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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Aug 31. 2019

17. 자녀와의 의사소통의 기술

표현의 한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텔레파시 같이 순수하게 정신적으로 100%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언어나 몸짓, 표정 들은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의도를 언어라는 정형화된 방법을 통해 타인에게 표현한다. A라는 우리의 생각은 언어라는 틀로 변형되어 A'로 타인에게 표현되고 타인은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 A''로 받아들인다. A의 의미는 A''가 되어 타인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타인 사이에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한계이기도 하며 이로 인해 소문이 와전되고 오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실생활에서 흔하게 발생하게 된다. 사람은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지금 나의 생각도 독자가 받아들이는 생각은 A''로 받아들여진다. 나는 항상 A''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궁금하지만 슬프게도 독자가 A''에 대해 이야기하면 A'''로 표현되고 나는 A''''로 받아들이니 매우 곤혹스럽다. 


 의사소통의 훌륭한 기술을 가진 사람은 A와 받아들이는 A''의 차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A를 정보라고 가정하면 첫 번째로는 정확하게 A를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몸짓과 표정을 통해 언어 외적으로도 정보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정확성과 정보량이 의사소통의 기술에 핵심이 된다. 그 외에도 청자의 수준을 배려하고 강조하거나 반복하는 기술이 추가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정확성은 단어의 선택과 간결함으로 표현된다.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은 정확성을 극대화한다. 적재적소에 좋은 단어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문장의 품격을 더하면서도 의미 전달을 쉽게 할 수 있다. 어조를 통한 강조, 반복은 중요한 내용을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강조가 지나치면 오히려 무엇을 강조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므로 적당한 강조 사용이 필요하다. 몸짓과 표정은 주의를 집중시키고 감정적 표현에 사용할 수 있다. 검지를 올리고 노려보며 이야기한다면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되겠고 손바닥을 펴며 온화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면 유화적인 제스처로 상대방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이런 언어적 습관들은 다양한 피드백을 필요로 하고 습관화되어 있어 교정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이러한 외적인 것에 신경 쓰게 되면 오히려 의미 전달에 실패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문장은 간결하게, 감정은 몸짓으로 전하라는 이야기다. 언어적 정보를 간결한 문체로 사용한다면 듣는 사람이 조금만 집중해도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행동과 표정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면 비언어적 의미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비언어적인 정보까지 언어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면 문체가 길어지고 의미 전달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면 


'잔혹하고 무자비한 독재자들이 제정한 시민을 탄압하는 악랄한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 정하다는 말인가?'

'독재자들이 제정한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하다는 말인가?' (키케로 - 법률론)


 두 가지 문장이 있을 수 있다. 미사여구를 추가한 문체에 비해 간결한 후자의 문체가 훨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후자의 문체에 분노한 표정과 몸짓을 넣는다면 정확한 의미 전달에 가까워질 수 있다. 말은 간결하게 감정은 행동으로 표현한다면 충분히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아이의 의사소통에서 특징은 이러하다. 1) 간단한 단어만 이해할 수 있으며 2) 집중력이 적고 3) 감정적인 면이 강하다. 간단한 단어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쉬운 단어로 설명해야 하며 어려운 단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예시가 동반되어야 한다. 집중력이 낮아 몸짓 언어를 사용해서 주의를 끄는 것이 좋고 말을 길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감정적인 부분은 굉장히 잘 발달되어 있어서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대부분의 경우에 우호적인 표정과 제스처가 동반되는 것이 아이의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라고 너무 낮은 수준으로 이야기하면 또 질색한다는 점이다. 6살 아이게 게 3살 아이 대하듯 대한다면 금세 '그 정도는 저도 안다고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사람대 사람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지니고 대화해야 하며 아이라고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할 때는 위의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법을 아는 것'이다. 리엑션의 중요성은 현대인들은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부터 발언권은 권력의 상징이다. 필자가 군의관으로서 가끔 부대 회의를 들어가 보면 대대장이 80%의 발언 시간을 가지며 15%는 바로 아래 계급의 간부가, 5%는 대대장의 질문에 대답하는 간부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권력을 가진 자는 발언권이 많이 주어지며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는 어디서든 입을 열 권리가 없었다. 가정에서도 발언 시간을 관찰해 보면 누가 권력을 가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부모들은 자녀를 가르치려 들고 자식 잘되라고 교훈을 주려고 항시 시도하기 때문에 발언시간이 길어진다. 가부장적인 집에서는 아빠의 설교가 길고 엄마의 권력이 강한 집에서는 엄마의 잔소리가 많다. 필자의 육아 관계론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발언 시간은 1/3씩 가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이는 같은 정보를 전달해도 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셋이서 대화한다면 자녀가 60% ~ 70% 까지 발언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본다. 우리 아이는 말이 없다고 변명할 부모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좋은 리엑션은 벙어리도 말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발언권은 곧 권력을 상징한다. 부부간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의 법칙으로 작용하니 부부간의 관계를 고찰할 때도 유용하다. 권력을 많이 가진 자는 권력을 이양하고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는 권력을 찾아 육아 관계론의 균형을 세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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