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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돼지 Apr 24. 2020

코로나바이러스로 영국의 민낯을 보다

나는 영국에 남는다

3월 초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같이 사는 남자 친구와 자가격리를 시작하였다. 우리 모두 마른기침을 했고, 나는 미열이 조금 있는 듯했다.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2주가 되어가는 3월 말에 봉쇄령이 내려지고 4월 말인 현재까지 장을 보거나 산책을 위해서만 외출을 했다. 운전을 하고 어딜 가지를 않으니 남자 친구의 차는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3월 내내 영국의 황당한 초기 대응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지 지금은 영국 정부에 기대를 안 하고,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1. 영국 정부와 BBC의 최대 헛소리, 마스크는 효과 없다.

3월 초부터 마스크를 수급하기 위해 일회용 의료용 마스크 50개와 마스크 필터 50장을 사놓았다. 면 마스크는 중국에서 배송이 와야 되는데 비싸기도 하고, 배송도 몇 주가 걸려서 인터넷에서 면 마스크 만드는 법을 찾아 재료를 사서 면 마스크를 만들어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자 친구와 함께 마스크를 쓰고 나가면 우리와 일부 아시아인들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 사람들이 많이 쳐다보고 위화감이 느껴졌다. 한 번은 남자 친구가 혼자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러 갔는데, 마트에서 꼬마 아이가 남자 친구를 가르치며, "마스크를 한 남자다!"하고 소리쳤다고 한다. 봉쇄령이 떨어지고부터는 마스크를 쓰는 서양인들이 늘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일회용 장갑을 쓰는 서양인들도 늘었다.


영국 정부와 BBC에서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WHO의 가이드라인을 든다. WHO에서는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 없고, 아픈 사람만 마스크를 쓰면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다는 논리다. 또한 의료진과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쓰면 된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단체로 브레인워시를 당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믿었다. 동양인들을 본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왜 동양인들이 마스크를 쓰는지는 미리 들여다보지 않아서일 거다. 실질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 없는 환자들도 많아서 본인이 아픈지 안 아픈지 알 길이 없고, 더구나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위급하지 않으면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를 안 해주는 상황에서 본인이 증상이 있어도 감기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고, 쉽사리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며, 마스크를 쓰면 아픈 사람으로 보는 인식 때문에 더 쓰지 않는다. 3월에는 그렇게 마스크는 효과가 없다는 여론이 우세했으나 4월이 되어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론이 바뀌었다. 영국의 여론이 바뀐 데에는 다른 서양 국가들이 마스크를 강제로 쓰게 하거나 권유하면서 생각을 다시 해본 듯하다. 그렇게 동양인들만 쓰고 다닐 때는 남의 일인 것처럼 관심도 없다가 다른 나라 서양인들이 쓰기 시작하다 써야 된다는 여론이 나온 것은 착잡한 일이다. 유럽에서도 가장 처음 코로나바이러스 직탄을 맞았던 이탈리아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하기 시작했고, 체코는 정부에서 마스크 없이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은 권유했지만, 유독 영국에서는 이제야 늦게 슬슬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마저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정부에서는 손을 자주 씻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게 예방법으로 홍보를 하였고,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르는 동안 손을 씻으라고 홍보를 하여 조롱도 많이 당했다.


https://www.facebook.com/bbcnews/videos/2656227757956066/ 

-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BBC 기사

BBC 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반대 댓글들

Fang Zhou 만약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면 왜 의료진들은 마스크를 쓰지? 당신은 누가 건강한지 아닌지 모르고, 많은 사람들이 증상이 전혀 없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퍼트리고 다니고 있는 중일 거다. 왜 다른 나라들은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하며....... 더보기
Michelle O Shea Hayes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을 법으로 하는 나라들이 더 적은 사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즘 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스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너를 보호하려고 쓰고, 만약 모두가 마스크를 쓴다면........ 더보기


4월에 와서야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영국에 마스크 재고가 없기 때문에 의료진들을 위해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것이 정부의 속사정인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진 못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일부 영국 사람들은 의료진을 위해 마스크를 쓰지 말자는 사람들도 있다. 의문인 것은 의료진들에게 갈 마스크 물량이 부족한 것이 일반인들이 마스크를 사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일반인들은 사지도 않는 인공호흡기가 왜 영국 병원에 부족한 걸까. 영국 정부는 본인들의 무능력한 대처를 가리기 위해 국민들과 의료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듯하다. 실제로 정부에서 의료진에게 의료 장비를 재사용할 것을 권고하였고, 장비 부족이 의료진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기도 하였다. 실상은 쓰레기 봉지를 쓰고 일을 하던 간호사 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을 받기도 하였다.


https://www.bbc.co.uk/news/health-52145140 

- 쓰레기 봉지를 쓰고 일하는 일부 의료진에 대한 BBC 기사


https://www.independent.co.uk/news/health/coronavirus-nurses-bin-bags-ppe-shortage-positive-covid-19-symp toms-a9457231.html

-의료 장비 부족으로 쓰레기 봉지를 쓰고 일하던 3명의 간호사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을 받았다는 인디펜던트의 기사


올해 1월 23일, 영국 보건부 장관 핸콕은 영국은 코로나바이러스 리스크가 낮으며 의료 케어 서비스(NHS)는 준비가 잘 되어있고, 영국의 테스트는 세계에서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현실은 테스트 건수가 이탈리아, 독일, 한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떨어지고, 의료진들도 테스트를 못 받는 상황이다.

-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보건부 장관 핸콕, 찰스 왕세자도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를 받았으나 의료진들은 테스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꼬았다.


