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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허브 Dec 09. 2020

언제까지 이렇게 먹을 수 있을까?

[2020 N개의 공론장⑮-①] 공론장  기록

공론장 일자: 2020년 11월 25일

장소 : 청년허브

주최 : 맨땅에 초로록 · 청년허브

기록 : 금혜지



1차 공론장, 언제까지 이렇게 먹을 수 있을까 : 11월 25일(수) 19:00-21:30

 

비건 실천과 같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 자체를 다시 정립하고 일상에서의 실천을 지향하는 일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런 변화는 지구에서 숨 쉬고 있는 인간에게 윤리적으로 아픈 곳을 건드리기도 하죠. 하지만 비건 지향은 윤리적인 우위를 점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금씩이라도 ‘비건적'인 사고와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가깝지요. 이러한 공유와 확장을 위해 두 번의 공론장이 열렸습니다. 윤리적 소비 연구가, <채식한끼> 어플 운영자, 녹색정치 활동가 등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1월 25일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언제까지 이렇게 먹을 수 있을까?> 공론장의 기록을 전합니다.

 



발제 1. 파리와 서울에서의 채식과 윤리적 소비(윤희진)

희진 님의 연구 주제에 포함된 ‘윤리적 소비’는 ‘지속 가능한 소비'입니다. 채식주의뿐만 아니라 동물 보호 마크가 붙은 소비재도 포함되는 개념이죠. 또 연구의 비교지역인 파리와 서울 모두 채식이 ‘유행'이라는 범주 안에서 증가한다고 분석했는데요, 프랑스의 까르푸나 한국의 이마트처럼 유통 대기업이 나서서 비건 식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이 비거니즘의 가치에 맞는 것인지도 지적했습니다. 또한, 서울과 파리에서 모두 특정 구역에 치우치지 않고 도시에서 전반적으로 채식과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수 있을지 지리적 관점에서 비교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발제 2. 대안적 먹거리(박상진)

두 번째 발제는 <채식한끼>라는 어플을 운영 중인 박상진 님이 맡았습니다. 군대에서 존 로빈스의 <음식 혁명>이라는 책을 읽고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한국에서 채식을 하며 겪었던 어려움과 어플을 개발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음식을 선택할 때, 채식 옵션이 여러 방면에서 (정보, 노력, 쏟는 에너지) 다른 음식과 동등한 선택지여야 함. 그런 상황에서만 더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할 것. 정보-정보의 주체-필요의 악순환. 데이터 기반으로 자주 채식을 실천하도록 설득 고민 중.

<채식한끼>의 지향성은 완전 비건뿐만 아니라 플렉시테리언을 포함한 다양한 채식 지향. 비판받는 지점이기도 함. 완벽한 비건 한 명을 만드는 것보다 사회 저변에서 채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플렉시테리언들이 많아지고, 비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동시에 채식 인구가 급격하게 올라오고 있다고 체감. 서울시에서 시민의 먹거리 선택권을 위해 채식 식당 조사 중. ‘크리티컬 매스’라는 포인트를 지나게 되면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는 계기가 됨. 그 시점을 약 100만에서 175만 명 정도로 보고 있음. 

‘인프라-정보-소비 만족도’의 낮음의 악순환이 채식 인구 증가를 어렵게 하는 요인.

긍정적인 외부요인
- 기후변화에 대응한 움직임 : 특히 올해의 팬데믹이나 이상 기후 등이 경각심 높임.
- 건강 트렌드 : PPP나 GDP 비교 시 여유로운 나라일수록 채식률이 높아지는 경향. 아직 패턴을 도출하지는 못함. 채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 다수. 국립 캐나다 연구원, 육류 섭취 비중 5% 미만이 가장 건강하다고 발표. 채식 기반 식단이 건강하다는 결론. 
- 동물권 이슈 : 반려동물 부양 인구의 증가,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인식이 바뀌며 공장식 축산에 대한 경각심으로 확장되는 단계.

<채식한끼>는 데이터를 확보해 양질의 채식 정보 제공을 1차 목표로 삼고 있음. 커뮤니티 클래스, 채식 관련 모임과도 컨택/입점 시도 중. 기존 채식인들에게도 채식을 계속 지향할 당위성 필요. 소비자 반응이 좋은 채식 식당과 컨택 후 메인 메뉴를 PB 상품화 추진 중.

채식은 이미 생존의 문제. 식당, 제품, 사람 삼박자가 조화롭게 공급될 때 채식 인프라가 구축됨. 아직 교육과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 작년과 올해를 거치며 <설국열차>가 현실로 머지않았다는 생각.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성에 투표했으면. 

