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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Nov 18. 2021

책임은 시간의 함수

2021년 톺아보기


 가장 고된 난관이었던 ‘분수령’, 2020년을 보내면서 나는 주변 환경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나는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패를 2020년 3학년 2학기를 마지막으로 모두 내놓았다. 2021년에 성적을 드라마틱하게 올리는 것도, 입시에서 크리티컬 한 수상실적이나 Publication을 2021년에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2020년 겨울, 나는 내 키워드를 분수령에서 승부수로 바꾸었다.


나의 2021년 알고리즘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소진했는데 승부수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대학원이 최우선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원은 창업으로 향하는 필요조건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창업을 목표로 가져온 내게 대학원은 하나의 자격시험과 같았다. 대학원에 합격한다고 창업에 성공하지는 않지만, 대학원 불합격은 적어도 기술 창업에서 경쟁력이 없는 학생임을 어느 정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원 입시에서 떨어지게 되면, 내가 오랫동안 바랐던 창업의 꿈을 접을 생각이었다. 그만큼이나 대학원 입시는 중요했고 꽤나 간절했다. 그렇게 나는 2021년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학원 진학을 누구보다 바랐지만, 대학원 진학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었기 때문에 4학년 1학기는 상당히 바빴다. 우선 학점을 끌어올려야 했다. 대학원 입시에서 4-1학기 학점은 취사선택할 수 있다. 좋으면 넣고 안 좋으면 빼는 식이다. 나는 최상위 학부도, 최상위 성적도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리고 차선책에 대한 준비도 해야 했다. 나는 대학원 진학에 실패하면, 창업이라는 꿈을 단념하고 취업에 매진할 계획이었다. 대학원 준비 및 창업 공부 등으로 취업 준비에 상당히 소홀했던 나는 그 흔한 프로젝트 경험조차 없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나는 중소기업과 협업해 실전문제를 해결하는 I-GPS 사업에 참여해 ‘전동 킥보드용 와전류 브레이크 설계 및 제작’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에 가입했던 창업 동아리인 인하 벤처클럽에서 운영진도 맡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4학년 1학기에 만족할만한 성적을 받아 학점의 소수 첫 째 자리 숫자를 바꿀 수 있었고 장학금도 받았다. 그리고 일 년간 열심히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 최우수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동아리에서는 큰 수확은 없었지만, 마지막 총회까지 별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내가 바라던 대학원 입시와 연구실 컨택도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과정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게는 너무나도 많은 업무가 있었다. 대학원을 준비하며, 학과 공부를 하고 프로젝트도 수행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동아리 운영진으로써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회의를 매주 거쳤고 동아리 총회에도 최대한 참석해야 했다. 운영진을 수락할 때만 하더라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내게는 이 모든 것을 다해낼 시간이 없었다.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대전, 인천, 청주를 오가는 강행군을 했다. 내게 주어진 업무가 많다 보니,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일정들이 겹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미안한 카톡을 보내는 나 자신이 조금은 무책임해 보였으며, 나 자신이 갖는 한계를 체감하게 되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Eddy B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동시에 할 수 있는 업무의 양도 정해져 있다. 주어진 모든 일을 하는 것은 책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오만에 가깝다. 내가 내 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다면, 그것은 같은 길을 향해 전진하는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며, 나 자신도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없다. 


 실패의 경험이 주는 교훈은 ‘그 실패를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는 사실뿐이다. 같은 실패를 반복함으로 얻게 되는 교훈은 없다. 승부수를 던졌던 2021년은 운이 좋게 결과가 좋았지만, 그 결과에 심취해 나의 치부를 가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도를 그르치는 일이며, 미래의 나에게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이제는 책임이 시간과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이제 나의 한계를 알았으니, 그에 맞게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순간이 의미가 있다.     


 책임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주어진 시간에 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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