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용어로 ‘단골’은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손님’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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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골’이라는 타이틀은 나 혼자서 스스로에게 부여하기엔 왠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뭐랄까. “그래 너 정도면 우리집의 단골로 인정한다.” “그래, 나 정도면 진짜 이집의 단골이지”라는 쌍방의 암묵적 인정과 합의가 있어야 비로소 단골이라 부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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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암묵적 인정은 어떤 식으로 발현이 될까.
이를테면 어린 시절 나의 로망 중 하나였던, 가게 입구에 들어서며 ‘평소 먹던 걸로요~’를 자연스럽게 주문할 수 있을 정도라든가, 혹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나를 발견한 사장님의 눈빛과 나의 눈빛 사이에 반가움이 빠르게 오고가며,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띠는 것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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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손님이라는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영업이 끝난 후 무사히 하루를 보낸 것을 치하하며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친한 언니, 오빠 혹은 친구 같은 존재.
그리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내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곳. 서울에 마련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집을 여러 채 가진 듯 풍요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단골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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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보며 친구들은 그 돈만 모아도 집을 샀겠다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 말라. 나는 이곳들에서 가족을 찾은 것이니. 가족에게 쓰는 돈이 아까울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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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과거가 많이 머물렀던 단골집에는 자연스레 추억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나는 함께 울고 웃던 얼굴들을 떠올리며 혼자일지라도 결코 혼자이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다. 물론 사장님의 존재 덕분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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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다는 이유로, 혹은 누가 권한다고 해서 나만의 단골집이 될 수는 없다. 나의 입맛에 맞아야 하고, 분위기 또한 내 마음에 들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감정의 교류가 추억과 결부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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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가 당신에게 나의 단골집을 소개해준다면, 그건 나를 조금 더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다. 나의 세계에 초대하고 싶다는 마음이기도 하고, 당신의 단골집으로 만들어 우연히 마주치고 싶다는 욕심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