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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Nov 27. 2020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소비중독과 무기력을 치료하는 실전형 무소유

그것은 열심히 수행 중인
사람들에게나 통하는 조언이다.


종교 지도자나 위대한 철학자 같은 정신적 스승들은 흔히 이렇게 조언한다. “현재에 감사하라”. 욕심 행복을 망친다는 말을 덧붙여서  말이다. 조언을 들은 청중들은 흔히 두 가지 의견을 가진다.

하나는 ‘그래, 안 그래도 인생이 힘든데, 욕심을 가지면 더 힘들 거야’라는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헛소리, 이건 실패자를 위한 위로잖아’라는 반응이다. 맞는 말이든 아니든 간에 현재에 감사하라는 말이 나에게는 딱히 좋은 조언으로 와 닿지가 않는다. 청중들의 내면에 극명하게 다른 의견들을 일으키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당사자의 삶을 딱히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어떤 의견을 가지든 간에 변화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아무튼 원한다


우리는 아무 배경도 없이 곧장 ‘가진 것에 감사하려는 마음’을 품으려 들면 안 될 뿐 아니라 그럴 수도 없다. 그런 생각을 자신에게 주입시켜야 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좀 더 나은 삶을 원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원하고, 좀 좋은 것을, 좀 더 많이 원한다. 상대적으로 부유하던지 궁핍하던지 간에 누구나 마음속에 ‘좀 더’라는 단어를 품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좀 더’라는 소원 자체가 확실한  반면에 그 방향성은 확실치 않아 보인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뭘 하면서 살고 싶어요?”라고 질문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항상 비슷하다. 이런저런 부차적인 설명이 붙지만 결국 결론은 ‘잘 모르겠다’이다. 아이러니한 은 이런 대답을 한 사람들 치고는 평소에 뭔가 가지고 싶다는 말과 지금보다 어떤 점이 나아져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기본적으로 우리는 여러 방향으로만 원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해 삶에서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고 느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원하는 것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두루뭉술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몰라도 일단 뭔가 원하고 본다.

 







변질된 마케팅이 우리를
회피와 무기력함으로 몰아넣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치심에 취약하다. 할 수만 있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창피함을 해소하려 할 테니 말이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바로 수치심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 전략은 정확하게 들어맞았고, 현대 사회에서 '기분 풀기'와 '비교'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은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지금까지도 수려한 물건과 외모를 가져야 행복한 사람이라는 뉘앙스의 광고 멘트가 수없이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기괴한 신념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남들만큼 물질적인 가치를 지니지 못한 사람은 가치가 없다는 신념 말이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니즈는 강제로 흔들렸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소비에서 찾기 시작해버렸다. 필요에 의해 조장된 수치심을 가리라 지갑은 쉽게 열리게 되었다. 기업의 완벽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소비주의 문화가 의미 있는 삶을 사려는 의식을 줄이는 것에도 성공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결재 한 번이면 쉽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데, 뭐하러 실패라는 리스크를 안고 노력한단 말인가?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기 적당한 월급을 주는 일자리가 넘치는데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정당화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야말로 부정형 동기를 팔아 돈을 버는 세상이다.

(물론 점점 시대가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자신이 아닌 외부가 소비의 필요성을 결정해버리는 기괴한 상황은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완성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더불어 '무엇이 의미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원한다. 냐하면 기업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과거의 좋았던 물건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은 언제든지 우리가 새로운 것을 소유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새롭고 다양한 뭔가를 바라는 원인 중 하나이다.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라져 버린 정의 능력을 다시 기르려면 일단 자신에 대해 느끼는 수치심의 대부분이 그저 상업적인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허상임을 깨닫자. 그리고 각각의 수치심을 가리려는 노력을 그만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서 뭐? 그게 나한테 별로 중요하진 않은데?’라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두려움도 학습했다.


그러나 간단해 보이는 이 태도는 의외로 실천하기가 어렵다. 주변 사람들과 다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매우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획일적인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왔다. 따라서 ‘정해진 올바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은 힘듦이 따르는 영웅의 길이다.






그렇게 감사하게 된다.


‘그래서 뭐?’라는 태도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두려움을 돌파하는 무거운 결정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당신에게 의미 있는 길을 하나 정하는 것이다. 가장 의미 있는 하나의 가치를 따르기 시작하면 다른 것은 사소한 것이 되어버린다. 내가 나서야 할 만큼 실현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가치를 정해보자. 그리고 그 길을 걷겠다는 결정을 내려라. 세상이 중요하다며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따르라.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기 시작하라.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길이 당신에게 말을 걸기 시작할 것이다. 이쪽으로 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주면서 말이다. 당신은 그 길을 걷기 위해 자신에게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깨닫고 찾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 몇 가지는 이미 가지고 있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시간일 수도, 경험일 수도 있고, 물건이거나, 옆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다행이거나 감사하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은 그때서야 일어난다. 당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고양감과 더불어 현재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리지 않가? 아마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워서 기존에 뭔가 가지고 싶다는 등의 욕망들은 시답잖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정한 의미가 마치 변질된 마케팅에 대한 치료제와 같은 기능을 해 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취하는 태도가 아니다. 의미 있는 길을 선택했을 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과도 같은 것이다. 즉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없고 아무것이나 원하는 이유는 당신에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는 위대한 의미 필요하다. 의미가 생기는 순간부터 당신은 원함은 농도짖은 엑기스가 된다.








결국 현재에 감사하라는 말은 귀중한 의미를 지닌 좋은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만큼 고귀한 말이어서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고치는 것이 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가는 길을 당신이 정할 수만 있다면, 전부 해결될 것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높은 경지를 향할 필요가 없다. 이는 마음의 평안을 쫒을수록 평안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완전한 무소유를 실천하려고 하지 말자. 위대한 스님마저 인류를 구원하는 프로그램을 벌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자신이 결정한 정직한 의미를 이루기 위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그것만 가지는 것. 이것이 아무리 가져도 좀 더 원하게 되는 탐욕에 대한 치료제이며, 실전형 무소유자, 풍성한 삶을 사는 영웅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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