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을 읽고
이제까지의 체험들 중 가장 영원할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권위가 최초로 찢긴 자국이니까.
유년기를 지탱하는, 하지만 자기 자신이 되려면 반드시 무너뜨려야만 하는 기둥들에 생긴 최초의 균열이니까.
운명의 핵심적인 길은 이런 보이지 않는 체험들이 그려간다.
찢김과 균열은 계속 생긴다.
아물고 잊혀진다지만, 마음속 가장 후미진 은밀한 곳에서는 여전히 피 흘리며 살아가게 된다.
나는 즉시 그 새로운 느낌에 겁먹어서, 아버지 앞에 엎드려 발에 입 맞추며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러나 본질적인 것은 사죄할 수 없다.
어린아이도 그 정도는 어떤 현자 못지않게 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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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알에서 나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듯이,
우리도 세계로 통하는 자신의 껍질을 부수는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자신과 싸워 가는 길은 참 좁고 힘들지만, 그 길에 집중하며 인생의 돛대를 세워야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
한 개인이 독립적으로 성장하려면 의존하고 있던 많은 것들에서 떠나야 한다.
따뜻한 가족, 부모님의 품, 도덕적인 신, 의지가 되는 친구, 기대고 싶은 사랑, 추구하고 싶은 이상향......
하지만 많은 것들을 떠나 홀로 서려면, 자아의 내면적 탐구와 비판적 사고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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