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단계와 치료에 대한 이야기
"나 우울증인 것 같아.."
"병원 가봐야 할까?"
"이정도 우울함은 누구나 있는거 아니야?"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데 그냥 참으면 되는 거 아닌가?"
살면서 우울한 감정, 우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최근 나에게 있었던 여러 사건들로 인해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우울한 감정을 넘어서 우리가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정도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 것인지,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어떤 과정과 단계를 걸쳐 우울증으로 진화가 되는지, 단계별로 나를 어떻게 보다듬어줘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우울감에서 우울증으로 심화되는 과정을 임의적으로 3단계로 구분 지어보겠다.
① 가벼운 우울증
가벼운 우울증은 (임의적으로 분류하기 편하도록 칭하는 용어) 흔히 말하는 우울감을 느끼는 단계라고 생각해보겠다. 이때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치유가 가능하다. 흔히들 조언하는 "운동해라", "규칙적으로 생활해라"라는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주변 사람들과 상담하고,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찾아 여가시간을 활발하게 보내고,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찾아 건강하게 지내는 것. 그리고 하루 루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기분은 많이 좋아질 수 있다. 또한 심리, 감정과 관련된 독서를 통해 내 인지와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을 통해서도 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있다.
마음은 내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중 가장 기본적이고 실천 가능한 영역이다.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 누워만 있다 보면 당연히 부정적인 생각, 감정들이 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집 밖을 나가 산책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 어울려 대화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혹여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나에게 도움되지 않는 것 같다면, 복식호흡이나 요가 그리고 명상 등을 정보의 바다인 유투브와 책의 도움을 받아 실천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② 중간 정도 우울증
앞서 다룬 활동들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을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 내 기분에 압도되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은지 정확하게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만약 의사분들이 SSRI 등 세로토닌(항우울 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높아지게 하는 약을 권유한다면, 앞서 이야기한 일상생활 속 노력들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③ 심각한 우울증
우울증이 심각하게 진전이 된 상황에서는 환청, 환각 등 망상과 사고장애가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약물치료가 매우 필수적이며 세로토닌 계열 약뿐 아니라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분노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에 함께 작용하는 SNRI 항우울제를 꼭 쓰거나, 향정신성 약물을 병행 사용해야만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의사와 꾸준히 만나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내가 복용하고 있는 약물의 용량과 종류를 조정하는 과정이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 단계에서는 주변인들이 "집 밖을 나가라" "게으르게 행동하지 말고 나가서 운동을 해라" "의지를 가져라"등의 조언이 독이 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본인이 스스로 일상생활의 규칙을 찾고, 산책하고, 운동하는 등의 노력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이 상태에서는 외출이 오히려 극단적 선택의 충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운동요법,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와 함께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내가 우울감을 오래 느낀다고 해서, 우울증이라고 해서 내 인생이 끝난 것도, 평생 우울한 사람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정신장애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되는 편이며 특히 초기에 적합한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효과가 매우 높다. 때문에 나의 마음건강에 관심을 가질수록 어려움이 있을 때 빠르게 치료를 진행하여 재발을 막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용어로 표현되며 요즘 시대에는 현대인 누구나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이해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으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홀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누가나 살아가면서 힘든 때가 온다. 내가 힘들어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는 또 다른 방법이다. 오히려 내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고 주변인,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용기 있는 일이며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다.
그리고 힘들었던 만큼, 내가 어려웠던 만큼 성장한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더 멋지게 성장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스스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