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감정은 여전히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른다. 아이에게 실컷 화를 내고 '이게 아닌데'라고 항상 후회하는 내 모습을 자주 본다. 때때로 발현되는 감정이란 녀석은 내 마음과 다르게 누군가를 상처 입히거나 해선 안 되는 행동들을 하고는 한다. 우리가 '나'라고 이야기하는 자아는 감정에 너무나 쉽게 지배당한다. 뒤늦게 이성을 찾은 자아가 후회해 보아야 그땐 이미 늦다. 하지만 감정이 있기에 삶이 살만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편안하고 나른한 휴일의 여유, 음악을 들으며 홀로 있는 시간들은 감정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내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감정이라는 변덕 심한 녀석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리고 딸에게 감정과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해 보았다.
감정은 어떤 사건이나 경험을 통해 동물이 느끼는 기분이나 마음으로 정의된다. 동물에게도 감정은 존재한다. 모성애, 슬픔, 기쁨, 아픔은 뇌를 가진 대부분의 동물이 가지고 있는 동물의 기본적 요소이다. 인간의 감정도 원시 사회에서는 보다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모호했던 감정 그 자체는 언어의 도움으로 보다 세련되게 분화되었다. 사랑, 평화로움, 행복, 짜증, 화남, 기쁨, 즐거움, 후회, 불쾌, 흥분, 공포 같은 다양한 느낌을 상황에 맞춰 언어를 통해 구별하게 되며 인간의 감정은 보다 다양해지고 정밀해졌다. 언어의 도움으로 감정은 지금 우리가 흔히 '감정'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띄게 되었다. 그렇기에 언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을 상황에 맞게 분화하여 표현할 수 있고 언어화할 수 있게 된다. 언어화된 감정은 스스로의 감정을 다시 돌아보고 관조하게 하는 메타 인지적 효과를 일으킨다. 감정 조절의 첫 단추는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언어화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이러한 감정은 우리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성에 비해 보다 동물적인 것으로 인간은 언어와 이성을 통해 감정을 보다 세분화하는 기술을 가졌을 뿐이라 생각한다. 어린아이들의 뇌는 어른에 비해 보다 원시적인 상태로 태어난다. 아이들의 초기 뇌는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반사와 행동들이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젖을 빨고 배가 고프거나 똥을 싸면 울고, 부모를 보면 반사적으로 웃는 행동들은 경험적으로 배운 것이 아닌 학습된 것이다. 울고 웃는 것은 감정의 표현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감정을 가지고 태어나며 이는 감정이 생존에 필수적이며 보다 원시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의 뇌가 자라고 다양한 경험을 습득함에도 아이들이 뇌가 감정에 지배당하는 것을 극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감정은 조절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아이들도 5~6세 경은 되어야 변연계 상부의 감정 조절 중추가 발달되며 이론적으로 통제가 시작된다. 그 이전까지는 아이는 감정에 이끌려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감정은 주로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야기 되고 있지만 감정의 메카니즘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다. 기억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피아노를 치며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다시 피아노를 치려고 할 때 그때의 불쾌한 감정이 드는 것은 감정과 기억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감정에 영향을 준 경험은 많이 있을 것이다. 감정과 기억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 감정적으로 큰 사건, 경험들은 보다 쉽게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곤충에 대해 배우는 즐거움과 곤충 채집을 할 때 경이로움을 느낀 아이들은 강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곤충에 대해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이 감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감정이 기억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는 변연계의 바로 아래쪽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감정은 기억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오는 듯하다. 맛있는 식사 후 만족한 위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 부딪힌 왼쪽 무릎에서 올 때도 많다. 딸의 미소에서 오기도 한다. 미래에 닥칠 실직, 승진에서 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고통, 즐거움, 사랑, 행복과 같은 감정이 결국 우리에게 도달한다는 것이다. 도착한 감정이 잠깐 대기실에 들렀다가 오면 우리도 감정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는데 성격이 아주 급해서 그런가 곧바로 감정은 우리를 지배한다.
감정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뇌를 보다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탁월한 기량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여 강한 동기를 부여하거나 힘든 일을 즐거운 일로 치환하여 보다 뇌를 활성화시켜 뛰어난 성취를 이뤄낸다. 특히 강한 동기부여를 받은 뇌는 도파민 신경로가 활성화되며 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인 이미 많은 연구가 나와있다. 동기란 '하고 싶은 마음'이다. 동기란 '내가 이것을 해야 해'와 같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다. 감정의 영역이다.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은 지나친 슬픔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며 감정적 판단으로 중요한 일을 망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론 필요한 상황에서 분노나 동정과 같은 적절한 감정을 일으켜 적절하게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녀가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