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서 열린 일러스트레이터 드로잉메리의 개인전에 다녀왔다.
평소 작가의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메리'는 정면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개인전 ‘WHERE IS MARY?’에서는 항상 행복한 상태가 아닌 슬픔, 기쁨, 불안 등 여러 감정을 느끼는 메리가 등장하며, 작가는 이런 메리의 감정 상태를 시선을 돌리고 있다거나 무언가에 가려진 모습 등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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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보러 가던 날의 내 기분은 꽤 오랜만에 가라앉고 있었다.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잠을 잘 자고, 우울증 약을 먹지 않고도 꽤 행복하다고 느낀 지 2년 만에 든 첫 우울감이었다. 나는 나흘 정도 슬픈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며 울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 퇴근 후 잠만 자면서 스스로에게 짜증이 일기 시작했는데, 이 짜증은 이 우울감 자체가 나를 짜증나게 한다기보다는 내가 또다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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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보게 된 ‘WHERE IS MARY?’ 개인전. 전시를 보면서 나는, 내가 바로 늘 웃고 있기만 하던 메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우울증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강박적으로 행복한 상태만을 유지하려 했던 게 아니었을까. 오히려 그럼으로써 스스로를 더욱 옥죄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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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도, 기쁜 나도, 우는 나도, 웃는 나도 모두 나의 모습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일 뿐이다. 물론 행복함을 자주 느끼는 것은 좋지만, 행복함만을 느끼려 하는 건 오히려 더 커다란 슬픔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으며, 전시를 보면서 수렁 속으로 침몰하던 나에게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알 것 같았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이유이자 위대함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