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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Sep 03. 2020

날씨는 맑은데 기분은 흐릴 때

컨디션은 어땠더라

창문으로 보는 세상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창문 밖 세상은 그저 맑기만 하다. 창문 밖 풍경이 언젠가부터 벽에 걸린 그림처럼 느껴진다. (그 언젠가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겠지)

마스크 안팎의 세상을 코로 느끼고 있고

창문 안팎의 세상을 눈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

나의 기분도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다.


요즘 육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일관성을 지키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한데 무엇보다 나를 자꾸 몰아붙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참 미안하다.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치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9월의 바람이 들어오고 캐캐 묵은 집안 공기는 캐캐 묵은 나의 생각들을 데리고 슬그머니 나가주었다.


거울을 보니 이틀째 감지 못해 떡진 머리에 다 늘어난 홈웨어를 입고 우거지상을 하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향 좋은 바디로션을 바르고 나오니 그제야 기분이 말끔하게 환기되는 것 같다.


믹스커피 두 봉지 뜯어서는 얼음 동동 띄어 시원하게 한잔 마시고서는 멍하게 식탁에 앉아서 창 밖 세상을 다시 바라본다. 창문에 묻은 티끌 여러 개가 거슬린다.


창문 밖은 맑은데 창문이 더러워서 거슬릴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나를 둘러싼 환경은 참 풍족한데 바라보는 나의 시야가 흐린 건 아닌지 한 번씩 생각해본다.


울적한 기분에 압도되어 감정이 무너졌을 때

이렇게 오감을 말끔하게 재정비시키고 나면

다시 힘을 얻는 것 같다.


창문 밖으로 아이 둘의 손을 잡고 마음껏 산책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삐뚤어진 마음도 바로 잡고

흐려진 시야도 얼른 희석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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