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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태용 Sep 30. 2019

28. 아이의 운동

 동물(動物)의  '동'은 움직인다는 뜻을 지닌다. 실제 동물에 관한 명확한 정의가 움직이는 물체는 아니겠지만 동물에게 운동이라고 하는 능력은 동물에게 생존에 필수적인 특성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렇기에 동물은 운동 능력의 발달을 가장 우선시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태어날 때 이미 이동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인간은 신기하게도 태어난 직후 아무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 심지어 모체 안에서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말이다.


 인간의 운동 능력은 출생 직후부터는 빠르게 발달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운동 발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중력을 극복'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를 목의 힘이 생겨나며 조절한다. 목을 세우고 고개를 돌릴 수 있게 되면 주위 상태에 대한 인지능력이 확장된다. 다음은 자세를 세워 앉게 되고 앉게 되면 손을 사용하기보다 용이해진다. 그리고 다리의 힘과 균형 능력이 발달하면 두발로 일어나게 된다. 몸을 똑바로 세움으로써 중력에 대해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걷게 되는 순간 인간의 활동반경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걷게 됨으로써 원하는 곳은 어디로든 가서 탐색 행위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부모의 양육 난이도는 그에 비례하여 점점 늘어난다. 이 과정이 출생 직후 12개월 만에 일어난다.



 운동 발달은 이제 시작이다. 달리고 점프를 하고 한 발로 서는 운동들의 능력이 점차 발달된다. 근력의 발달과 균형능력의 발달로 몸에 대한 통제력이 강해지며 뇌와 몸이 커짐에 따라 가능한 행위들은 보다 복잡해지고 섬세해진다. 섬세한 운동능력도 함께 발달된다. 초기 6개월경 손을 쓰기 시작할 때 아이들은 손 전체를 사용하여 블록을 잡는다. 아이들이 자라며 손을 자주 쓰고 뇌가 발달되면서 집게손으로만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글씨 쓰기 훈련과 그림을 그리며 종이를 접고 자르는 복잡하고 계획성 있는 운동으로 발달하게 된다.


 운동의 발달은 보다 단순하고 큰 운동에서 점차 복잡하고 섬세하며 계획성 있는 운동의 형태로 발달하게 된다. 다행히 이런 운동 능력은 아이들이 자라며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며 집에서 놀이를 통해 대부분 잘 발달 되게 된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라면 고도로 발달된 운동 기술이 필요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운동 능력에 대한 요구는 매우 기본적이고 보다 섬세함을 필요로 하게 된다.


운동과 인지 

 좋은 운동 발달은 적절한 탐색 행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이가 앉고 두 팔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며 아이는 손을 이용한 탐색을 활발히 한다. 서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닿지 않던 것을 탐색할 수 있다. 좋은 운동 능력은 자연스럽게 인지 능력의 발달로 이어지게 된다.

 운동 발달이 좋아지며 뛰거나 세밀한 손동작이 가능해지며 아이들은 친구들과 협동할 수 있게 된다. 놀이터에서 함께 놀거나 술래잡기부터 복잡한 규칙의 스포츠 활동까지 가능해지며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운동은 놀이와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아이들이 전통적으로 하는 놀이들은 모두 어느 정도의 운동 능력이 필수적이다.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구슬치기와 같은 놀이들은 아이들의 사회성과 운동능력을 발달시킬 뿐 아니라 규칙을 따르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전략적 사고를 하도록 아이들의 뇌를 다양하게 자극한다. 핸드폰 게임 역시 같은 놀이며 전략적 사고를 하도록 하지만 사회성과 운동능력을 자극해주지 못한다는 면에서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운동은 이렇듯 직간접적으로 아이의 다양한 부분들을 발전시킬 수 있다.



  나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에게 운동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전공의 시절 스스로는 운동을 하지 않는 의사였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훈련과정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며 나는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글자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체험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의 정신과 인지는 우리 육체 밖의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 신체에서 나온다. 영혼이 고귀한 사람이라고 존경받는 사람도 뇌졸중으로 한 번 쓰러지면 그의 인지능력은 현저하게 저하될 것이다. 치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의 정신은 육체에 기반한다. 우리의 육체가 무너지거나 망가지면 우리의 날카롭던 정신은 둔해질 것이고 우리 가진 많은 기억을 잃게 될 것이니 육체의 단련을 결코 경시해서는 안된다.


 스포츠와 규칙적 운동  

 현대 사회에서 운동은 사회 활동의 중요한 요소다. 아이들은 함께 놀이터에서 뛰고 놀이를 함으로써 보다 친밀해지고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이는 학교 생활까지 이어져서 스포츠 활동을 통해 친구를 만들고 우정이 깊어진다. 특히 스포츠는 목표 지향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친구와 공동의 목표가 생기고 함께 성취해 가는 과정을 겪는다. 사회성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함께 공동 목표를 만들고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스포츠는 사회성을 기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감정의 좋은 배출구이기도 하다. 몸안에 쌓인 에너지들을 달리기를 하거나 목표 지향적인 신체 활동을 하면서 쏟아낼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몸의 세로토닌의 분비로 충만감과 고양감을 느껴 정신적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를 발달시키며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운동의 습관화  

 공부와 성적이 가장 중요해진 세대에 운동을 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은 수학 학원도 가야 하고 음악학원도 가야 하고 영어 과외도 받아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아이들에게 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중학생까지는 꾸준한 운동과 스포츠가 자녀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날 지나친 경쟁으로 우리의 아이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이들은 충분한 운동 능력과 사회성, 인지능력을 발달시키기도 전에 시험 전선으로 나가 그들의 한계까지 정보를 머릿속에 축적하고 옆자리 친구와 경쟁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근력 운동이나 달리기는 타인과 싸우는 것이 아닌 어제의 나와의 싸움이다. 꾸준함으로 점차 나아가는 내 모습을 보며 느끼는 성취감은 타인을 경쟁에서 배재하였을 때의 감정보다 스스로를 관조하게끔 도우고 경쟁상대가 없어도 앞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내면을 관조하고 스스로를 정진하는 것은 탁월함을 얻기 위한 열쇠이기도 하다.


 우리의 육체를 통제하는 방법은 우리의 감정과 정신을 통제하는 방법과 이어져 있다. 쉬고 싶다는 욕구를 견디고 어제 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는 우리의 자아가 욕구에 휘둘리지 않는 통제력을 가질 수 있게 도운다. 또한 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 발짝 더 나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다른 영역에서도 그 한 발짝의 나아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자녀에게 건강한 육체와 뛰어난 통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강인한 정신을 자녀에게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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