2. 치료 완료 후에도 업무로 돌아오지 않는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4월 13일 완치 판정을 받은 보리스 존슨은 아직도 업무에 복귀하고 있지 않다. 당시 같이 확진 판정을 받은 보건부 장관 핸콕은 진작에 업무에 복귀해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참 유행할 때, 확진이 되어서 한 달간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은 3월 초에 코로나바이러스 확 자가 있는 병원에 가서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해 본인의 부주의함으로 감염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으로 잠시 치료에 전념했던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완치 확정 이후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종된 보리스 존슨을 찾는다는 내용


3. 영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다면?

내가 감기 기운이 있을 때, 혹시나 테스트를 받을 수 있을까 하여 정보를 찾아보았다. 대답은 죽을 거 같아서 응급차를 부를 정도가 아니면 테스트는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어쩐지 테스트 키트 확보를 전혀 못해서 퇴원할 때도 테스트를 하지 않고 증성이 완화되면 퇴원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회복자 수가 카운트가 안 되는 유일한 나라이다. 증상이 있을 때 자가테스트를 할 수 있는 NHS(영국 국립 헬스케어 서비스, 우리나라로 치면 의료보험공단이나 질병관리본부 정도 될 것 같다.) 웹사이트가 있다. 처음 두 질문에 최근에 해외에 갔다 온 적이 있는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와 접촉을 한 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이미 지역 감역이 2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해외에 최근 갔다 왔는지는 사실 상관이 없었다. 확진자 접촉 여부는 영국 정부에서 확진자 이동 경로를 조사하지도 않고, 공개하지도 않기 때문에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두 대답에 아니라고 대답하고, 증상을 이야기하니 집에서 자가 격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영국에서 실제로 자가 격리하다가 죽은 사람들이 많다. 놀라운 사실은 자가 격리하던 중 사망하거나 케어홈(우리나라 요양원 정도)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죽은 사람들은 공식 확진자수에 포함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망자 수는 병원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만 카운트가 된 수이다.


한국에서 확진자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것이 서양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논란이 많았다. 프라이버시도 사람부터 살리고 지켜야 되는 것인데, 사람이 몇 백 명씩 매일 죽어가는 마당에 프라이버시를 논하는 것이 한국사람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살아온 환경이 많이 다른 것이 확실한 것은 내가 영국인 남자 친구에게 확진자 이동 경로 공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나온 첫마디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확진자 동선 공개를 한다고 확진자의 얼굴과 사진과 이름, 나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고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프라이버시 침해가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슈퍼 전파자 31번 확진자가 누군지 우리는 알지도 못한다.


한국의 프라이버시를 운운하는 서양 사람들이 절대로 생각할 수 없고, 언급하지 않는 것은 본인들 나라가 봉쇄를 함으로써 가져간 국민들의 자유다. 바이러스를 차단할 행정력과 재원이 없는 이른바 '선진국'들이 많은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고 실시한 봉쇄령은 국민의 이동할 자유, 일할 자유, 여행할 자유를 앗아갔다. 하지만 그 어느 미디어 하나 서양에서 내린 봉쇄로 인한 자유의 침해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자유를 침해한 것은 괜찮고, 동양인 한국에서 확진자 이동 동선을 공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되는 기적의 논리가 펼쳐진다.


4.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머리는 없지만 마음만은 따듯한 영국 사람들

영국에는 매주 목요일 오후 8시에 수고하는 NHS 의료진들을 위해 박수를 친다.

https://www.standard.co.uk/news/health/clap-for-carers-westminster-bridge-social-distancing-a4416691.h tml

-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NHS 의료진을 위해 박수를 치는 것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아 걱정이 된다는 스탠더드의 기사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시하고 마스크도 끼지 않고, 모여서 박수를 친다. 감사해하는 마음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매일 약 700명의 사람들이 죽는 상황에서 외출을 삼가고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데도 무엇이 우선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참으로 감성적인 사람들이다. 영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평소에 좋아했지만,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마음만 따듯하다는 사실이 속 쓰리다.

가정집과 가게들이 NHS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무지개를 전시해놓았다. 꽤 많이 전시해놓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벤트는 아니라 찍어놓은 사진이 위 사진 말고는 없다.


5. 무의식적으로 동양을 무사한 서양의 참혹한 필연적 결과

중국과 한국에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참 힘들 1월에도 서양에서는 방 건너 불구경하듯 미리 대비를 전혀 해두지 않고, EU와 영국은 더 이상 의료장비를 늘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에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루머는 사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도 동양인만 죽는다는 루머였다. 전혀 사실일 수 없는 황당한 루머에도 이런 바이러스로부터 서양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앞서 말한 대로 동양인들이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닐 때도 서양에서는 진작 그 효과를 검증하거나 입증하려 하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 WHO가 1월에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간 감염이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정보에 불신이 있었음에도 WHO의 권고를 따랐다.

인터넷에서 봤던 황당한 댓글 중 하나는 영국보다 '더 가난한 국가(poorer country)'들이 이번 바이러스를 더 잘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댓글이었다. 발끈하여 나는 댓글로 '더 가난한 국가'들이 무슨 의미인지, '더 똑똑한 국가(smarter country)'를 의미하는 것인지 물었다. 내가 영국에서 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영국으로 이민 온 외국인들이 대부분이고, 백인 영국인들과는 남자 친구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교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평소 그들의 사고관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으나 이번에 많이 알게 되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사실 영국에 많이 실망하였다. 그래도 영국에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영국에서 사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어서다. 이번 글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영국이 나쁘고, 한국이 좋다는 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으나, 어떤 대상에 있어서 평가가 평면적이기보다는 입체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버티고 있는 모든 한국사람들이 굳건한 마음으로 지금 힘든 이 시기를 잘 버텨갔으면 좋겠다. 우선, 나에게도 그런 강인함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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