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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기 라이프 Jan 10. 2021

나는 왜 이 모양일까?

(feat.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좋은 생각과 밝은 에너지로 살자고 굳게 다짐하고 하루를 시작하지만 반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불안한 마음과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또한 지우고 싶은 기억일수록 시도때도 없이 떠올라 나를 괴롭히고 분노를 일으킨다. 

과감하게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우유부단함으로 갈팡질팡하고, 이성적인 논리로 접근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일을 망쳐 버린다. 또한 신념이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공감보다는 왜 이리 답답하고 화가 나는 지 모르겠다.


어디 그것 뿐인가?

새해에는 꾸준하게 운동을 해보자고 마음 먹지만 시간이 갈 수록 여러 핑계로 체육관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브로컬리, 콜리플라워 등 마트에서 건강한 식재료를 잔뜩 사서 식단을 싹 바꿔보려고 시도 했지만 어느새 커피 한가득에 초코렛 과자를 씹으며 식사를 대신하고 있다. 분명히 학습 목적으로 유튜브에 접속했는데 왜 이리 몰카같은 자극적인 영상만 자꾸 클릭하게 되는지...


대다수의 유명한 책들은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수 있고 하면된다 !' 라고 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고자 하는 의지의 강도에 비해 왜 이리 쉽게 무너질까?

어떤 고정된 틀 안에서 무언가의 힘에 눌리고 있는 이 어렴풋한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학은 우리가 DNA에 의해 구축되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숨겨진 힘, 예를 들면 환경으로 인한 유전자 변이, 감정을 조절하는 내분비계 호르몬, 인간 세포수 보다 많은 미생물군의 막대한 영향아래 살아가는 생존기계임을 밝혀내고 있다.


우리가 엄마 배 속에서 수정될 때 물려받은 유전자는 포커판에서 손에 쥔 카드패와 비슷하다. 결국 자기 손에 쥔 카드를 가지고 최선의 게임을 펼쳐 보이는 수 밖에 없다. (p31)



책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은 우리를 구성하는 유전자, 환경, 호르몬, 미생물에 의한 상호작용을 세밀하게 파헤친다. 우리가 진정 나를 알고자 한다면 자신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아가 타인과 나와의 다름을 깨닫고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다.


우리의 생물학적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면, 우리는 그 행동을 이해하고, 필요하면 고칠 수도 있는 입장에 서게 된다. (p26)

점심에 피자와 파스타, 콜라까지 실컷 먹고나서도 디저트로 초코렛이 잔뜩 묻어 있는 케이크를 보면 입맛이 돋는건 왜일까? 어떤 사람의 식욕은 멈추지 않는 폭주 기관차 처럼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아 해매인다. 그것은 과연 그의 의지력이 부족해서 일까?


당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SLCa2라는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의 뇌는 이미 당분을 충분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러한 유전자 변이는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p57)


일부 사람들이 과식을 하는 이유는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렙틴 이라는 '포만 호르몬' 시스템을 방해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다. (p92)


우리는 DNA 속 유전자와 미생물총이 섭식 습관과 체중 증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체형과 관련해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심각한 비만이 될 수 밖에 없는 유전적 성질을 타고날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남에 따라 병적 비만이 도덕적으로 맹비난을 해야 할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추가적인 과학적 연구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임을 더 많은 사람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p119)


연예인 홍석천이 동성애자임을 밝혔을 때, 그 당시 사회가 들썩거릴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어느 날은 길을 가다가 어떤 단체를 마주쳤는데, 동성애 반대시위를 하고 있었고 나에게 한참이나 침을 튀기며 동성애 반대 서명을 해달라고 했다. 결국 서명 하지 않는 나는 뒤통수에 쏘아대는 경멸의 눈빛을 생생하게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안드로겐 불감 증후군이라는 유전질환이 있는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을 수용할 기능성 수용체가 결여되어 있다. 안드로겐 불감 증후군이 있는 남성은 여성의 성기가 발달하고, 유전적으로는 남성이어도 여자로 자란다. 그리고 남성에게 끌린다. 이런 요인들 중 태아가 선택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p274~275)


무엇이 그 사람을 굳은 신념을 가지고 거리에 나와 소수 동성애자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데 앞장서게 했을까? 해당 단체의 지시를 이성적 비판없이 무턱대고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우리가 명령을 따를 때 뇌의 활동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아냈다. 강요를 당하면 뇌는 주체 의식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덜 느낀다는 의미다. (p318) 


당신의 프리마돈나 뇌는 세상이 자기가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신념을 뒤집는 새로운 발견이 등장하면 인지부조화가 생긴다. 새로운 진실이 건물을 철거하는 쇳덩이처럼 우리의 신념을 깨부수고 들어올 때 우리도 비슷한 충격을 경험한다. (p334~338)


권위있는 어떤 소속 단체가 주입시킨 굳어진 신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동성연애가 그를 밖으로 뛰쳐나오게 했던 것일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우리의 입맛, 식욕, 취향, 중독, 기분, 성격, 정신 까지 모든 영역을 관할하는 본질적인 힘을 철저하게 해부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유전자, 미생물총, 호르몬, 환경의 어지러운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전자를 바꾸어줄 약물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운동과 명상이다. 신체활동은 근육강화에 그치지 않고 뇌도 함께 강화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운동은 후성유전적 변화를 통해서도 뇌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또한 많은 연구자들은 마음챙김 명상이 염증촉진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과학은 유전자 편집, 후성유전학 약물, 미생물총 리모델링 등 우리가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과학을 통한 본질적인 해결과 스스로의 노력 또한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인간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러한 생물학적 현상와 차이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포기, 그리고 타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질책을 멈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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