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년허브 Dec 07. 2020

청소년도 기본소득 받고 싶다!

2020 N개의 공론장 ⑬ 「청소년도 기본소득 OK?!」 공론장 기록

일시: 2020년 11월 10일

장소: 충청북도 옥천군 청소년수련관 별관 

주최: 사회적기업 고래실 · Too · 청년허브

기록: 김홍구


「청소년도 기본소득 OK?!」는 충북 옥천 안내중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청소년 기본소득’ 정책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실험 데이터를 살펴보며 실험 참가자들의 소감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 뒤, 청소년 기본소득의 의의와 필요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래는 그날 대화를 요약 기록하는 글입니다.



1. 실험 결과 분석 및 참가자 소감

실험은 2020년 9월 넷째 주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6주간 안내중학교 전교생 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지역 화폐로 10만 원씩 2회에 걸쳐 ‘기본소득’을 지급받았습니다. 실험을 진행한 Too는 네이버 밴드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기본소득 일지를 쓰게 했고, 몇 번의 자체 공론장을 열어 실험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아래는 Too의 결과보고서를 참조해 발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 용돈과 기본소득의 차이

- Too는 실험에 참가한 안내중학교 학생들이 구분한 용돈과 기본소득의 차이를 ‘사용 패턴’과 ‘소비 감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용 패턴과 관련해서는, “용돈으로 소비할 때는 각자 알아서 사 먹었는데 기본소득을 주니 한 사람이 친구들에게 사주고 또 다른 사람이 친구들에게 사주는 일이 늘었”고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거나 지역의 다른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는 일도 있었다”는 소감이 공유됐습니다. 한 학생은 “부모님께 자신이 스스로 대접한 경험을 처음으로 했고, 향후 그런 기회를 늘려가야겠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소비 감정과 관련해서는 ‘부모님이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몫’이라는 점이 금전적 고민이나 부담을 덜어준다는 표현이 많았는데요. 특히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고, 필요할 때 사용처를 보고하며 받아온 학생들은 “필요할 때마다 허락을 받아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느낌”이고 “돈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역 화폐 카드를 부모님 이름으로 발급받아야 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앱을 통해 사용 내용을 볼 수 있어 눈치가 보였다는 소감도 있었습니다.


2) 놀이 문화의 변화

- Too는 학생들의 놀이 문화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언급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만나도 각자 스마트폰을 보기 바빴는데, 다 같이 장난치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답변이 공감을 받았고, 친구네 집에 가는 횟수가 증가했다는 학생이 다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다 같이 똑같은 금액을 받다 보니 ‘함께 놀기 위한 고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 학생은 “기존에는 용돈의 격차에 따라 같이 놀러 가고 싶어도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일정 수준의 금액을 받으니 다 같이 무엇을 할지 고민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 Too는 이러한 변화를 ‘관계’, ‘독립성’, ‘자아정체성’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했습니다. 사용 패턴과 놀이문화의 변화는 ‘관계’와 관련되고, 소비 감정은 소비 주체의 변화에서 오는 ‘독립성’과 관련됩니다. 그리고 관계와 독립성의 변화는 아이들의 ‘자아정체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 학생은 “부모님이 주는 게 아니라 국가나 공동체에서 지급한다고 하니 나에게만 사용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친구들이나 부모님, 마을 아이들과 나누는 경험을 하니 뿌듯해져서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3) 읍‧면 불균형 문제

- 한편, 실험 데이터가 드러낸 현실의 단면이 있습니다. 읍‧면 불균형 문제입니다. 학생들의 기본소득 사용처를 살펴봤을 때, 면 사용처의 종류는 단 2가지였던 반면, 읍에서는 10가지 이상에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한 곳과 가장 자주 이용한 곳이 가까운 면의 마트임에도, 면에서 사용한 총액은 109만 7천670원, 읍에서 사용한 총액은 167만 8천670원으로 읍에서 사용한 금액이 더 많았습니다.

- 놀이시설 이용이 단 1건이라는 사실도 눈에 띄었습니다. 지역 화폐로 제공된 기본소득은 현재 PC 방에서 사용할 수 없었고, 하나 있던 오락실마저 사라진 옥천에서 아이들이 이용한 놀이시설은 ‘방방’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마트나 음식점, 카페 등을 제외하고는 청소년만을 위한 공간이 참 없다” “그나마 돈이 있고, 지역에서만 쓸 수 있어서 친구들과 놀러 가거나 지역 가게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충청북도 정책복지위원회와 진행했던 토론회에서 Too는 작년 8-9월에 시행한 옥천군 사회조사보고서를 통해 옥천군에 거주하는 만 13-19세 청소년의 69.3%가 지역 정체성이 없고, 51.3%가 향후 10년 후 정주 의사가 없다는 부분을 꼬집었습니다.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2. 공론장 참여자 자유 토론

앞단의 발표를 바탕으로 공론장 참여자의 자유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 청소년이 생각하는 청소년 기본소득의 실효성

- 청소년D: 일단 필요한 이유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친구들은 다 옥천 나가서 노는데 (돈이 없어서) 혼자 집에 가면 기분이 나쁘고 관계가 돈독해질 수 없다. 저소득층 가정도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소년E: 현재 용돈을 받아 쓰고 있는데, 이번에 용돈도 받고 기본소득도 받았다. 용돈은 용돈대로 모으거나 온라인에서 사용했다. 지역 화폐는 지역에서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사 먹는 데 썼다. 부모님과 같이 장도 봤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은 지역을 위해서 사용하고, 용돈은 자기가 필요한 걸 살 때 쓰면 된다.


