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cognition)는 "생각, 경험, 감각을 통해 지식과 이해를 습득하는 정신적 행동 또는 과정.(the mental action or process of acquiring knowledge and understanding through thought, experience, and the senses.)"으로 정의된다. 인지는 사실 전두엽에서만 일어나는 과정과 행동은 아니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감각을 담당하는 마루엽과 기타 다른 부분의 뇌와 전두엽이 종합적으로 활동하는 뇌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추론과 판단, 주의 등은 전두엽에서 많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인지능력을 단순히 위의 정의처럼 학습 능력만으로 생각하지 않고 학습하는 과정과 학습을 토대로 세상을 재해석하는 과정까지로 정의하고자 한다.
초기 인지 발달
초기 신생아는 인지 능력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 신생아들은 '반사'를 통해 생존한다. 젖을 빨거나 특정 반응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주먹을 꽉 지거나 몸을 펴는 행위 등 다양한 원시 반사가 인간에게 내장되어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반사 작용에 의해 삶을 이어나가게 된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생후 1년까지 가장 중요한 발달은 운동 능력의 획득이다. 고개를 들고 앉고 기어 다니고 서고 걷는 기본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아이가 자라며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되고 탐색 행위가 가능해지며 아이의 인지는 급격하게 발달된다. 기본적인 운동 능력을 획득하며 아이들은 가능한 그들의 방법을 가지고 세상을 탐색하며 인지 능력을 발달시킨다. 아이가 손으로 잡기(grasp) 가능해지는 순간 아이는 잡은 물체를 가장 예민한 감각을 지닌 입으로 넣어 혀와 입술로 물체의 성질을 느끼고 경험한다. 아이가 성장하며 아이의 주 탐색 경로도 입에서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바뀐다. 아이는 깨무는 대신 손으로 만지고 던지고 열어 보며 물건을 탐색한다. 아이는 눈을 통해서 물체의 색과 형태를 파악한다. 발로 밟거나 차며 강도를 확인한다. 물체를 안으며 그 촉감과 포근함을 경험한다. 물론 여전히 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초기에 세상을 알아가는 법은 이런 직접 경험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언어나 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만지고 보고 느끼며 행하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어른이 되어도 직접적 경험을 통해 느끼는 것들은 보다 강렬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것이 초기 인지 발달이 되며 초기 인지 발달의 핵심은 스스로 직접 경험하는 행위이다. 나는 이것을 아이들의 탐색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세상을 직접 '경험'하며 알게 된다.
아이는 특정 행동을 시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스스로 기준선을 세운다. 하면 안 되는 행동의 기준선이 높은 아이들은 자주 다치고 모험심이 강한 아이가 될 것이고 탐색의 기준이 낮은 아이는 소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게 된다. 이 시기에 부모는 적절한 제제와 허용을 통해 이런 기준선 확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불을 만지거나 위험한 행동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제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친 제제는 앞으로의 탐색 행위를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나는 탐색 행위의 기준을 설정하는 데 부모의 역할이 추후 자녀의 생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들은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난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아이들의 탐색 활동은 본능의 영역이다. 탐색을 통한 경험의 축적으로 아이들은 세상에 적응하여 살아갈 기초적인 규범을 배운다. 아이들이 호기심이 많은 것은 그것이 추후 생존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탐색과 관련하여 부모의 지침은 이러하다.
