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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수현 Jul 29. 2024

마광수 연구 노트 002


"사드의 문학은 사드에게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 그것은 구시대의 규범으로부터 사드를 거리두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드는 자신의 외설문학적 기표를 탐닉함으로써 스스로를 세계의 질서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로 나아간다. 그런 다음 사드는 자신의 유언장에서 스스로의 소멸을 욕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드라는 이름조차 사라지도록 하는 욕망."

-백상현, 라캉 세미나 11의 강해 2부


'외설문학적 기표'라는 표현을 썼는데, 외설문학에 대한 정의가 부족한 것 같다. 비약이 일어난 것이다. 그저 '사드하면 떠오르는 외설'을 언급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감옥에 있을 때 펜과 종이를 빼앗기자 분변으로 글을 썼다는 사드의 일화는 그가 쓴 '글의 내용'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것은 그러한 행위 그 자체를 후대에 전한 것이다. 하물며 감옥에서조차 금지되는 행위가 있다. '이미 수감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이라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앞으로는 설사 학위논문이라고 할지라도 에세이의 형태를 갖추는 게 좋다고 본다. 억지로 형식이나 논리로 허세를 부리다 보면 속 빈 강정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의 저술가들은 대부분 내용보다는 형식에, 독창성보다는 현학성에 집착한다. 이러 현상이 문화의 <거품>현상을 낳고 사이비 지식인들을 날뛰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마광수, 마광쉬즘, 89~90쪽.


학위논문을 에세이 형식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은 급진적이라기보다도 아주 엉뚱한 발상 같다. 마광수가 내세우는 논거는, "허세를 부리다 보면 속 속빈 강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형식이나 논리가 결국 "허세"라는 뜻일까? 헌데 마광수 자신이야말로 허세나 논조에 아주 경도된 작가 같은데...


"그러나 靈과 肉의 분리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고 실제로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점이 바로 프로이트의 결정적 오류인 것이다. 그는 범성욕설을 통하여 성욕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큰 역할을 했지만(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대하다), 한편으로는 도덕적 초자아를 지나치게 강조했다. 그리고 모든 특이한 성행동을 인과론적으로만 설명하려 하여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마광수, 자유에의 용기, 245쪽.


마지막부분에 '모든 특이한 성행동을 인과론적으로만 설명하려 하여'가 핵심인 듯하다. 인과론이 아니라 우연에 불과하다는 것이 마광수의 논리인지로 모르겠다. 페티쉬를 어떻게 인과론적으로 설명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가하면, '남자는 사디스트, 여자는 마조히스트'라는 논리를 견지하던 것을 보면 또 다른 자기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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