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쯤이었다. 문득 집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이렇다 할 개인 지출이 거의 없는 내가 사고 싶은 게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집은 사고 싶다고 덜컥 살 수 있지도 않고, 샀다 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되팔거나 버릴 수도 없다. 이상과 현실은 달랐기에 자연스레 그 작은 소망, 아니 결코 작지 않은 큰 소망은 금세 잊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올해 봄과 여름에 수영장과 워터파크, 바다 등에서 물놀이를 하다 보니 잊고 있던 욕망이 슬금슬금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일곱 살과 다섯 살, 이 정도 나이면 그래도 제법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미취학 아동 둘을 동반한 여행은 그보다 큰 아이들을 동반할 때나 성인들끼리만 가는 여행보다는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해외여행이나 장거리 여행은 아무래도 부담이 되기도 하고 특히나 우리 집 둘째는 차멀미를 하기 때문에 장소가 좋다고 아이 컨디션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떠날 수 없다.
가정 내에 이런저런 사정이 여행에 제약을 건다면, 외부 요인으로는 코로나 시국도 한몫한다. 벌써 햇수로 3년 차가 되어 익숙한 시국이고, 심지어 나와 아이들 모두 6개월 전 코로나에 걸렸다 나았지만(남편은 아직 안 걸렸다. 아마도 슈퍼면역자일 거라 추측한다) 재감염도 많다고 하니 아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러 제약이 있긴 하지만 여행은 그 자체로 생활의 활력이 된다. 그래서 자꾸 떠나고 싶다.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날아갈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 평소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 여행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생기는 여러 에피소드 등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여러 해동안 일상에서 지칠 때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에너지가 된다.
숙소를 알아보고, 맛집을 찾고, 아이랑 갈만한 곳을 검색하고, 네 식구 짐 보따리를 싸고, 출발 전 아이들 컨디션을 조절하는 등 여행 전 할 일이 많지만 이미 그때부터 여행은 시작된 거다.라고 의미를 두고 싶지만 우리 가족의 루틴을 생각했을 때 여행을 위해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에 어느 순간 회의를 느꼈다. 솔직히 말해 귀찮았다. 여행은 좋으나 숙소를 알아보고 짐을 싸는 것만은 누가 대신해줬으면 하고 바랐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일상을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나에게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거듭해보고 남편과 상의 끝에 우리는 세컨하우스를 사기로 했다.
덥다 못해 뜨거운 여름날에, 그와 대조되는 차갑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우리 가족의 또 다른 보금자리가 될 집을 찾았고 그렇게 우리는 작은 세컨하우스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