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의 인지발달 -2
전두엽과 인지 발달
아이들의 전두엽은 3세 경 발달이 빨라지며 청소년기까지 발달이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인지 과정은 전두엽에서만 일어나는 과정과 행동은 아니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감각을 담당하는 마루엽과 기타 다른 부분의 뇌와 전두엽이 종합적으로 활동하는 뇌의 활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추론과 판단, 주의 등은 전두엽에서 많이 담당하기 때문에 전두엽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고자 한다.
전두엽에서도 앞쪽에 위치한 전전두엽에서 우리가 흔히 전두엽이 한다고 하는 지적 역할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전전두엽은 다시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진다.
배외측 영역(노란 영역) -주의 과정, 기억
안와 영역(갈색 영역) - 정서
내측 영역(파란 영역) - 판단, 선택, 오류 탐지
영역별로 역할에 따라 이렇게 간단하게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전두 영역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인간 능력의 근원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전전두 영역에 대한 좋은 예는 이 영역이 행동의 계획, 지도, 평가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두엽이 잘 발달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게 목표 지향적 행동을 하지 못한다. 또한 어떤 행동을 시작하거나 하던 행동을 멈추기가 어렵다. 전두엽 손상을 가진 환자들은 자주 사회적으로 억제능력이 없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게 된다.
마시멜로 실험의 결과에 대해서는 많은 책들에서 다루고 있다. 요점은 어린 시기에 보이는 뛰어난 절제 능력이 추후 성인기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절제 능력이 전두엽의 발달과 연관되어 있다. 전두엽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에 즉각적으로 마시멜로를 먹는 것보다는 참고 더 많은 마시멜로를 받아내는 것이 이득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즉각적으로 먹는 행동과 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변연계(감정)는 끊임없이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으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전두엽이 잘 발달된 아이들은 흥분되어 있는 변연계를 통제할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인간의 성취에 관해 마시멜로의 실험을 했던 저자와 같은 관점을 지니고 있다. 전두엽의 발달 정도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과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변연계는 더 다양한 자극과 즉각적인 만족을 요구한다. 변연계는 감정적 충동을 행동하라고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공부하기보다는 누워서 쉬고 책을 읽기보다는 TV를 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제하고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 계획적으로 살기 위해선 전두엽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오늘날 육아 환경은 전두엽을 발달시키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TV 프로그램과 유튜브, 광고들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자녀에게 느끼도록 한다. 시각적인 자극의 수용은 전두엽이 아닌 주로 후두엽으로 이어진다. 이런 시각적인 자극들은 즉각적으로 뇌를 만족시키고 더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TV 속 장면들은 전두엽이 생각할 시간 없이 바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간다. 뇌는 새롭게 나타난 다른 장면을 받아들이는 데 집중하게 된다. 많은 시간을 이러한 미디어에 노출시키게 된다면 아이들이 전두엽이 발달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또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계획을 짜서 수행하며 행동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육아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가 제공하는 짜인 스케줄과 목표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목표 달성에 실패하였을 때 재도전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한 이유를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자녀의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자녀의 전두엽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몇 가지 방침을 이야기하자면 이러하다.
1. TV, 유튜브 시청의 제한
2. 능동적인 독서와 토론
3. 목표 설정, 계획 짜기, 행동 평가의 습관화
위의 3가지의 행동들은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스스로의 행동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끔 습관화시킨다.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할 때의 짜릿함은 달성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쾌감이며 이는 결코 즉각적으로 얻을 수 없는 성취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성취감을 느낀 아이들은 또다시 이런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목표를 수립하고 행동하여 결과를 이룩하려고 한다. 그것은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나타난다.
보다 높은 전두엽의 발달을 이루기 위해선 우리는 우리 삶에서 마주한 다양한 상황을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사회 문제들, 법과 제도, 직장 내에서의 여러 가지 결정들을 타인의 결정과 주입된 가치관으로 판단해서는 결코 전두엽을 발달시킬 수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자기만의 답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가진 다는 것은 주체적 삶을 산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인지 능력의 목표는 결국 사회 안에서 주체적인 나의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자녀 역시 삶에서 그들 나름대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모는 일반적 통념, 주입된 도덕관이라는 잣대를 자녀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자녀 스스로 그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그리고 부모는 그러한 결정을 존중하고 그 책임을 스스로 지도록 교육해야 한다. 물론 아주 어렵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면 우리의 도덕관과 사상은 우리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부모에게서 배우고 학교에서 배운 가치관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속박되어 있다. 때로는 주입된 생각들이 우리 안에서 우리의 자아와 반발하며 고통을 낳기도 한다. 뛰어난 사람은 내면의 사상과 도덕을 다시 해석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우는 것이다. 그것은 기존의 것과 같기도 하며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 안의 자아와 충돌하지 않는다. 그것을 나는 주체적 삶을 사는 것이며 인지 능력의 목표 이기도 하다.
인지에 대한 두 가지 설명
나는 인지 능력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1.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습과 창조
2. 전두엽의 역할과 인지 능력
두 가지 이야기는 같은 인지를 설명하지만 매우 다르게 들릴 것이다. 그것은 인지라는 단어의 모호성 때문으로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배움과 창조의 인지와 자기 통제로서의 인지를 이야기한다. 사실 후자는 인지보다는 지능의 영역에 속한다. 인지로 뭉뚱그려 이야기 하지만 사실 언어로 사고하는 나에게 보다 나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함을 독자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중요하다. 배움과 창조의 인지 능력이 좋은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그 아이들은 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전두엽이 잘 발달되어 뇌의 다른 부분들을 잘 통제하는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배움과 창조의 인지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 통제로서의 인지 능력을 키우 기 위해선 일찍부터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선택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경험들이 필요하다. 물론 엄마의 통제가 보다 쉽게 아이를 책상에 앉히고 책을 읽도록 하기는 할 것이다.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시기와 충동이 강한 청소년기에 그런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도록 통제하면서도 자녀의 행동에 주체성을 부여하는 다양한 시도를 수행할 수 있다. 이제 인지 능력 함양을 위한 더 이상의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자녀의 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제 독자가 생각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