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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허브 Dec 07. 2020

기후위기,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지?”

2020 N개의 공론장⑦ 3.5%를 위한 청년기후행동 공론장 기록

일시: 2020년 10월 24일

장소: 청년허브 다목적홀

주최: 에코슬로우 · 청년허브

기록: 금혜지


너무 거대한 문제는 - 게다가 내가 그 문제의 일부라면 - 제대로 직면하기가 어렵습니다. 환경 문제는 그 실체가 너무 커다란 것에 비해,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영향을 미치는 데다 내가 만들 수 있는 변화가 미미하게 느껴지죠. 그래서 더 체념하거나 모른 척 눈 감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가 평등하게 처한 위기 앞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자세로, 어떤 행동을 하며 대응하고 있을까요? 그것을 자세히 알아보고 나누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큰 원동력이 됩니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무기력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3.5%를 위한 기후행동> 공론장에 모였습니다. 



[1부 발제] <기후위기와 그린 뉴딜> :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첫 번째 발제에서는 이유진 박사님이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를 연결하여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와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유진 님은 매일 아침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이나 답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일어나고, '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도록 정보를 가공하는 촉진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어요. 다음은 발제 내용의 일부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기후위기는 그저 환경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이다. 이를 대비하지 못했을 때의 충격은 노동자 계층에게 더 클 것이다. IPCC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는 온실가스는 줄였지만 불평등은 심화시켰다.   

     미래 에너지는 전기화 되어야 한다. 전기는 화석 에너지원인 석유와 달리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나은 선택지다.   

     기후문제를 에너지 문제와 연관 지어야 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퍼센트는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 모든 정책이 정부 여당, 경제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큰 문제이며, 우리가 안전망을 갖추면서 사회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발제 후에는 참가자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유진 님의 답변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Q. 에너지가 전기화 되는 것이 해답이 될까요? 현재의 에너지 수요를 생각하면 재생에너지로는 원자력이나 석탄발전만큼의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전기화가 해답이라는 것은 운송 에너지조차도 전기로 가능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며, 석탄과 원자력에 의존하는 비율을 바꾸도록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에너지 총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요금과 세금제도를 개편하고, 재생에너지로 시스템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각종 미디어는 ‘재생에너지는 안 된다, 비싸다, 설치할 곳 없다, 기술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저는 그렇다면 왜 10만 년을 묻어두고 걱정해야 하는 핵폐기물은 걱정하지 않는지 의문이 듭니다. 자꾸만 기술적 한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인식의 한계이며, 이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심어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2010년에 우리나라의 풍력발전은 2메가와트였지만 10년 사이에 최대 12메가까지 가능하게 되었죠.   


Q. 독일은 친환경 에너지화가 잘 되어있다고 들었는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독일의 경우, 환경에 대한 시위가 일어나면 한 번에 수십만 명이 세력화됩니다. 이것은 체르노빌 사건과 나치 체제 등을 겪으면서 국민 사이에 책임과 비용 분담에 대한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독일의 전기요금은 우리나라의 두세 배에 달하죠. 반면 우리는 탈핵·탈석탄을 이야기하면서도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에요. 재생에너지 비용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죠. 석탄·원자력 발전의 환경·사회적 비용도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Q. (인스타라이브 질문) 기후관련 자료를 잘 얻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기상청에 기본적이고 다양한 자료가 많습니다. 기후변화센터 포털이나 환경부 홈페이지도 참고해보세요.   



[2부 발제] <2020 쿨루프 시공 크루 ‘롤링베어스’> : 십년후연구소 조윤석 소장

두 번째 발제는 ‘롤링베어스'의 조윤석님이 진행했습니다. 발제를 위해 앞으로 나오시는 걸 보고 속으로 놀랐어요. ‘어..? 황신혜밴드 아닌가?’ 하고요. 알고 보니 윤석 님은 밴드 멤버 활동 외에도 ‘십년후연구소'에서 홍대 씬, 아티스트들의 환경을 비롯해 여러 가지 미래 환경에 관련한 활동을 하고 계셨답니다. 공론장에서는 물 지붕을 흰색 페인트로 칠해 온도를 낮추는 ‘쿨루프' 시공 캠페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부분 주택 옥상에 칠해진 방수자재 우레탄은 VOC를 함유하며 생산, 시공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를 발산한다. 게다가 알칼리성·중성인 콘크리트와 산성인 우레탄이 만나 콘크리트를 부식화하면서 건물의 수명이 30년 정도로 짧게 만든다.   

     생활 온실가스 중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지자체에서 쿨루프사업을 우레탄으로 하면 빛 반사율을 높여 효과는 있지만 전체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이 안타깝다.   

     구르는 곰이 지구를 식힌다는 뜻으로 ‘롤링베어스’라 이름 지었다. 뉴욕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매년 100만 스퀘어씩 쿨루프 작업을 하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나는 불분명한 기후 위협에 우울하거나 무력하고 싶지 않은, 대응을 지향하는 기후활동가이다. 활동의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기후 난민의 발생이다. 그들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보고, 기후위기를 막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3부 발제] <기후위기의 당사자로서 기후행동하기> :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세 번째 발제는 청소년 기후위기 활동가 보림님이 맡아주셨어요. 보림 님은 청소년 활동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너네 대안학교 출신이야?’라는 말을 듣는다며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로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기후위기를 가장 뚜렷하게 마주할 세대의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할 뿐, ‘기특한 청소년'이 아니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내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지금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지금 나부터 변화하고 같은 세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다린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았다.   

