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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돼지 Jan 04. 2020

런던행 비행기에서 한국식 노매너를 겪다

왜 고맙단 말을 안 해?

남자 친구와 일주일 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9년 전 처음 탔던 홍콩행 비행기의 승무원들은 결점 없이 꾸미고, 젊고 날씬한 여성들이었던데 반해, 이번에는 나이가 조금 있는 승무원도 있고 남자 승무원도 있어서 우리나라가 점점 다양성을 인정하고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 옆에는 20대 중반 정도 돼 보이는 젊은 커플이 창가 쪽에 앉았고 나는 통로 자리였다. 보통 뒷사람들을 생각해서 의자를 많이 뒤로 젖히지는 않는데 내 앞사람은 의자를 최대치로 젖혔다. 내 공간이 너무 좁아져서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의자가 그만큼 젖혀지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각종 음식과 엄마가 사준 겨울 옷들을 오느라 내 좌석 바닥에는 큰 백팩이 있었고 신발과 슬리퍼로 가득 차 빈 공간이 없었다. 비행 중간에 옆좌석 커플이 화장실에 가야 해서 내가 의자에 다리를 접어서 무릎이 내 얼굴 앞에 오게 자리를 퉈줬다. 커플은 지나가면서 고맙단 말이 없었다. 커플이 나에게 자리를 퉈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고 자기들끼리 화장실 어쩌고저쩌고  하길래 내가 눈치껏 다리를 들어 비켜주었다. 앞 좌석이 의자를 너무 젖혀서 공간이 좀 없는 데다 나도 일어나서 비켜주었으면 조금 나았을 텐데 공간이 좁기는 했다.


화장실에 갔다 와서 자기들끼리 얘기하는데 '화장실 가는데 길이 다.', '가운데 통로에 있는 세 자리는 양옆이 통로라서 화장실 가는데 편하겠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소해야 하고, 그래서 통로 자리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화장실 가는 것이 불편할 거라 생각했으면 통로좌석을 선택해야 됐다. 혹시나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다리만 치워준 것이 불편했나 싶어 나는 다음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간을 퉈주었다. 그럼에도 고맙단 말이 없었다.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커플도 화장실에 갔길래 어지간히 나한테 화장실 가고 싶으니 비켜달란 이야기를 못 했나 싶기는 했다.  커플 중 바로 내 옆에 앉은 여자는 신발을 신다가 손으로 내 종아리를 때렸는데 미안하단 말이 없었다. 둘 다 외모나 말투 보면 많이 봐야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나이 든 사람들이 무례하면 그려려니 이해를 했을 것 같은데 어린 사람들이 매너가 없으니 놀랐다. 


착륙하기 한 시간 전쯤 반대편 창문가에서 아기가 울었다. 어차피 착륙 한시 간 전이라  자는 시간도 아니고 설사 잘 시간에 아기가 울어도 사람들은 짜증이 날지언정 이해해준다. 근데 이 커플은 둘이 아기가 운다고 시렁대더니 여자는 그 아이 소리 나는 쪽을 몇 분 동안 계속 쳐다보았다. 어딜 가서는 맘충 거리면서 욕할 사람 같았다. 기내식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처음 유럽 여행 온 거 같던데 돌아다니면서 무례하게 굴어서 현지인들이 아시안들은 무례하다고 편견을 만들게 하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비행기가 착륙하니 내 뒷자리에 있던 살집이 있는 남자가 남들은 앉아있는데 급히 일어나 짐을 꺼내더니 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엉덩이로 밀쳤다.
그리고 짐을 챙겨서 이제야 일어나는 사람들을 다 밀치고 저 앞으로 나갔다. 아직 문도 안 열렸는데 어디를 저렇게 갈까...


한국을 떠나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못 본다는 사실에 울컥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탔고, 다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싶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는 한국으로 갈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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