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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Sep 27. 2019

27. 아이의 언어-2

 언어적 능력을 인간은 타고 난다. 인간은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에서 소리를 듣고 이해하며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Broca's area)에서 말을 하도록 타고난다. 대부분의 인간은 특정 뇌의 해부학적 위치에서 언어적 기능을 가지도록 발달된다. 고도로 발달된 언어는 인간에게 주어진 인간 고유의 능력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언어의 발달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타인과 함께 살기 시작하며 언어적인 발달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회성을 지닌 동물(돌고래, 침팬지, 원숭이)의 언어 능력이 비사회적인 동물보다 뛰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보다 사회적 특성을 지닌 인간이 훨씬 고도화된 언어를 가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또한 우리 인간의 유아기가 다른 동물보다 길기 때문에 뇌를 보다 고도화시키고 세분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성체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뛰어난 사회적, 인지적, 언어적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언어라는 것을 배울 뇌의 바탕은 만들어 내지만 뇌 스스로 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선 시기에 맞춘 자극이 필요하다.


 1799년 겨울 프랑스에서 11세가량의 소년이 산속에서 발견된다. "Victor"라고 지어진 이 아이에게 5년간 교육하였으나 소년은 거의 말을 배우지 못하고 사회성도 발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도의 늑대 굴에서 발견된 8세가량의 야생 소녀도 8년간 고아원에서 양육받았으나 50개 단어밖에 못 배우고 죽었다.

 


 야생아의 관찰에서 보이는 것처럼 특정 시기의 언어적 자극이 언어 발달에 핵심이 된다. 뇌는 초기 유아기에 수많은 시냅스를 생성하고 적절하게 '가지치기'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하는데 가지치기는 지속적으로 자극받지 않은 신경로를 퇴화시켜버린다. 야생아는 언어적, 사회적 자극을 받지 못하며 뇌에서 언어와 사회성 영역이 가지치기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야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모글리나 타잔은 실제로 언어적 능력을 배우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물론 만화에서는 동물 사회 나름의 언어체계가 있고 문화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모글리와 타잔의 언어, 사회성이 유지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어와 생각의 관계

 우리는 언어체계를 통해 생각한다. 언어가 곧 생각이 되고 가치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대를 다니면 해부학 수업을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데 해부학은 서양에서 만들어진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놀란 것은 넢다리 뼈와 같은 단순한 뼈의 부분에 수많은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다. 넢다리뼈의 머리 부근을 head, neck, trochanter로 나누고 작은 고랑, 작은 구멍, 작은 파임 하나하나에 해부학은 이름을 지어놓았다. 이렇게 세세하게 분류하고 이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서양의 언어가 분류, 형태학적인 표현이 능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서양은 동양보다 많은 것들이 체계적이고 조직화되어 있으며 분류하기를 좋아한다. 동양 문화권은 보다 통합적이고 수직적인 특징을 가진다.   

 언어는 사고 체계에 아주 깊숙이 관여한다. 크게는 동과 서의 사고 차이로,  작게는 각 가정마다 쓰이는 단어와 언어 습관이 가정의 문화 차이로 이어지고 가정 고유의 사고 체계를 만들어 낸다. 부모가 자녀에게 사용하는 언어가 자녀의 사고 체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나는 괜스레 딸에게 미안해졌다. 어린 딸을 비판하고 꾸짖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아이 일 뿐인데 나는 딸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 어른의 기준을 적용하여 혼냈었다. 딸 앞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아내를 악의적으로 비꼬기도 한 것들이 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면 죄책감이 앞선다. 내 언어적 습관과 단어들이 딸을 생각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딸 앞에서 사용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한번 더 순화되어 나온다. 보다 긍정적이고 온화한 표현으로 말이다.


 배려하는 언어 습관은 배려하는 사고 체계를 만든다. 질문을 하는 언어 습관은 호기심 많은 사고 체계를 만든다. 우리의 단어 선택과 어투는 곧 아이의 생각과 사상으로 이어진다. 자기 절제력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활달한 아이가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부모는 아이에게 '깊은 생각', '차분한 마음', '함께 생각해보자.' 따위의 말을 부모는 자녀 앞에서 많이 사용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런 단어들은 자녀에게 작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에게는 '엄마는 널 사랑해.', '넌 놀랍고 대단한 아이야.'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아이의 자존감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아이가 자신 없어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언어를 통해 강화시킬 수 있다. 언어는 부모에게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다. 하지만 '넌 커서 의사가 될 거야.' '이번 시험에서 1등 하자.'와 같은 부모의 바람을 아이에게 언어로서 전달한다면 이 언어들은 아이의 마음과 충돌하여 더 강한 반발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언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자녀를 키우는 이 시기는 중요하다. 어린 시기와 청소년기에 만들어진 자녀의 언어 습관과 가치관은 성장하면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직접 자녀의 가치관을 만들려고 하면 자녀는 저항한다. 우리는 그저 우리 부모가 맞다고 생각하는 삶 그 자체를 보여줄 뿐이고 자녀가 그것을 받아들일지 다른 선택을 할지 여부는 자녀 스스로가 성장하며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가장 중요한 롤 모델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적어도 자녀 앞에서는 우리 스스로가 훌륭한 롤 모델이 되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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