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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정 Nov 30. 2021

어느 영어학원

피겨는 언어와 같다

어쩌다 보니 난, 교육열이 높은 동네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학부모이다.

큰 아이 때 나름 열정에 넘치는 학부모였던 난 영어유치원을 보낼까 했는데 일하는 엄마들은 거의 아이와 숙제를 같이 해주는 과외 선생님을 붙여야 한단다. 또 초등 들어가서도 내내 영어유치원 소속 학원을 꾸준히 다녀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아주 시원하게 포기를 해버렸었다. 이유는 그 당시 우리 부부의  경제력과 또 많이 놀고 싶어 하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우리 아이가 영어공부에만 집중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였다. 사실 가끔 살짝 후회될 때도.... 그때 좀 무리를 할 걸 그랬나

높은 수준의 영어학원은 레벨테스트를 보고, 등급을 정해줘서 반배정을 해주기도 하지만 테스트를 봐서 자격미달이 되면 들어갈 수 없는 학원이 많다

(어이없는 건 학원에 인원이 없을 땐 또 기준이 낮아지기도 한다는 점)

외국에 살 다 오거나 학습능력이 이미 키워진 아이들과 이제 막 파닉스를 시작한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것은 효용성이 떨어지고, 아이들은 누구나 배울 권리가 있으니 그 아이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쭉쭉 나아간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돈의 원리로 돌아가기에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과외를 받기도 하고 많은 어머니와 아이가 실의에 빠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학원의 상술이라 생각했다.

학원의 입장에서는 레벨테스트를 보고 (이미) 만들어진, 준비가 된, 영어권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왔거나, 어려서부터 훈련된 아이들만 선별해 받을 기회이고 그 아이들을 (abc부터 가르치지 않아도 되니) 따로 관리하고, 훈련시켜 성과를 올린다. 그런 아이들이 많으면서, 입시 노하우가 있는 학원은 상대적으로 쉽게 '특별해'지고 이름을 알릴 수 있으며 성과와 능률을 올릴 수 있다.

그 학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지는 않지만(하교 후 놀고 싶어 하는 초등 1학년 아이가 엄마에게 등짝을 맞고 울며 가는  영어학원에서 매일 4-6시간씩 공부하는 걸 본 후, 단지 내 기준에서)

'그들의 리그'를 바라보는 평범한 서민들은 늘 불안하다. 불안해서 그 '리그'를 들어가기 위해  과외를 시키고 아이들을 잡는다.


학원에 보내야 한다면 내 아이에 맞는 소신을 가지고 제대로 가르치는 학원을, 아이가 원할 때 보내야지  라는 게 나의 소신이었다.

그래서 회화위주로 영화 보며 연기하고, 아이가 즐거워하는 학원을 선택해서 보냈다

그저  따라가는 아이들과 좋아서 열심히 하는 몇 프로는 어디나 늘 있지만 대체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은 성장하며 환경 안에서 인성과 가치관 또한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기에  '스며듦'과 '길들여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것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아직 모른다.
난 그때 그렇게 생각했고, 안 가본 길에 대한 선택의 후회는 시간이 지난 후 누구나 하는 것이니까.


취미 스케이터로서는 꽤 오랜 시간 투자를 하지만 선수의 길을 걷기엔 위험부담과 투자 시간 대비 가성 비용이 떨어지니, 공부를 하며 운동선수를 하고 있는 학생선수들의 부모들은 늘 고민이 된다.


질문이 들어왔다.

우리 팀 선생님은 열심히 하시고 실력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는 분명 실력이 실력이 고 있고, 왜 하는 만큼 해도  회전이 모자란다고 하고, 대회에서 기량이 떨어지는 것인가요. 또 왜 몇몇 이름 있는 저 팀 선수들은  확연히 아이들이 잘하는 것처럼 보이고, 승급심사에도  붙는 걸까요?


요인은 늘 한 가지만은 아니다.

재능, 투자 시간, 선수의 역량, 한국 피겨의 한계나 승급 시스템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잘하는 아이들은 잘하는 아이들끼리 붙여놓고 경쟁하면 더 쉽게 성장하며, 재능이 있고, 시간 투자를 확실히 하고, 선수와 코치의 역량이 합쳐지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다만, 일주일에 세 번,  3시간씩 하는 아이와 하루에  8시간씩 매일 하는 아이와의 실력 차이는 어쩔 수 없다.


내 아이가 재능이 확실히 보이며 두각을 나타낸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길들여진 선수들이 많은 팀, 정체성이 확실하여 더블 점프 이상의 스케이터들이 많아 매일 아침저녁으로 대관 확보가 많이 되어있고, 시스템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 선수반으로 가서 루틴을 소화하며 결과를 내는 방식을 결정할 수도 있고,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서 공부도 하기로 결정한 스케이터들은 선수반에서 일정을 다 소화하기엔 가성비가 떨어지니, 인근 빙상장에서 학교 일정을 마치고 레슨을 받고, 코치에 따라 대관 스케줄을 잡아 탈 수 있는 대관을 타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소규모 동네 보습학원에서 영어를 시킬 때는 학습목표에 따라, 또는 학생 실력에 맞추어  파닉스부터 단단히 지도하며 아이 기초와 회화를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고, 이미 듣기와 말하기가 완성된  영어권 출신의 아이들을 받아 매일 입시교육을 시키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작점이 다르고, 훈련량이 다른데 결과는 당연히 같을 수 없다.


코치 입장에는 둘셋의 선수와 열 명의 취미 스케이터가 있을 때 한쪽으로 치우칠수록 놓치는 부분이 있는 걸 인지하고, 보강할 수 있어야 한다.  

팀의 색깔을 분명히 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5,6급 선수들을 가르치며 옆에서 걸음마 레벨의 입문 수업을 하면 지도 효율성과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 죽고, 대기업화 된 것처럼 선수반이 몇몇 코치들에게 집중된 건 지도법의 차별화나 탁월함도 물론 있겠지만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정책처럼) 지금껏 엘리트 위주의 정책과 함께, 자금력이 필요한 대관 시간 확보의 유무와 정확한 정보가 없고, 코치의 말만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의 학부모들의 무지함에서 오는 이유 또한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  획일적인 점프는 나오지 않는다.

선수에 맞춰 무릎을 차올리고 높이 뛰는 점프, 골반을 열고, 발끝을 멀리 보내 비거리를 중점으로 두고 회전을 늘리는 방식은 상충한다. 하지만 코치라면, 둘 다 잘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점프라면  높아야 하고, 비거리 또한  멀리 보내는 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름다운 점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같은 맛 말고, 때론 특별하고, 다채로운 매력의 선수들을 대한민국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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