     기후위기는 온도 상승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오는 피해를 이해하고 어떤 미래를 바라는지 해석하는 것이 필요한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다.   

     평생을 살던 거주지가 이상기후라 불리는 자연재해로 한 번에 쓸려가고, 한라산 등에서 생물의 멸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측 가능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온라인으로 시민들의 기후행동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정책입안자 등 주요 타깃과 대면할 수 있는 반면, 온라인은 관심도가 떨어지고 집중이 분산되어 소규모로라도 오프라인 활동을 진행하는 중이다. 

온라인에서 ‘빠띠’라는 곳과 협업하고 있다. 

행운의 편지, 문자, 메일을 보내는 액션을 실시하는 중이다.



[4부 토론] 5~6인의 소그룹으로 총 세 그룹의 테이블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화두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는데요, 그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1) 기후위기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고, 이슈화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청소년기에 모든 자원과 인식이 입시에 매몰되어있다 보니, 환경 등의 이슈까지 관심사가 확장되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조금 더 대응해야 하는 결정권자들이 방어적으로 지금의 행태를 유지하고,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록적인 장마, 코로나 등으로 겨우 경각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안에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환경단체의 이미지가 북극곰 등 멀리 있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당장 회사에서만 해도 주간 실적, 금월실적 등 즉각적인 인풋 아웃 아웃컴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회사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그런 것을 중심으로 교육받아왔다.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열심히 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 값이 너무 늦다는 인식이 든다. 사실 지금 쓰레기를 버려도 하늘은 파랗지 않나. 주식 상한가 몇 배, 부동산 수익 등 정보가 쏟아지는데 본능적으로 와 닿는 개인의 이익을 챙기게 된다. 기득권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변화의 필요성을 절대 이슈화 시키지 않는 것 같다.

   

2) 기후위기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유명 연예인(ex. BTS)이 활동하는 것을 꿈꾼다.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처럼 활동의 구심점이 있으면 좋겠다.   

     소통할 수 있는 식의 자리를 가지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   

     온라인 캠페인을 실질적인 변화와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재미있고 ‘힙한' 요소가 필요하다.    

     용어 등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가볍게 접근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희석하기 쉬워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놀이'처럼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멸종위기 동물카드’나, 실내수영장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띄워놓고 아이들이 헤엄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교육을 진행하는 영국의 사례, 미세플라스틱을 주워서 색깔놀이를 진행하는 제주도의 사례도 있다.   


3) 지금의 기후 위기 관련 시민 활동의 한계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까요?   

     처음에는 기존의 환경운동 단체의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들이 아무리 외쳐도 사회가 듣지 않으니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게 된 것일 텐데, 배경을 알기 전에는 ‘정치적으로 강한 생각을 띄고 있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그런 단체를 만들고 싶다. 기후위기 관련 토론회를 간다고 이야기하니 내가 '특별한 종자'인 것처럼 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과거에 나도 저랬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이런 행사에도 '테이크아웃 잔을 이용하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했으면 좋겠다. 환경에 관심이 없더라도 일단은 참여할 수 있도록..    

     ‘시위’, ‘조직', ‘집회' 등. 단체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 활동가만 하는 활동이라고 느껴진다.    

     알맹상점과 함께 길거리에 있는 꽁초를 주워서 KT&G로 보내는 ‘꽁초 액션'을 한 적이 있다. 4-50개에 달하는 소포를 보냈으나 회사 측에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업, 결정권자로부터 응답이 오지 않으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이야기해서 정부나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4)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기업전략에 소비자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친환경적인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가 기본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환경에 해가 되는 제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으면 한다.   

     수적 공세도 중요하다.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좋은 예시를 계속 공유해야 한다.   

     불매 운동 등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부터, 조직화를 통해 정치권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5) 일순간의 산발적인 운동을 넘어서서, 기후위기를 빅이슈화시킬 방법은 무엇일까요?   

     투표 행사, 소비자 운동도 중요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따라와야 한다.    

     유럽에서 그린뉴딜, 그린딜이 시작된 이유는 스스로 개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올해 가장 큰 위기로 기후위기를 꼽았지만 한국은 경제위기와 코로나를 꼽았다.   

     빅이슈화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이슈가 되어야 한다.    

     문화를 바꾸는 흐름으로 같이 가야 한다. 미니멀리즘과 같이 포괄적인 생활 방식이나 교육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의 연결고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기후 위기가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수치/돈으로 계산해서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면 화두가 될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는 “모든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당신의 활동이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    



[참가 소감 나누기]   

     대단한 사람들만 말하는 행사인 줄 알고 걱정하면서 왔다. 하지만 오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대중적인 행사가 늘어나야 한다.    

     모임의 취지에 맞추어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기농 귤과 공정무역 커피가루, 콩고기가 들어간 비건 샌드위치 등을 준비해주신 데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편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대안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강연과 토론 과정에서 환경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본인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활동에는 제약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그 파급력이 오프라인보다 크기 때문에, ‘느슨한 연결’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작게나마 일정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어디서 무슨 활동을 하든 (혹은 하지 않든), 기후 변화와 위기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3.5%를 위한 청년기후행동 공론장 리뷰 끝)



3.5%를 위한 청년기후행동 사전 인터뷰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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