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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국 Jan 03. 2024

나만 결혼식이 하기 싫어?

결혼 준비 중 찾아온 의구심 6

애초에 나는 왜 이 남자랑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가.


어떤 경우에는 가끔 감정이 격하게 올라와 그런 의문이 들면서 이 결혼 준비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원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많이들 싸운다고는 하지만, 나도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가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싸움의 이유에 대해 고찰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결혼식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몇 달 동안, (거의 상견례 후 한 달 됐나...) 주말마다 싸운 거 같다.

본가와 신혼집을 오가면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의 신혼집에서 같이 있을 때마다 싸우고 있다.


사귈 때도 많이 싸웠지만, 결혼식 얘기가 구체화되면서부터 싸움의 형태가 차원이 달라졌다.

차라리 싸움의 원인이 결혼식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면 좋겠지만, 이건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과 나와의 안 맞는 부분이라든가 아니면 사소하게 드러나는 본래의 모습. 이런 것들이 자꾸만 서로의 인내심을 긁어댄다. 


이런 근본적인 싸움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둘 다 자유로운 영혼이면 싸움은 배가 된다.

자유로운 영혼인 나와, 더 자유로운 영혼인 그가 서로의 자유를 억압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더욱 그런 거 일수도 있겠다. 사귈 때는 남자 친구가 늘 자유롭고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있다 보니 그가 자유로워질수록 나의 자유가 침해되는 부분이 커졌다. 뭔가를 결정할 때, 그의 반응을 살피고 결정에 따르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자 나에게 불만이 쌓여간 것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다.



결혼식에 대한 부정적인 남자친구를 설득하는 결혼식에 부정적인 나.

이 부분이 가장 큰 싸움의 원인이었다. 동시에 그가 이기심이 많다고 느끼는 부분이었다. 

물론, 주관을 뚜렷하게 갖고 그것을 견지해 나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그래도 상황에 따라 혹은 상대에 따라 조금씩은 굽히거나 맞춰줄 줄 알아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끝까지 결혼을 싫어하는 자기의 뚜렷한 주관을 여러 가지 비유와 근거를 들어서 표현했다. 그게 안된다 싶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데, 그게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비용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자신은 결혼식이 하기 싫으니까 비용에 대해서도 당연히 부담하지 않는다는 태도 때문에, 항상 결혼식 준비에 드는 비용을 나 혼자 부담하고 걱정해야 했다.



내 마음의 뿌리 깊은 불신, 불안감

내 성격상 누군가를 마음에 넣으면 그 사람에 대해 집중을 잘하는 편이다. 물론 나도 멋있는 이성에 관심이 간다. 하지만, 특히나 이성에 대한 부분은 상대가 신경 쓰지 않도록 가장 노력하는 부분이다. 왜냐면 남녀관계에서 서로를 특별한 이성으로 생각하고 대하는 건 근본적인 부분이며, 결혼은 더 나아가 관계에 대한 안정감과 믿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해맑고 이성에 관심이 많은 걸 감추지 않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거슬릴 때가 많았다. 

그 모습 자체가 자연스러운 남자의 본성이고 그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주라고들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이 이해가 안 되고 나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감정이 상하지 않고 넘길 수 있는 걸까? 

매번 남자친구가 이성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마다 신경이 쓰이고 흔들리는 건 내 내면에서 그걸 확대 해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유독 그런 거면 이건 몇 년을 앞으로 더 함께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의 큰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나는 매번 습관처럼 기분이 상한 채로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관계의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성격

나랑 남자친구 둘 다 내성적인 편이다. 다행히 둘 다 직장에서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는 외향적으로 바뀐다. 나보다는 직장과 가정에서 그 정도의 차이가 심한 남자친구이다 보니, 직장에서는 굉장히 말이 많고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남자친구가 집에 돌아오면 내성적으로 바뀌는 게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내 남자친구는 깊은 관계의 사람들과 친밀하고 허물없이 살아가는 걸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상견례 때, 각자의 가족들을 만난 것 외에는 서로의 가족들과 별다른 교류 없이 지내고 있다. 심지어 우리 친정집에 갈 때, 같이 가자고 하기가 꺼려질 정도니, 그런 거리감이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있으면 좋긴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정도가 심하다고 느낀다. 그 원인은 내 남자친구에게 있는 것 같고.

또한 지인이나 친구들과 만날 때,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즉흥적으로 자연스럽게 내 주변의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는 남자친구가 절대 응하지 않는다. 그게 내 폐쇄성도 더욱 자극하고 크게 만들어서 문제이다.

나는 친지나 친구들을 만나야 기분 전환이 될 때가 많은데, 그 횟수가 점점 적어지는 걸 느낄 때마다 답답한 기분이 든다. 




막상 우리 싸움의 원인을 글로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기도 하고, 가벼워지는 거 같기도 하는 이중적인 감정이 든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이 문제의 해결점도 한 번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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