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아파트다. 그리고 세컨하우스로 마련한 집도 아파트다.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공인중개사가 물었다.
"지금 사는 집은 주택이에요?"
"아니요, 아파트에 살아요."
"근데 왜 세컨하우스로 또 아파트를 사요?"
그러게. 난 왜 주택이 아닌 아파트를 두 번째 집으로 선택하게 됐을까. 여러 가지 이유를 간단하게 이전 글에서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적어보자면 이렇다.
첫 번째는 단연 예산 문제였다. 돈이 많이 없었다. 주택을 매수하려면 빈 땅을 사서 집을 짓거나, 이미 지어진 주택을 사야 하는데 두 선택지 모두 내가 가진 예산을 훌쩍 넘어버렸다. 예산을 조금 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돈을 끌어모으면 매수가 가능할 수도 있을 법한 주택은 리모델링이 필수인 낡고 허름한 집 밖에 없었다. 물론 부지런히 돈을 더 모아 몇 년 뒤(2, 3년이 될지 10년 이상이 될지 모르지만)에 넓은 마당을 가진 예쁜 주택을 살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세컨하우스가 필요했다.
예산 때문에 선택지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예산이 충분했어도 주택보단 아파트를 더 눈여겨봤을 거다.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난 게으르다. 아니, 뭐 굳이 게으르다기보다는 부지런하지 않다 정도로 해야겠다.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집주인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것이 많다. 넓든 좁든 마당이 있으면 마당부터 관리가 필수고 때때로 정화조 청소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직접 청소를 하진 않더라고 일정 시기마다 청소업체를 부르는 등 신경을 써야한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비롯해 분리수거도 간단하지 않다.
앞서 나열한 것이 주택살이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주택은 이러한 단점들을 덮을 만큼 크나큰 장점도 많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정원이나 텃밭을 가꿀 수도 있고,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집 주변 환경에 따라 물소리, 새소리, 귀뚜라미 소리 등이 들리고 자연과 가까이 지낼 수 있다.
무엇보다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우리 집의 관점에서 주택이 아파트보다 나은 점 0순위는 바로 층간소음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이건 실로 엄청난 거다. 평소 살던 집을 떠나 세컨하우스까지 가서 아이들을 통제한다는 건 서로에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장점들도 나의 부지런하지 못한 성향을 이길 수는 없었다. 현재 거주 중인 집의 살림살이도 다소 버거운 살림 하수인 나에게 집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까지 관리해야 하는 건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아파트를 골랐지만 비교적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1층을 매수하였다. 물론 1층이라 하더라도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사는 만큼 기본적인 생활예절은 지켜야 한다. 그래도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덜 통제해도 된다는 사실이 한결 마음을 놓이게 한다.
마지막으로 아파트를 세컨하우스로 선택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세컨하우스지만 마냥 우리가족만 즐길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빌려줄 수도 있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이 우리 집을 최대한 편리하고 쉽게 이용하고 관리도 수월한 집을 사두는 게 활용도면에서도 효율적일 거라 생각했다. 이건 차후 이 집이 더 이상 우리 가족에게 이용 가치가 낮아졌을 때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가령 세입자를 들이거나 혹은 집을 매도해야할 때 원하는 시기에 시세에 맞는집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컨하우스를 처음 가져본 사람이라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처음이기 때문에 얄팍한 정보와 짧은 인생 경험을 기준 삼아 집을 골랐는데 먼 훗날엔 한 번쯤 정원이 있는 마당에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품은 주택을 지어 세컨하우스로 활용하고 싶다. 임장을 하고 매수를 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활용방법을 요리조리 생각해보는 등의 활동은 그 정해지지 않는 어느 시점을 위한 연습이다. 지금은 우리 가족에게, 나에게 주택보단 아파트가 맞지만 나중엔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