓰고 니 얘긴 언제 쓸래?' 15년 간 귓속에 맴돌던 혼잣말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처럼 
장기기억 저장소를 헤매다 먼지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게 결단이 필요했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 한 번에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마음먹었던 건, 15년 가까이 작가 생활을 만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기록으로 남겨보자는 거였다. 지역 방송이 서울 방송만큼 시청 범위가 넓지 않아 방송이 나간 뒤에도 초록창에 띄워질 만큼 파급력이 크진 않았기 때문에, 흔히 얘기하는 좋은 아이템 좋은 이야기들이 빛을 바라지 못 하고 사라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노트북 D드라이브에서 삭제됨과 동시에 내 기억에서도 흐릿해져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빙봉처럼 장기기억 저장소를 헤매다 먼지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기에 결단이 필요했다.


김달님 작가와 용재쌤은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한 동기가 되고, 자극이 되었다. 이 글이 책으로 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두 분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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