2) 실험 참가자 부모의 소감

- 부모S: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같이 뭔가를 하자고 의논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일정 금액이 모두에게 있으니 더 적극적으로 하더라. 아이들이 돈을 막 쓰진 않는다. 그런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못 쓴다. 어떻게 잘 쓰지 하면서 고민하더라. 면이다 보니까 쓸 데도 없고, 그게 어려움이긴 했다. 부모님 눈치 안 보고 필요한 걸 사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뭘 하나 사려고 해도 평가받곤 하는데, 그러지 않고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 부모F: (실험이) 장기화되면 아이들이 돈을 더 의미 있게 쓸 것 같다. 곳곳에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어른들 위주로 결정하고 있다. 만약 이 돈의 사용처가 달라질 수 있다면, 아이들 스스로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안내중학교 학생들이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자발적으로 기획한 적이 있다. 성과가 좋았고 대단하다 싶었다. 스스로 뭔가를 한다는 힘이 이런 거구나 느꼈는데,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 데까지 확장되면 좋겠다.


3) 정책 실행자의 입장

- 도의원R: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 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군수나 도지사나 시장이 가지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의식이 중요한 것 같다. 기본소득을 어떻게 쓸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오늘 발표를 듣고) 제대로 쓰는구나 싶었다. 그 쓰임에 대해서 본인들이 생각하며 경제관념이 향상되는 부분이 있었다. 용돈과 기본소득은 엄연히 다르다. 기본소득은 청소년 누구에게나 똑같은 금액을 보편적으로 지급한다. 부모의 재산과 관계없이 그들이 하고 싶은 걸 실천할 수 있다. 한국은 굉장히 잘 사는 나라다.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않으면 가능한 시스템이지만,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맹점 때문에 정책으로 입안하려면 기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남은 임기 동안, 이 데이터를 받아서 계속 얘기할 수밖에 없겠다. 소비 패턴을 보고는 사회적 공정성에 대해 생각했다. 도시와 지역의 격차. 이 나라의 동력이 되는 청소년을 잘 키워내야 한다. 돈 때문에 상처 받아서는 안 된다. 청소년들이 행복한 충청북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 장학사E: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2022년 3월에 선거가 돌아온다. 원하는 바를 주민들이 연대 서명해서 공약으로 요청해주면 좋겠다. 조직화해서 의제화하면 공무원들이 야근하면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한다. 18살이면 선거권을 갖게 된다. 잘 생각했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실행해달라. 해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3) 청소년의 자립과 권리

- 참여자T: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안 가다 보니, 어떤 친구는 밥도 못 먹고 챙김도 못 받는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불평등과 가난이 잘 드러나더라. 면으로 갈수록 더 그랬다. 앞서 Too가 그런 말을 해주더라. “지역 청년들이 청소년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겠다.”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사례 발표에서는 “나의 쓸모 있음을 돈으로 표출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립과 자존감을 강조하곤 하는데,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예산의 효용성이 높구나, (현금을) 직접 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참여자U: 청주에서 시민단체를 운영 중이다. 청소년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청소년단체다. 청소년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때, 청소년에게 주어진 고유의 권리에 대해서 청소년 스스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른들은 그런 권리에 투자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재난지원금을 생각해보면, 4인 기준 지원금에 청소년은 빠져 있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수당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청소년 기본수당’ 지자체 시행이 늘어나고 있다.

- 참여자H: 실험을 통해서 학생들이 많은 걸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 경험치를 얻었을 것 같다. 앞으로도 경제관념을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면 단위 친구들이 소비할 수 있는 곳이 제한되어 있는 점은 지역민의 과제인 것 같다. 의장이 힘을 써주면 좋겠다. 옥천의 청소년이 자라나서 옥천 경제를 살리길 바란다.


4) 청소년 기본소득 정책의 실현 가능성

- 군의원M: 옥천군 총인구 중 만 13세부터 19세까지가 2835명이다. 월 10만 원이면 1년 예산이 35억이다. 옥천군 예산이 추경 포함 6천억이다. 전체 예산의 1%도 안 되는 비중이니까 좋은 쪽으로 운용해주면 좋겠다.

- 도의원R: 조직화해서 압박해야 한다. 공약을 넣은 후보자에게 표를 주는 것. 사전에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청소년들이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라고 외칠 필요가 있다. 도에서도 청소년 기본소득 지원에 관한 조례를 추가하면 좋겠다. ‘청년수당’은 전국에서 몇 군데 주고 있다. 도에서 시도해볼 만하다. 그래서 토론회를 마련했던 것이다. 실천하도록 하겠다.


(청소년도 기본소득 OK?! 공론장 리뷰 끝)


청소년도 기본소득 OK?! 사전 인터뷰 보러 가기

청소년도 기본소득 OK?! 관련기사 보러 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