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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경제] 자본론과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돈을 많이 버는 법으로 돈을 많이 번

by 평범한 직장인

우리가 흔히 사회주의 이론의 바이블이라고 생각하는 자본론은 제목처럼 사실 자본주의를 뜯어 분석한 책입니다. 후려쳐서 요약하자면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하며, 그 모순으로 인해 망할 것이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자본론은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대학생 때 사회과학 학회를 하면서 요약본 정도를 읽으며 내용을 파악한 정도뿐이지만, 이미 수도 없이 분석되어온 자본론에 대한 분석글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경제에 대한 글을 다루는 데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저 역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사서 읽었는데, 자본론이 핵심적으로 비판한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잘 이용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내용은 많은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 상당히 반복적이며 핵심은 간단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자가 되지 말고 생산수단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소비재를 줄여서 돈을 모으고,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위해 빛을 내서라도 자본을 갖춰라” 였던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는 생산 수단의 소유에 반발하였다면,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작가는 그런 자본주의의 특징을 잘 활용하여 부자가 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공기와도 같이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사실 모두가 알다시피 자본주의가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과거부터 돈, 권력을 좋아하며 풍요롭게 사는 것을 누구나 원했습니다. 자본주의가 과거 체계와 다른 점은 그 욕망을 누구나 가지고 펼쳐도 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윤리로서 그 욕망을 누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 가진 업보로 그렇게 산다는 식의 카르마 사상을 만들어 아예 꿈을 꾸지 못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모두가 자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일하지 않는 불로 소득자가 늘면 사회가 파산하는 악순환이 될 것입니다. 국가적으로 이런 사회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항상 노동의 가치를 값지다고 얘기하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포장합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는 모두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해 주지만, 그만큼 큰 좌절감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는 확실히 본인의 주장을 증명하듯 부동산과 출판을 통해 상당한 부자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사회가 안정될수록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본주의 사회는 더 계급사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돌발적인 변수가 줄어들수록 그 사람에 맞는 수익과 지출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면 얼마의 돈이 있으면 주유소를 살 수 있고, 주유소를 사면 특별히 게을리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공식이 생길 것입니다. 주유소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 벌 수 있는 수익이 정해져 있을 것이고, 몇 년을 벌어야 주유소를 살 수 있는지가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업 또는 일을 하면 어느 정도의 이익이 되는 것이 점점 정해집니다. 마치 부루마블 게임처럼 전략과 결정에 따라 수익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엄청난 대박과 쪽박이 줄어드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런 사회가 되면 수익에 따라 계급이 정해질 것이며, 그 계급 사이를 오가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때문에 점점 더 열심히 일을 하는 것보다, 세습된 부가 가지는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부의 차이는 커져 있는 것일까요?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차이가 100배, 1,000배, 10,000배가 나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안정된 사회에서는 분명 아무리 능력의 차이가 크더라도 출발선이 같다는 전제가 있다면 저런 부의 차이가 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계급의 최상위에 있는 사람은 주로 불안정한 시절에 큰돈을 축적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과거에 전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취한 사람들도 많고, 미국이 돈이 필요하면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루머입니다. 우리나라도 IMF 때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하죠. 물론 이런 불안정한 사회에 번 돈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구글은 인터넷으로 세상이 옮겨가는 틈에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 최고의 기업이 되었고, 애플은 스마트폰이 모두를 지배하는 세상이 되기 전에 최고의 스마트폰을 내놓아서 막대한 돈을 벌었습니다. 혼란은 불안하지만, 그만큼 큰 기회가 되기도 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기도 합니다.


국가에 따라 크게 발전이 없는 듯 하지만 물가도 늘 똑같은 안정되어 있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경제 운용에 문제가 생겨 큰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나라, 막 발전을 시작하여 혼란스러운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안정과 혼란이 동시에 존재하는 듯합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진 강대국이기도 하지만, 항상 혼란이 끊이질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사기꾼도 많고 대박을 꿈꾸는 사람도 많지만, 안정적인 공무원 경쟁률도 높습니다. 사회의 변동 속도와 적응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처음 시행되었을 때 정착 속도를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외국 같으면 정말 많은 반발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몇 년은 시행해야 정착할 것 같은 제도가 거의 한날한시에 큰 충돌 없이 시행되더니 한 달도 채 안 지나서 당연한 일처럼 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시민의 변화 적응 속도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돈에 대한 관념도 빠르게 적응하여, 유교 문화권에 돈을 천하게 여기던 풍속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돈이 최고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돈의 개념을 생각하다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돈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나오는 대로 하면 벌어질까요?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은 왜 생기는 걸까요? 모두가 돈을 많이 버는 법은 없을까요?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버는 것은 능력의 차이일까요? 가난한 국가와 부자 국가 역시 국민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일까요? 돈이 정말 무한대에 가깝게 많은 사람은 어떤 능력을 지닌 걸까요? 그 사람은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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