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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매니저Y Oct 17. 2022

보이는 게 전부일 수 있는 이유

우리 좀 친해져 볼까요?

며느리가 견뎌야 하는 세 가지가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이라면


어쩌다 운동선수 부모가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된 세 가지 행동양식을 세워봤다. 


내 귀가 듣는 것에만 반응하자.

내 입이 전하는 말은 최대한 아끼자.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자.


전해 듣고, 전해진 말, 추측에 관한 수식어가 붙는 말에는 절대 동요하지 않기로 말이다.

(카더라 통신은 절대 불신해라)

'소통'의 부재가 가져오는 안 좋은 결과들을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불편한 오해와 피해를 보는 진실들을 마주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소통 부재의 원인은 열려있지 않은 마음 때문일 확률이 크다. 

친정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남의 집에 방문하거나, 누군가를 찾아갈 때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니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자그마한 무언가를 꼭 챙겨야 한다고 배웠다. 


학교 운동부 생활을 하면서도 이 습관은 여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습관이 매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오면서 팀의 사이즈가 커지기도 했고, 운동장에서 나를 대신해 고생하는 부모님들(학부모 대표와 선배 부모님)과 함께 하기 위해 들고 가는 간식거리에 대한 피드백이 내 귀에 들렸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지만, 반기지 않는 듯한 냉소적인 태도와, 때로는 당연한듯한 태도는 나의 오랜 습관을 아주 거추장스럽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다. 


집 근처 운동장에서 다른 학교랑 연습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동네에 유명 빵집에서 파는 맛있는 빵을 사서 운동장에 갔더니 한 선배 부모님이 웃으며 말한다.


" 이왕이면 이 빵에 커피까지 세트로 사 오셨으면 센스 있다는 소리 들었을 텐데.. 아쉽네... 호호호호"


아~~~!!!

나는 센스가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름 센스를 발휘해서 그 빵집에 들렀다 오느라 다소 번거로웠는데 말이다.


훈련을 하거나 연습경기가 있을 때 운동장에 가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언니의 로고가 박힌 S 사의 커피 컵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반도 넘게 남은 커피잔이 운동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서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지도자들의 커피 취향이 확실해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함께 나누고픈 가벼운 마음으로 사가던 간식거리가 더 이상 가볍지 않게 되었다. 

지도자들의 그런 취향은 기정사실이 되어 그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직접 그들의 취향 이렇다고 들은 적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대회 기간 중, 간식에 대한 이런 불편한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간 일이 있었다. 

선배 부모가 양손 가득 S사 커피를 사들고 오면서 '이 동네는 S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자 감독님이 한 말씀하신다.


"아니 왜 그 커피만 마시는 사람처럼 이미지를 이상하게 만드시는 거예요? 나 아무거나 잘 마셔요!!"


오호라~~!! 그랬던 거구나?

사실 많은 부모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항상 해당 브랜드의 커피 컵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었고, 마치 그것이 아니면 안 되는 것 같은 상황들만 보였으니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간에서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소통하는 분위기도 아니라서 오해를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날 그 자리에서 감독의 말을 내 귀로 직접 듣지 못했다면 난 졸업하는 그날까지 그를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그 단순한 오해가 그 뒤에 보이는 많은 것들에게 프레임을 씌웠을 테니 말이다. 

그 프레임이 얼마나 많은 불편한 오해와 피해를 보는 진실을 만들었을까?

사소한 것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라지고, 그냥 묵묵히 내 길을 갈때 그것이 빛을 발하지 

바보 같고 어리숙하고 순진해서 믿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내가 직접 듣고, 내가 대화를 나눠본 경험을 기준으로 믿는다. 


운동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프레임에 갇혀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생각을 하지 못할까?

누가 이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걸까?

누군가를 오해하고 싶지 않고, 나도 오해받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내 귀가 직접 듣고,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에만 의지해 내 입이 전하는 말에 진심을 담아 직접 전달하는 태도에 일관적이기로 했다. 나의 생각과 태도가 내 아이의 이름을 걸고 당당할 수 있음에 집중하기로...


어쩌다 운동선수 부모가 된 지금...

욕심이 얼마나 많은 것에 눈이 멀게 하는지 다양한 경우들을 간접적으로 겪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만드는 이기적인 욕심과 닫힌 마음에 상처입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내 생각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내 마음이 단단해지고, 이해가 아닌 공감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이제는 더 이상 지방대회나 아이 경기를 보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내가 가고 싶고 상황이 되면 어디든 가면 된다.

꼭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되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아이를 위해 먼 곳을 달려가지만, 거기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시작하니 여행처럼 즐겁다.

나는 운동선수 부모다.

운전을 좋아하고, 떠남을 즐기는 나에게 딱 맞는 미션들이 주어지고 있어서 다행이지 않은가?


부상 없이 잘 달려보자! 



언제나 너의 행복 야구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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