 

발제 3. 채식 선택권과 시민운동(김소라)


세 번째 발제는 녹색당 활동가 소라 님이 담당해주셨습니다. 기후변화와 채식의 연관성부터, 채식을 선택할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해외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의 채식권은 어떤 상황인지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발제 자료 슬라이드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주 1회 채식 의무제(EGA)' : 작년 2019년 11월 국회 통과, 농부 출신 국회의원이 발의. 원래 목적은 지역 농산물 소비 활성화. 완전 의무 지정은 아니지만 어쨌든 국회가 선언한 것. 단백질 다양성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2년 동안 모든 공공기관에서 주 1회 지역 유기농산물을 활용한 채식 급식을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

포르투갈:  공공급식에서 비건 메뉴 옵션이 없으면 불법이라고 공언한 최초의 국가. 전문가의 영양소 보장 담보도 의무화. 해당 기관에 식사가 준비될 수 없을 경우 다른 곳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음.

미국은 주별로 정책이 다름. 종교적 신념, 인권 차원에서 비건식 제공하는 경향. 
- 유타주: 수용소, 감옥에 있는 재소자에게 힌두교도가 먹을 수 있는 비건식을 제공한 사례. 
- 캘리포니아: 2018년 9월 병원, 수용소 등에서 비건식 보장 법안 통과
- 뉴욕주: 추가 비용 없이 환자가 완전 채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법안 통과

이스라엘: 문화적 특성상 비건 병사 비율 높음. 군대 내 채식 선택을 위한 비용 지원. 2014년 비건 소재 전투복 제공. 

카투사 : 2017년부터 전투병을 위한 비건식 제공. 

한국 군대: 비건 실천할 경우 한 달 28일 중 8.6일은 쌀밥+식물성 반찬 하나, 13.6일은 맨밥만, 1.6일은 아예 굶어야 함. 심지어 밥을 다 먹지 않으면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 받음.  
- 인권위원회 진정 결과 보류됨. 국방부에서 2020년 방침으로 급식소수장병(채식인)을 위한 급식지원 방안 규정 개정. 
- 부대에서 별도로 도시락 배달시켜서 제공하는 방식.

한국 학교 급식에 대한 헌법소원: 올해 4월에 진행
- 학교급식법: 초중고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의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소원
- 심판청구 각하, 급식이 학교장의 재량이므로 헌법재판소에서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없다고 발표. 
- 울산시청: 생태환경 교육의 일환으로 채식 급식제 도입. 영양사, 영양교사, 조리사를 대상으로 연수 진행. 월 1회 채식의 날, 주 1회 채식 급식제는 학교 재량. 울산시에 있는 학교에서 채식하는 학생이 있다면 매 끼니를 채식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실험 중.
- 영양사의 비정규직 문제와도 연관됨.

채식의 당위성과 선택에 대한 존중, 다양한 레시피 교육 필요. 교육자 양성과 인프라 구축 필요.

 

발제 질의응답

Q1. 비건이나 채식에 대해서 얘기할 때마다 세 가지 궁금증이 든다. 비건 운동이 풀만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넘어, 우리 농업과 친환경적 생산에 도움이 되는 방면으로 가야 하지 않은가 싶어서 질문한다. 

바나나, 아보카도 같은 외래종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들이 먼 나라에서 여기까지 오기까지 엄청난 탄소배출이 이뤄진다. 

사료용 곡물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채식을 하게 된다면 그 땅에서 나는 잉여 생산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가축 품종이 다르지 않은가. 환경을 넘어 자본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콩고기는 건강의 측면에서 나은 대안일까? 또한, 콩고기를 만들 때 첨가물이나 발생하는 부산물들도 굉장히 많다. 
 

박상진: 나는 활동가라기보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상대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채식이 환경, 기아, 건강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시점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최대한 고려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한 뒤에, 지금보다 그것이 한걸음이라도 더 낫다면 일단 그걸 선택하고, 거기서 더 깊게 연구하여 한 걸음 더 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말씀 주신 문제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채식한끼몰>에서도 콩고기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입점되어 있는 제품들을 비교했을 때도 원물에 가까운 것들도 있고, 화학재료나 다른 부산물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상대적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만약 콩고기와 육류를 비교한다면 고기 자체보다는 가공육류와 비교해야 한다. 두 가지를 비교했을 때 동물성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된다면, 그걸 선택해도 된다. 본인의 선택권을 인지한 상태에서 양측(채식과 비 채식)의 이야기를 고려해보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했으면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채식 쪽의 이야기가 거의 드러나 있지 않다. 말씀해주신 부분들은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소라: 비욘드 미트와 같은 대체육을 만드는데 물론 여러 환경적 영향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일반 가공육을 만드는 것의 1/10 정도다. 일단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체육이 고기를 어느 정도라도 대체할 수 있다면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녹색당 활동가이기 때문에 이런 대체육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의견, 그들과의 연대도 중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대체육이 육류 중심 식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유용한 대체 품목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일반 시민들에게 ‘채식이 할 만하다, 한 끼라도 하자’라고 추천할 때 대체육을 권해볼 수도 있다. 

