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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집 이야기 Jan 08. 2017

월요일은 월요일이다

-이 순간을 취하라-


당신은 어느 시간 속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이며, 미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은 현재다. 이 순간이 모인 ‘현재’를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직장인에게 가장 두려운 건 월요일이다. 근무의 시작을 알리며,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주말을 다시 맞이하기 위해 지진한 시간들을 견뎌야 함을 알려주는 표식 같은 날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회사가 너무나 끔찍했던 20대의 나는 월요일 아침 출근하며 오늘을 화요일이라 생각했다. 화요일은 수요일이었고, 수요일은 목요일이었고, 목요일은 금요일이 되었다. 그러면 꾸깃꾸깃 구겨진 마음들이 조금은 버틸 수 있었다.


금요일은 한주가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과 주말을 맞이한다는 흥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요일이다. 그렇게 목요일을 금요일로 생각하고 나면 진짜 금요일이 온다. 진짜 금요일은 진짜니까 하루를 더 버틸 수 있었다. 이런 장난 같은 생각들로 5일을 버텼다. (이 방법은 진짜 너무너무 괴로울 때 한 번쯤 시도해 보길 권한다. 특히 목요일에 효과가 제일 크다.)  


이렇게 장난같이 요일을 계산하는 것이 내가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팍팍한 생활 속에서 다가올 주말을 상상하며 지낸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주말에 계획한 멋진 여행에 대한 설레임,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기대감, 하루 종일 뒹굴 거릴 생각에서 오는 편안함,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장난스러운 계산법으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외면하며 살았다. 지금 이 괴로움을! 갑갑함을! 잊어버리고 회피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를 이렇게 보낸 나의 미래는 이 장난스러운 계산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점쟁이가 되어 내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미래는 과거의 끝없는 반복이다.


이런 나를 알게 해 준 꿈이 있다.

회사 책상 위에 놓인 에이스 검 카드가 보인다.


타로를 배우며 뽑은 카드 중에 내가 가장 많이 뽑은 카드가 이 에이스 검 카드이다. 일주일에 4번 이상 동일한 카드가 나올 때도 있었다. 이 카드가 드러내는 메시지는 현실인지, 문제 인식, 실행, 실천 등의 당면한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이 필요할 때 나올 수 있는 카드다. 그렇다면 이 카드는 내게 왜 그렇게 자주, 그리고 꿈속에 까지 등장했을까


생각만 많은 내게 무언가를 실천하라는 메시지일까 그렇다면 나는 대체 지금 무엇을 결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내가 놓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은 무엇일까. 마치 내가 한 선택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몇 번이고 반복되어 나오는 것이 나를 약 올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나도 매일 이런저런 상황들 속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해명하고 싶었다.


꿈이 이 카드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이해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본 어느 책에서였다. 저자는 내가 도망가고 싶어 했던, 끔찍한 현실 속으로 나를 욱여넣었다고 생각했던 이 세상이 나를 좀 더 의식적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이 거대한 장치 속에서 작고 작은 나는 매일 의식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사는 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의 시작부터이다. 식사를 할 때에도 나의 의식은 저 먼 곳에 가 있었다. 입안에 음식물이 들어오자마자 대충 부셔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잠이 드는 순간에도 음악을 듣고 티브이를 보며 소음들을 만들었다. 잠이 드는 순간 떠오르는 괴로운 순간들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일상의 순간들이 지나쳐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순간들을 온전히 사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음식 앞에서는 오직 먹기만 한다. 씹고 맛을 느끼고 식사를 온전히 마치는 것이다. 잠이 드는 순간에도 나른해지는 몸과 멀어져 가는 의식 주변의 작은 소음들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 나는 주문처럼 스스로에게 말했다. 월요일은 월요일이다. 한주가 시작되고, 지난주에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이어지고, 주말의 달콤함은 지나가 버렸지만 오늘은 다른 날이 아닌 내가 보내야 할 월요일이다.


일주일 동안 매일 이 말들을 반복했다.

매 순간들 속에 이 상황을 보내버리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했다. 온전히 식사를 하고, 목욕을 하고, 짧은 시간이나마 앉은자리에서 글을 끄적였다. 그래야만 내가 살고 있는 현재는 충실한 과거가 되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란 과거의 나에게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득 이렇게 글 써서 무엇을 할 건지, 지금 대체 이 글을 왜 쓰고 있는지에 대해 내 안의 어떤 나는 불쑥 고개를 들어 불안스레 물어오곤 한다. 지금 쓰는 이 글들이 미래의 무엇을 위해서는 아니다. 단지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좋아서 그래서 쓰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답하고 다시 그 불평쟁이를 안으로 쑥 밀어 넣어 버린다. 밖으로 꺼내 시원하게 던져버리는 날이 온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는 아주 작고 미비한 변화이다. 그러나 스스로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누구도 예측할수 없는 경로로!

(믿거나 말거나 그 뒤로 이 에이스 검 카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마더피스 타로의 <에이스 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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