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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조 Feb 15. 2022

EP2. 영국으로 즉흥 여행!

도버 해협 한 가운데서


유럽은 버스로 쉽게 국경을 넘을  있다. 벨기에에서 영국까지도 버스를 타고   있다. 여기서 문제. 벨기에와 영국은 중간에 바다가 있는데 어떻게 버스를 타고   있을까? 정답은 '승객을 태운 버스를 배에 태워서 간다'이다. 사실 '유로스타'라는 해저 터널을 달리는 기차를 타면 더욱 편하게 영국까지   있지만, 당시 돈이 없는 교환학생이었던 나는 버스를 타고 영국으로 가기로 했다.


어떻게 버스로 바다를 건넌다는 건지 의심을 한가득 안고 버스를 탔었는데, 갑자기 칼레쯤에서 여권 검사를 하고, 버스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안에는 심지어 스타벅스를 비롯한 각종 오락시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도 보낼  있었다. 덕분에 배도 타도 밤바다도 구경할  있어서 좋았고.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지평선의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영국 여행은 즉흥적으로 떠났다. 나와 함께 벨기에로 교환학생을  언니들이 영국과 더블린으로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에 버스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것처럼 여행을 준비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우리는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배를 채웠다. 아침 일찍부터 문을  가게에 들어갔고, 나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시켰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먹은  튀긴 빵이 정말 맛있었다.


맘마미아 뮤지컬 공연 티켓


배를 채운 후, 우리는 뮤지컬 티켓을 사기 위해 맘마미아 공연장 앞으로 갔다. '데이 시트'라고 뮤지컬 당일 오전에 줄을 서면 싼 가격에 좋은 자리 티켓을 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도 아침부터 길에서 기다린 덕분에 맘마미아 데이 시트를 구할 수 있었다.


위키드 뮤지컬 공연 티켓


이왕 런던에 온 김에, 우리는 하루에 뮤지컬 두 탕을 뛰기로 했다. 맘마미아와 위키드를 보기로 했는데, 특히 위키드는 정말 보고 싶은 뮤지컬 중에 하나였다. <Defyinig Gravity>라는 노래를 고등학생 때부터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런던 골목


런던의 골목골목은 너무 아름다웠다. 군데군데 걸려 있는 뮤지컬 전광판, 분홍빛 하늘, 베이커리 카페.


런던은 나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이 함께 여행을 했는데, 우리는 여행을 각자 따로 다니다가 밥을 먹을 때 함께 모였다.


이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뮤지컬을 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미술관에 가고 싶은 사람도 있고, 박물관에 가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맞추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각자의 계획에 맞게 움직이고,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경험한 것을 이야기했다. 혼자인 듯 혼자 아닌 여행. 뭔가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걸 추구하는 여행 방식이었달까.


영국 공원


너무 즉흥적으로 런던 여행을 와서, 숙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마침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친구가 있어 그 친구에게 혹시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재워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된다는 것이다! 정말 운이 좋았다. 그렇게 친구의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에 우리는 함께 피크닉을 가기로 했다. 나와 같은 과 동기 두 명이 함께 영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어서, 세 명이서 주변 공원으로 갔다. 영국 공원은 한국 공원과 느낌이 사뭇 달랐다. 한국은 잘 꾸며진 공원이 많다면, 영국에는 자연 그대로인 공원이 많다. 사슴도 막 돌아다닌다. 우리는 잔디밭에 앉아서 기숙사에서 싸온 와인, 과일, 도넛, 과자를 맛있게 먹었다.  



유치원 때 영국으로 떠난 엄마 친구 아들도 만났다. 런던에서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릴 때 자주 같이 놀았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보니까 못 알아볼 뻔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영국에 아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즉흥으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루할 틈 없었던 영국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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