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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정 Oct 26. 2024

단골 카페와 작별 인사

다시 카페 유목민


사는 곳을 옮기는 일이 나 같은 겁쟁이에게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해서, 나는 이 동네와 오래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자주 가던 빵집에 가서 쌀 식빵 한 봉지를 사 오면서도 어쩌면 오늘이 이곳에 오는 마지막일까 생각한다. 그동안 받아두고 쓰지 못한 스탬프가 가득 찍힌 카드 세 장을 들고 가서 무료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이제는 쓰지 못할 수 있으므로. 쌓아왔던 포인트도 이제는 써야 한다.


집에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닌데 괜히 외식을 한다. 좋아하던 만두가게가, 쌀국숫집이 앞으로 오기 힘들어질 테니까. 창이 넓은 도서관 밖 호수 공원 풍경에도 다시 한번 감사를. 친절했던 정육점 사장님과 자주 가던 치킨집에서도 마지막 생맥주를 주문한다.


이제는 단골이었던 카페와 안녕을 할 시간. 선물 받은 크고 단단한 사과 대추를 한 봉지 잔뜩 담아 쇼핑백에 넣었다. 마침 나눌 것이 냉장고에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은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니 잔뜩 시키자 욕심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감자수프, 카프레제 샌드위치와 주말에만 나오는 까눌레도 하나 시켰다. 샌드위치 반쪽은 포장해 갈 요량으로 한 상 가득 채웠다.


나는 따뜻한 수프 한 잔의 위안이 자주 필요했던 사람. 그럴 때는 이곳의 감자수프의 도움을 받았다. 바게트가 나오는 수요일에 마침 그런 마음이라면 오히려 반기는 마음으로 작은 바게트를 시켜 수프에 푹 찍어 적셔 먹었다. 

신선한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도 이곳에 왔다. 토마토와 생모차렐라, 신선한 채소가 들어있는 바삭한 치아바타 빵은 언제나 내 원픽이었다. 오늘은 다른 걸 좀 먹어볼까 카운터 앞에 서있다가도 여지없이 '카프레제 하나랑 아메리카노 하나요.' 하고는 사장님과 함께 피식 웃곤 했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곳을 발견하면 대부분 같은 것을 시킨다. 어떤 것들이 날 즐겁게 해 주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 빵을, 신선한 채소가 들어있는 한 끼를 좋아한다. 진한 커피를 좋아하지만 조금 옅게 먹고 싶을 때는 작은 컵에 뜨거운 물을 조금 담아서 내어주는 사려 깊음을 좋아했다. 


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문을 열지 않는 날이라는 것을 깜빡하고 닫힌 문 앞에서 벌 서듯 서있을 때는 세상에 널린 게 카페인데 꼭 여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노트북 가방을 등에 메고 오래 헤맸다. 


이제 나는 마음이 헛헛할 때 어디에서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주문할까. 내가 만드는 끼니가 지겨울 때 어디에서 직접 구운 빵으로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를 시킬까. 새로운 곳에서 또 부지런히 카페 탐험을 다니겠지만 한동안은 마음 둘 곳 없어 유목민처럼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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