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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mondo Oct 03. 2022

매일 행복만을 느끼고 싶었다.


성수동에서 열린 일러스트레이터 드로잉메리의 개인전에 다녀왔다.


평소 작가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메리'는 정면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개인전 ‘WHERE IS MARY?’에서는 항상 행복한 상태가 아닌 슬픔, 기쁨, 불안 등 여러 감정을 느끼는 메리가 등장하며, 작가는 이런 메리의 감정 상태를 시선을 돌리고 있다거나 무언가에 가려진 모습 등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전시회를 보러 가던 날의 내 기분은 꽤 오랜만에 가라앉고 있었다.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잠을 잘 자고, 우울증 약을 먹지 않고도 꽤 행복하다고 느낀 지 2년 만에 든 첫 우울감이었다. 나는 나흘 정도 슬픈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며 울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 퇴근 후 잠만 자면서 스스로에게 짜증이 일기 시작했는데, 이 짜증은 이 우울감 자체가 나를 짜증나게 한다기보다는 내가 또다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때 보게 된 ‘WHERE IS MARY?’ 개인전. 전시를 보면서 나는, 내가 바로 늘 웃고 있기만 하던 메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우울증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강박적으로 행복한 상태만을 유지하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오히려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옥죄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슬픈 나도, 기쁜 나도, 우는 나도, 웃는 나도 모두 나의 모습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일 뿐이다. 물론 행복함을 자주 느끼는 것은 좋지만, 행복함만을 느끼려 하는 건 오히려 더 커다란 슬픔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으며, 전시를 보면서 수렁 속으로 침몰하던 나에게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알 것 같았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이유이자 위대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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