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오늘 밤도 자기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다. 전에 며칠간은 루틴처럼 매일 밤 침대에 올라가 나와 남편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보여달라고 말했다.
입에 밴 조건부 말을 뱉어낸다. "oo이 보여줄 테니 이제 누워, 누워서 보자"
아이는 홀린 듯 누워서 핸드폰을 쳐다본다. 오늘은 아기 때를 보여달라고 해서 핸드폰 갤러리 맨 앞부터 보여주기 시작했다. 예상컨대 내 갤러리의 거의 85% 이상은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일 것이다 (사실 계산하지는 않았다).
핸드폰을 2022년 2월쯤에 바꿨고 그때 아이는 두 돌을 막 지났을 무렵이다. 아이는 영 새로운 듯 작년의 자기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연신 물었다. "아기예요?" "왜 말을 못 해요?"
덕분에 나도 아이와의 날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연신 귀엽다였다.
"귀여워, 귀여워, 이거 봐"
불과 작년의 나와 아이는 오늘의 내가 볼 줄 모르는 듯 웃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그동안 아이는 얼마나 변한 걸까. 사진 속 크기만 했던 옷들이 요즘은 모두 꼭 맞다. 말은 얼마나 또 얼마나 늘었는지 45개월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가 자주 고슴도치가 되는 요즘이다.
얼마 전 아니 매일매일 아이와 입씨름을 하다가 진 기분이 들면 "어휴 말이나 못 하면" 이 소리가 절로 나는데.
같이 누워서 영상을 보다 보니 갓 두둘이 지났을 때 '네' 나 '엄마' 같은 기본적인 말을 아이 목소리로 듣고 싶어 얼마나 간절했는지 이제 다시 생각이 난다.
영상 속 내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 그렇다. "맛있어요? 네라고 해야지" "물고기다 물고기!"
아이의 변화에 둔감해지는 것은 어쩌면 내게 둔감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크게 변할 게 없을 것만 같은 미래를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이와 나는 변했고 변하고 있다.
우리가 변한다는 걸 아는 게 아니 변한다는 걸 잊어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는 게 덜 퍽퍽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