 

사료로 재배되는 땅이 당장 사람이 먹는 작물로 전환되기 쉽지 않다고 하셨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우리가 수확할 수 있는 곡식이 9%씩 줄어든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양도 온도가 올라갈 때마다 줄어든다는 거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사료로 경작되는 그 재배지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농산물로 길러낼 수 있는 땅으로 전환하는 운동이 비건 운동과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맨땅에 초로록: 박상진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비욘드미트와 소고기 자체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햄버거를 먹을 때, 건강을 생각지는 않지 않는가. (웃음) 나는 비욘드 미트 같은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고기 자체를 식물성으로 구현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에 가깝지만, 다짐육과 같은 형태의 고기 구현은 가능하니까. 다짐육이 들어가는 요리들에 어느 정도 대체품으로 쓸 수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이고, 제품들이 막 출시되는 시점이다. 기후 위기와 둥물권, 지속가능성을 얘기하며 등장 중인 제품들에는 응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말씀해주신 여러 첨예한 사안들은 대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맞을까, 내가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사실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에 대한 고민 말이다. 사실 채식을 하는 이들에게 아보카도를 들이대며 윤리적 싸움을 거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아보카도에 대해 누가 제일 고민을 많이 하고 식생활에서 배제할까. 동일한 연장선상의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 지향인들이다. 변화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보는 이들에게는, 마찬가지로 응원을 해줬으면 한다. 

 

Q2. 한국인의 채식이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국회에서 채식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 환경을 필두로 정치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채식 확대를 위해서는 건강과 연결지어 정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박상진 : 채식 시 줄어드는 ‘한국’ 탄소 배출량의 직접적인 측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국가 입장에서는 그런 수치들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니,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한국 현안에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 사실 이 문제가 국지적이라기보다는 전 세계적 이슈이다 보니까, 국내 정치나 정책에서 고려가 안 되고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동물권 기반으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회사에서는 가급적이면 환경 메시지 위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경험상 동물권 이야기를 하면 반발이 가장 세고,  건강 얘기를 하면 그 두 번째로 반발이 세다. 그런데 환경 이야기를 하면 반발이 거의 없다. 이견이 많은 화두로 시작하면 논점을 흐리는 반대 의견들을 처리하느라 다음 스텝까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환경 얘기를 했을 때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실질적인 다음 단계가 논의되더라. 거대한 흐름을 바꾸려면 건강 이슈를 반드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지 기반이 약할 때는 반대 공격이 없는 루트로 들어가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 <채식한끼>는 전략적으로 환경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김소라: 예리한 부분을 짚어주신 것 같다. 한국에서 육식을 줄인다고 해서 한국의 온실가스가 줄어드는가? 온실가스는 기체이기 때문에, 토지를 뚝 잘라서 ‘여기까지는 한국의 온실가스고 ….’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기후와 기상을 국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국회에서 급진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이유는, 아시겠지만 한돈 로비는 최고봉인 수준이다. 육류회사가 공고하게 다져놓은 국회와의 관계, 자본주의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기에 균열을 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 무엇이 윤리적으로, 환경적으로 옳은가에 대해 얘기할 때 많은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이 운동을 계속해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3. 사회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다. 비거니즘이 단순히 소수자 이슈라기보다는 결국에는 확장되었을 때 공공의 이익이 될 수 있는데, 피드백이 미진하다. 내가 생각하는 공공선이 당장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어서 답답한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는가? 소수자 이슈라고 치부되는 것을 공론장에서 주류와 논의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해야 할지 고민을 나누면 좋겠다. 