1. 지속적인 새로운 탐색할 대상을 제공
2. 탐색 활동 제한의 최소화
3. 탐색 활동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상호작용
위의 세 가지는 아이의 탐색 활동을 장려하고 깊은 탐색 활동을 권장하는 행동 들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지지 아래 다양한 경험을 축적시킬 수 있다. 추후 아이가 자라나 관심거리가 생겼을 때에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탐색 활동의 기본 지침이 자녀의 꿈을 꾸고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되며 호기심의 감정을 잃어버린다. 세상을 살아가는 확고한 방식이 잡히고 적용되면서 탐색 행위를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기심이 아이들에게서 인지 발달의 원동력이 되듯 성인도 호기심을 잃게 되는 순간 자기 발전의 원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현대인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아이의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중기 인지 발달
안타깝게도 초기 인지발달의 방식으로 모든 세상을 이해할 수는 없다. 아이가 불에 대해 알고 싶다고 불을 만져선 안되듯이 세상을 알기 위해 때론 상상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뜨거운 물이 들어있는 컵을 만지며 뜨거운 불의 성질에 대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구름을 직접 만지기보다 따뜻한 목욕물에서 나오는 뜨끈한 김을 만지며 구름을 만지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막의 뜨거운 공기를 상상하거나 깊은 심해를 간접적으로 상상하며 아이들은 그들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알아간다.
아이들이 상상력이 충분히 발생하면 아이들이 여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시기를 중기 인지 발달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기 인지 발달을 위해선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쳤을 때의 아팠던 기억은 불치병에 걸린 또래 친구의 마음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어른들도 새로운 경험에 대해 이전에 알고 있던 경험을 비유 삼아 설명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기 인지 발달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험과 지식 위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배우는 과정이다.
중기 인지 발달 과정에서 아이들은 상상력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다. 드넓은 우주 공간과 행성들에 대해 상상하고 보이지 않는 세균과 세포에 대해서 상상하고 배울 수 있다. 기존에 다양한 직접 경험을 했던 아이들과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아이들은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배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학습 능력은 대부분 이 시기에 획득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에 가까운 상상력은 간접 경험을 직접 경험처럼 느끼고 배우도록 도운다.
후기 인지 발달
후기 인지 발달은 직접 경험한 것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넘어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인지 발달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눈 서술은 이전에 없던 이야기로 나의 경험과 배운 지식을 통해 내가 새롭게 만들어낸 생각이다. 크게는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프로이트, 새로운 대륙을 찾아 떠난 콜럼버스, 논어의 저자 공자 등 역사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지닌 사람부터 작게는 온라인 마켓에 파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을 만든 사람, 새로운 이야기를 쓴 소설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은 그들이 배웠던 지식과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이끌어낸 사람들이다. 나는 기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을 후기 인지 발달의 과정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모든 사람이 이런 발달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발달이라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의 경험과 배웠던 지식에 매몰된 사람은 결코 후기 인지 발달 수준에 이를 수 없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창조는 기존의 것에 의심하고 비판하며 시작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에 대한 해석이 결코 진리가 아니며 보다 진리와 가까운 것이 있을 것이라는 비판적 사고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도록 도우는 조력자이다. 또한 내가 모른다고 시인하는 겸손한 자세는 사물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통찰을 선물한다.
중기 인지 발달과 후기 인지 발달의 골은 깊다. 초기와 중기는 기존에 있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학습의 영역이며 후기 인지 발달은 기존의 틀을 깨는 행위를 뜻한다. 배우는 것을 잘하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결코 후기 인지 발달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 독자는 지금 어떤 인지 발달 중에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독서나 사유는 후기 인지 발달에 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과거 위대한 인물들이 이룩한 결과는 대부분 이러한 인지 발달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독서가들이 과거 위대한 인물들이 이룩한 결과에 집중할 뿐, 그들의 생애 전반에 걸쳐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집중하지 않는다. 사실 책을 쓴 저자는 인물의 업적에 대해서 많은 분량을 써 놓았지 보이지 않는 인물들의 구체적 사유까지는 닿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과거 뛰어난 위인들이 직접 쓴 글들을 읽는 것을 즐겨하길 바란다. 루소의 사회계약론, 플라톤의 국가, 공자의 논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같은 책들은 그들이 이룩한 결과뿐 아니라 그들의 사유 그 자체를 보여주는 좋은 지침서이다. 주의할 것은 그들 사유의 결과에 집중하지 말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