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원래 교환을 위해 생겼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재료를 노동 등의 방식으로 가치를 가지는 물건을 만들었다면, 교환 가치가 있는 돈은 가치가 생기는 물건만큼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와 연동이 된다고 말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전체 돈이 크게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광풍을 일으켰던 비트코인은 더 심해서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이 사고파는 과정에서 총액이 변하며, 그 변화폭은 주식보다 훨씬 큽니다.
만약 여러분의 통장에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켜 뒤에 0 하나를 더 붙였다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의 모든 보안 시스템에 걸리지 않는다는 가정이 있다면 아마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0 하나가 더 붙는 돈이 통장에 찍혔다면 결과적으로 누구도 이익도 손해도 보지 않겠지만, 저런 실수가 나에게만 있다면 손해 보는 사람 없이 나만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이상하지 않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돈을 벌기 위해 살지만, 어떻게 보면 종이조각, 더 나아가면 단지 전산상의 숫자일 뿐인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의심은 가상 화폐의 유행에서 더 확실하게 보입니다. 과거 가상 화폐 폭등의 시기를 보면, 단순히 내 통장에 0 하나를 더 붙인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비싼 값으로 살수록 가치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큰 리스크가 있습니다. 가상 화폐 회사 A와 처음 가상 화폐를 100원에 산 B, 그리고 그 가상 화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서 200원에 구매를 한 C가 있다고 합시다. B는 100원을 투자해서 200원을 받게 되었으며, 수익에 대해 수수료를 내게 됩니다. 즉 A는 100원에 대한 수수료를 얻고, B는 수수료를 뺀 나머지 수익을 얻으며, C는 200원의 지출을 가지게 됩니다. C가 산 가상 화폐가 계속 점점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다면 계속해서 회사와 구매자는 수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가상 화폐가 매력적이라고 여기지 않고 구매자가 없어진다면 가상 화폐의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입니다. 어느 순간 가상 화폐가 망할 것이라는 강력한 예측이 돌아 현재 가상 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싼 값에 라도 모두 가상 화폐를 팔려고 하는 상태가 된다면 가상 화폐 회사는 지급을 못하게 되며, 이런 순간 가상 화폐의 가치는 0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태는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 역시 예금자의 예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 재투자를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위 뱅크 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일정 정도의 지급 준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 역시 악재가 생겨 모두가 돈을 찾으려고 해서 은행의 지급 준비율을 넘어서게 된다면 모두의 예금이 0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식은 은행보다 훨씬 더 위험해서 해당 업체가 부도가 나서 가지고 있는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가상 화폐는 은행이나 주식보다 더 가치의 변동 폭이 심하고, 안전장치가 부족하므로 가장 위험한 거래 정도로 생각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은행이 지급 준비율이 높거나 신뢰도가 높아서 거의 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상당히 안정적인 자산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장 안정적인 자산이 바로 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이 가상 화폐와 다른 점은 국가에서 보증을 해준다는 점입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가상 화폐처럼 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정된 가치를 지닙니다. 물론 나라조차 망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고, 때문에 돈이 휴지조각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가도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각 국가의 신용조차도 평가를 하는데, 당연히 항상 최 강대국인 미국은 최상위권에 있습니다. 즉 미국의 돈, 달러는 현재 가장 안정적인 자산인 셈입니다.
이상한 것은 미국은 언제나 무역수지 적자를 보는데도 가장 망하기 힘든 국가로 랭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달러가 세계의 기준인 돈, 즉 기축통화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경제가 어려우면 미국에서는 미국인들의 통장 뒤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행위를 합니다.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돈을 계속 찍어내게 되면,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겠지만, 일반적으로 달러의 가치가 떨어져서 수출이 잘 되고, 물가가 상승해야 합니다. 하지만 달러는 세계 중심의 돈이고, 모든 가치가 달러 대비로 평가가 되기 때문에 돈의 총량이 증가되더라도 달러의 가치는 일정 정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많아진 달러는 소비를 통해 세계로 퍼지게 되며, 달러의 기축 통화로서의 가치는 높아지고, 미국인들의 소비가 증가되며, 계속적인 적자 수지임에도 호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돈이 많아져 돈 가치 하락은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무언가 미국만 이득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런 사기 같은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미국은 가장 망하지 않는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기를 없애려면 기축 통화를 여러 개를 만들면 될 것입니다. 각 기축 통화 간의 경쟁 구도가 되어 달러가 양적 완화해서 매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안정적인 다른 기축 통화를 따라가기 때문에 기축 통화에 의한 독점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국가들이 기축 통화가 되기 위해 도전하였지만 그만큼의 지위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특권에 대한 도전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통제가 가능합니다. 현대와 같은 경제 전쟁의 시대에 군사력이 중요한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사실 압도적인 군사력은 경제에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그간 궁금증을 가졌던 돈의 의미에 대한 요약입니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금본위제 등의 복잡한 문제들은 제외하고 설명을 위한 큰 흐름만을 적어 보았습니다. 현대 사회 돈에 대한 저의 생각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단순이 물물 교환의 수단이었던 돈이 물질과 분리되고 추상성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위의 단순한 원리뿐만 아니라 여러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돈의 성질을 이용하여 돈을 많이 버는 법을 설명한 책이 많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책들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의 더 큰 관심사는 과연 이런 체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있습니다. 수치로만 본다면 미국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앞으로도 영원히 압도적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패권을 잡은 것은 지금까지 백 년 정도이며,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미국보다도 훨씬 압도적이었던 국가들도 지금 없어졌거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와는 다른 산업과 과학 기술의 변화가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조금 장기적으로 보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