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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YA Nov 21. 2021

야구는 팀 스포츠

덕아웃이 갖는 의미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열정, 성취, 자신감, 노력 등 다양한 가치를 갖는다. 이런 가치는 비단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때 큰 도움이 되는 가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은 단순히 자사의 제품들을 홍보하기보다는 스포츠의 이런 긍정적인 가치를 광고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의 가치를 한껏 올린다. 마치 소비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활용하면 열정적이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개인 스포츠에서 축구나 야구 등 팀 스포츠로 넘어가면 더욱 부각되는 가치가 있다. 바로 ‘팀워크’다. 팀 스포츠는 각자의 능력에 맞는 포지션에서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목표한 바를 이뤄낸다. 이는 단순히 우리에게 보이는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장 밖에서의 오랜 연습 기간, 합숙 생활, 많은 대화를 통해 다져진 하나의 플롯이다. 팀 스포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은 마치 사회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팀 스포츠에서 팀워크가 어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굉장히 추상적이다. 선수들의 능력, 열정, 노력 등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인 성적, 평소 행실, 연습 시간 등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선수가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평소 자신의 운동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은 행실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팀워크는 팀에 해를 끼치는 트러블메이커가 아닌 이상, 이것들을 정량화 혹은 구분해내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슈팅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슈팅 정확도가 뛰어난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것은 팀워크라기보다는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낼지를 판단하는 자신의 능력이다. 팀원들의 능력이나 장점을 잘 알고 협업 플레이를 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팀의 팀워크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인데, 이는 선수들의 역량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 팀워크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게다가 일분일초를 다투는 스포츠에서 중간에 모여 회의를 한다거나 하는 등의 팀워크를 보여줄 장면도 만들어지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반 스포츠 팬들은 선수나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여러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팀워크를 짐작할 뿐이다.     


서로를 격려하는 선수들

 야구는 조금 다르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비 상황에는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가 경기를 하지만, 공격 상황에서 경기장에 나가 있는 선수는 최대 4명(만루 상황)이다. 자기 타석을 기다리는 선수 5명과 기타 여러 벤치 선수, 감독, 코치진은 덕아웃에서 대기한다. 그러다 보니, 경기 중에도 수시로 전술 전달이나, 상대팀 선수 파훼법을 리얼 타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선수들은 덕아웃에서 오늘 상대 투수의 변화구 각이 잘 안 나온다거나, 몸 쪽 제구가 잘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노하우들을 공유한다. 팀 전체가 공격 시에 갖는 텀을 통해 경기 상황을 체크하고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팀워크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팀워크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팀워크가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 스포츠에서 팀워크가 중요하지 않겠냐만은 실제로 팀워크를 해치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경기에 꾸준히 나서는 선수들은 꼭 있다. 그런 이들에게 ‘악마의 재능’이라는 이명을 불러줌과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이것을 스타성으로 활용되어 되려 높은 몸값을 자랑하기도 한다. 반면, 야구는 그런 선수 한 명이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 작년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올해 성추문 스캔들로 인해 개점휴업상태인 트레버 바우어가 대표적이다. 사이영상으로 보증된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사회성 결여로 인한 그의 기행은 클리블랜드에서도, 신시내티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1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계약을 맺었지만, 직전 시즌 사이영상이라는 그의 타이틀에 비해서는 그 계약 규모가 많이 디스카운트되었다.(바로 전해에 2019 사이영상 2위를 했던 UCLA 동창, 게릿 콜은 3.24억 달러 계약을 맺었다.) 이 또한, 그의 독특한 성격이 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반영된 결과였다.

갈등을 표출하는 3억 달러 듀오

 올해 스토브리그를 핫하게 달구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이 팀워크를 컨트롤하지 못한 대표적인 예시다. 개성이 뚜렷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등 히스패닉 스타들이 이끄는 이 팀은 좋은 팀 분위기를 타고 타도 다저스를 외쳤으나, 성적이 나빠질수록 개성적인 선수들의 마찰이 심해졌고 덕아웃에서 선수들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투자 대비 밋밋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투수는 공을 던지고 타자는 공을 친다. 야수들은 주자 및 상대팀 타자를 잡기 위해 달리고 공을 던진다.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플레이만 봤을 때, 야구는 굉장히 개인 중심적인 팀 스포츠다. 각각의 플레이가 독립적으로 발생한다. 실책이 발생했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 명확하게 밝힐 수 있으며 이를 수비 지표에 반영한다. 같이 경기를 뛴다 뿐이지, 1번 타자와 2번 타자는 서로의 플레이에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야구는 팀워크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질 거리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는 ‘대화의 장’ 덕아웃이 있다. 덕아웃에서 서로 오늘 투수의 약점을 이야기하며, 상대팀이 가진 약점들을 공유한다. 승리할 때는 같이 기뻐하고 패색이 짙을 때에는 서로를 다독여준다. 야구는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자유로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 스포츠다. 각자가 맡은 바를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같은 철학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야 말로 팀워크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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