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YA May 15. 2024

나의 서재는 어떻게 채워질까?

나의 내면을 보고 싶거든, 나의 책장을 보라!

 책은 다양한 이유로 읽힌다. 텍스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업무나 부모님의 강압에 의해 강제적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가 지날수록 청년들의 독서율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독서의 순기능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서는 배경지식 등 지식의 외연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고력, 창의력, 포용력 등 생각으로 하는 인간의 거의 모든 능력들을 함양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독서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유로운 시기에 도서관을 자주 들락날락거리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매주 시청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읽었다. 당시에는 배경 지식 자체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에 인간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철학, 예술, 과학, 정치 등 여러 관점의 책들을 읽었다. 좋은 책인지, 좋지 않은 책인지를 구분하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책과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면 별생각 없이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약 2년 동안 정말 원 없이 책을 읽고 나니,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어느 정도의 서적들을 머리에 채우고 나니, 매스컴이나 서점 등에서 추천해 주는 많은 책들이 거의 내가 읽어본 책이었다. 명저가 한순간에 쏟아지지 않듯이, 나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대중 서적들을 이미 읽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교양서적이 아닌 철학책 원문을 읽자니, 그 영역은 또 다른 벽이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그럴 수는 없었다. 내 수준에서 읽을만한 책들은 한 번씩은 모두 읽어 본 상태에다가, 이제 남은 선택지는 정말 어려운 책만 남은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다행히도 여유로웠던 2년이 지나간 후에는 내게 복잡한 일들만이 남아있었다. 학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기 위해서 학교 공부에 매진하였으며,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연구와 창업 활동으로 여유를 맛볼 틈이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따금씩 책을 읽기는 했지만, 그 숫자가 그리 크지는 않았고 명절이나 휴가와 같은 날에 집중적으로 읽는 등 상당히 불규칙적이었다. 의도치 않게 독서를 쉬었지만, 그동안 브런치를 비롯하여 링크드인, 유튜브 등에 나와 생각이 비슷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팔로우해 두었고 현실에서도 질 높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가 잦아졌다. 이것이 나의 무기가 되었다.

 여유가 있느냐고 한다면 아직은 No라고 말하겠지만, 이전보다는 한결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던 지난 2년과는 달리, 이제 2년이라는 높은 밀도의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제 코드를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새로운 개념을 학회장에서 듣는 경우는 없어졌다. 주변을 둘러볼 약간의 틈이 생긴 것이다.(다만, 여전히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일한다는 점은 같다.ㅎㅎ) 그래서 최근에는 그래도 정기적으로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책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크게 걱정이 없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팔로우, 인플루언서, 주변 지인들이 인용한 책들을 구매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인용된 책들은 이미 그들을 통해 한 번 검증되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사전지식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교수, 저명인사들이 출연하는 '세미나형 예능'의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이미 수십 번 언급된 총균쇠, 사피엔스, 코스모스 등의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들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예능이라는 포맷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너무 고지식하거나, 한쪽에 편향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특히, 보수적인) 책들을 선정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큐레이션으로 예능을 구성하는 것인데, 실제로 읽어보기도 했고 여러 번 들었던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시간을 쏟기란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각자가 매스컴이나, 주변 목소리 높은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관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약간의' 편식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5,000만 명의 인구가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로 따지면 더더욱 그 스펙트럼을 넓어질 텐데 모두 총균쇠, 사피엔스가 말하는 것만 앵무새처럼 따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때, 나의 (SNS가 아닌) 소셜 네트워크는 빛을 발하고 있다.


 나의 책장은 여전히 무채색의 교양서적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책장이 쌓여만 갈수록 그 색은 보다 진해져 간다.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나의 책장도 점점 나와 닮아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20살, 나의 유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