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작자 Oct 10. 2023

시간에 관하여

일상감상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오래고 쳐다본 적이 있다.

구름이 초침이 되어 시간을 낱낱이 알려주는 때, 그때 나는 가만히 시간이 흐르는 사이를 본다.

내게 물리적인 시간이란 그 사이뿐인 거 같은 때, 하늘에서 내게만 쏟아지는 온전한 간극이다.


구름이 몰려드는 달을 본 적이 있다. 하늘보다는 밝고 달보다는 어두운 구름이 달을 덮고 지나가는 그 사이, 달만 보고 있으면 도저히 컴컴하다는 말을 꺼낼 수 없을, 그 시간이 캄캄해진다.


이렇게 시간이 가는 것을 온전히 느낀 순간들은 여운이 남는다. 지나간 구름을 되새겨 보며 지나간 시간을 곱씹는다.   


옷방 벽에는 주광색 디지털시계가 걸려있다. 머리를 말리다가 본 숫자는 더 이상 옷을 갈아입다 본 그 숫자가 아니다. 이 공간에서 시시각각 변한다는 말이 결국은 각각의 숫자에 달려있다.   

주로 재택근무를 하는 방에는 노트북이 시간을 대신한다. 메일을 보내고 쳐다본 오른쪽 귀퉁이에 몇 분 전과 다른 숫자가 있고 그 숫자의 간격 사이에서 나는 괴리감을 느끼며 손가락을 재촉한다.

집에서 이 두 공간은 대놓고 시간이 성큼성큼 변하는 곳이다.  

  

거실벽에 걸린 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곳은 시간이라기보단 숫자와 숫자사이에 가깝다. 어느 숫자가 되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야 하고 어느 숫자가 되면 점심밥을 먹어야 하고 어느 숫자가 되면 아이를 하원시키러 가야 한다.

이런 숫자들이 쌓여 나가 시간이 흐른다. 시간에 관하여 이렇게 늘어놓는 새벽이다. 또 시간이 흘렀다.

매거진의 이전글 SNS 사진이 말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