 

김소라: 처음에는 채식 급식도 인권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이렇게만 보면 하나의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이다. 하지만 채식을 시민운동으로 가져간다고 했을 때, 이것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후 위기, 동물권, 건강의 측면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채식 운동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축산업계에서 열악한 환경 아래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동물 사이에 감염병이 돌았을 때 살처분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의 인권까지 연결해서  운동하는 중이다. 이처럼 많은 이슈들과 연결하고 연대할 때 우리의 운동을 확산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박상진: 사실 난 스스로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의제의 해결을 어떤 분들은 사회운동의 형태로  난 비즈니스의 형태로 푸는 것이다. 바뀌지 않는 부분에 대한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를 하는가. 음…. 나도 잘 모르겠다. (웃음) 이렇게까지 노력을 해도 바뀌는 게 없는데, 언제까지 고생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나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다른 일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쪽이 더 내가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그래도 이 길인 것 같다’라고 판단이 들면 계속한다. 아니면 그만둘 것이다. 고통을 감당하면서 억지로 길을 간다는 것 자체가 힘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계기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경제적인 부분도 진짜 중요하고, 내가 하는 일이 영향력이 있고, 무언가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자신에게 피드백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이 되게 안 바뀐다고 느낄 때, 주류의 방식을 차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류에서 듣고 싶어 하고 그들의 생각에서 당연한 것들을 같이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영역과 저들도 공통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하고, 그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하려 한다. 해당 이슈를 자신의 이야기로 가져가게 하는 포인트를 잡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테이블 토론 : 질문별 대화 

 

Q1. 오늘 발제를 들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디였는지 궁금하네요.

 

A: 상진 님이 스스로의 지속 가능함을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로 잡고 계속 탐구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비건 지향을 오랫동안 꾸준히 실천하고 싶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비건을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욕심을 버리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B: 저도 채식을 하며 저 자신에게도, 표현은 안 하지만 주변인을 볼 때도 항상 사람들을 가해자 프레임에 넣고 봤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고기가 내 앞에 있는데 어떻게 그걸 먹을 수 있지’하는 생각으로요. 동물성 식품을 먹는 게 죄책감이 들어서 굉장히 힘들었던 경험도 있고요. 하지만 경험을 통해 채식이 완전한 대안이라기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 이슈에 대해 얘기할 때, 논비건에게 가해자 프레임을 씌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당위적 측면에서는 맞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공론장도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전환, 지속가능의 관점에서 얘기가 흘러가서 더욱 마음에 와 닿았어요.

 

C: 발제 내용 중에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말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있어야 해요. 임파워링, 동기부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런 기반이 부족한 것이 항상 아쉬웠어요. 

 

D: 오늘 들으면서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요. 저는 페미니즘 단체에 소속되어 있어서 내부적으로 비거니즘에 대한 합의가 되어있거든요. 이런 지점들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가닿을 수 있는지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채식한끼 대표님이 전략적으로 환경 이슈를 키워드로 접근한다고 하셨을 때 뭔가 그것도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동물권 같은 당위적인 문제도 사실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간극들 사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E: 내용 자체보다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는 이런 피드백이 잘 없어서. 이렇게 고민하고 있고 뭔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는 것 자체가 되게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F: 다양한 관점에서 좀 더 지속가능한 미래를 얘기해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당장 ‘이건 안돼, 저건 안돼’ 얘기하면서 완벽함을 검증하기보다는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가는 그런 자리여서 너무 좋았어요. 

 

Q2. 동물권에 대한 논의를 넓혀가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하면 좋을까요?

 

A: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동물권 얘기를 하지 않고 채식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은 사회운동의 형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좀 더 기업의 논리나 자본주의의 언어를 빌려서 더 많은 사람에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또 그런 지점에서 노력할 수 있는 것 같고. 그게 또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어쨌든 인프라를 확대하는 일이고 모두에게 궁극적으로는 채식 선택에 있어서 접근성이 늘어나는 일일 테니까. 

 

B: ‘나를 어떻게 공격하겠지’라는 지점을 생각하다 보면 말을 못 하게 되더라고요. 불편하고. 내 의견을 존중받고 싶은 마음보다는 자기 논리를 확실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대화의 가능성이 있는 상대들을 포섭할 수 있는 방식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물권 운동에 조금이라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층을 타겟으로 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함께 활동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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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환경 문제에 있어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 김한민 씨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문구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공론장에 모인 분들이 더 낮게, 더 낫게 실패하며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끔씩 실패하더라도 긴 텀을 두고 많은 동물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해요. 더 낮게, 더 낫게 실패한다면요. 사회 자체를 더 비건 지향으로 만들면 지금보다 쉬워지겠죠.” -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에서, 김한민 

 


(언제까지 이렇게 먹을 수 있을까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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